값따지기 들어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실사 앞서 옵션 빠진 '깡통 매물' 논란

화물사업부 매각에 격납고, 지상조업사 등의 옵션 빠져 있어…매각가에 영향 줄 가능성↑
숏리스트 4개 항공사, 인수주관사 선정 후 실사 돌입
박재훈 기자 2024-04-01 11:04:28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에 대한 LCC(저비용항공사)들의 실사가 시작됐다. 각 항공사들을 실사에 앞서 인수 주관사를 선정하고 컨소시엄 제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는 지난 29일 주주총회 이후 화물사업부 매각에 대해 "적절 맥각가를 말할 단계는 아니나 4월에 실사가 시작되면서 적정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LCC들의 실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적격인수 후보(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항공사는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최대주주 JC파트너스), 이스타항공(VIG파트너스), 에어인천(소시어스) 등이다.

4개 항공사는 예비입찰을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대한항공과 UBS는 후보 항공사들의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매수기업을 선정하게 된다.

화물사업부 매각은 지난해 11월 유럽(EU)경쟁당국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매각하는 조건의 시정조치안을 제시함에 따른 것이다. 실사 이후 최종적으로 매각가가 정해지게 되면 EU경쟁당국의 승인을 거쳐 항공사 선정 후 화물사업부는 매각이 허가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는 자체 보유 화물기 8대와 리스 화물기 3대 등 총 11대의 화물기를 운용 중이다. 구체적 매각가는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화물사업부의 부채 1조원과 사업부 가치 6000~7000억원을 합친 약 1조6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올해 초 6~7월 쯤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이던 실매각가는 4월 실사가 마무리되는대로 5월 중으로 구체적인 가격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실제 매각가가 부채와 사업부 가치를 합한 금액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10월까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만큼 시간이 지날 수록 상황은 인수 후보자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형국이 될 공산이 크다.

인천국제공항에 제주항공 화물1호기와 화물2호기가 동시에 주기되어 있다. /사진=제주항공


각 항공사들은 3월 말부터 인수주관사를 선정하고 행동에 들어갔다. 제주항공은 실사자문사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를 선정했으며, 에어프레미아는 삼정KPMG, 에어인천은 인수 주관사로 EY한영을 선정하고 인수주관사로는 룩센트를 선정했다. 화물 AOC(항공운항증명)을 취득하지 않아 인수전에서 불리한 포지션이었던 이스타항공도 AOC를 취득하고 재무실사는 PwC, 실사자문사는 베인앤드컴퍼니를 선정했다.

한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실사자문사로 베인앤드컴퍼니를 선정한 것에 대해 말들이 오가고 있다. 인수전에 뛰어든 경쟁 항공사임에도 같은 회사에서 실사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별개 팀을 구성한다고 해도 의아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한 항공업계관계자는 "아무리 별개의 팀으로 이해관계를 상충 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장치를 마련했다고 해도 내부적으로 공유를 입막음할 부분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화물 실사는 이달 1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한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보잉747-8i 항공기 세척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또한 여전히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에 대해 항공사들이 회의적인 면이 있다고 제기한다. 화물사업부에서 옵션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기 격납고(행거)와 지상조업사 등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행거는 항공기를 넣고 정비를 비롯한 점검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건물이다. 항공기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행거는 필수적인 요소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행거라던지 다른 옵션이 빠져 있는 화물사업부에 대해서 그렇게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인수한다해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원유석 대표는 격납고와 지상조업사등이 빠진 상태의 매각에 대해  "원래 작년에 매각 시기를 처음 정할 때 정했던 기준들이 있고 그 기준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며 "관련사항은 매수인과 얘기해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CC들은 화물사업부를 인수 후에 경쟁하게 될 항공사가 대한항공이 되는 만큼 이런 옵션들이 제외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싼 금액을 주고 화물사업부를 인수했으나 실제 효율성을 위해 필요한 옵션들이 빠진 만큼 매각가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