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04)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 2세대 항공사_전북항공~중부항공, 이스타항공 ⑤

2024-04-03 05:59:02


제18대 총선을 위해 부랴부랴 급조된 느낌이 진한 ‘이스타항공 회장’이라는 꼬리표를 단 이상직 예비후보는 후보공천에서조차 탈락했다. '전북의 정주영'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이스타항공이라는 민항기를 띄워 전북의 하늘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거둬들여 전북경제의 희망이 되겠다"고 했지만 지역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던 것이다. 패인은 인지도 부족이었다.

이후 ‘정치인을 꿈꾸는 기업인’ 이상직 회장은 이스타항공 취항으로 인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취항에 성공한 K-LCC업계는 제주항공 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설립한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운항중인 상태에서 대기업도 아닌 낯선 모습의 신생항공사는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됐고, 이는 결국 이상직 회장의 인지도를 올려주는데 대단한 기여를 한 셈이다. 그리고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전주을 지역구 공천을 받아 47.0%의 득표율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다.

이스타항공 회장이자 초선 국회의원으로 부와 명예를 한 손에 쥐고 승승장구를 예상했지만 제20대 총선에서는 현역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공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절치부심한 이상직 회장은 그의 말처럼 ‘불사조’처럼 되살아나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 13명 중 유일하게 산업계 대표로 선정됐다. 이를 발판 삼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내더니,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같은 지역구에서 62.5% 득표율로 당선돼 재선 국회의원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여러 건의 재판을 받으며 수감되어 있다.

성공한 항공사 오너였지만 정치인을 꿈꾼 어리석음 때문에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진 꼴이다. 전북지역에서는 이스타항공을 발판 삼아 정계진출을 계획하고, 성공한 지역사업가로 불리기 위해 회사 덩치만 키우는 데 주력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사실 이스타항공은 취항이후 K-LCC업계의 폭풍성장 시기에도 상대적으로 성장이 가장 더디고, 이익이 가장 덜 나는 회사였다. 그리고 늘 매각 소문이 따라다녔다.

이스타항공 출범 초인 2008년으로 돌아가보자. 이상직 회장은 2008년 1월3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의 대표민항으로 이르면 2008년 8월 취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5월말까지도 비행기조차 갖추지 못했다. 때문에 취항일정은 10월과 11월로 연거푸 미뤄졌지만 이 마저 차질이 빚어졌다. 이스타항공은 "영국에서 들여오기로 했던 항공기의 안전성 문제 확인절차가 길어지고 있다"면서 "자본금 확보와 지분문제도 걸려있어 진행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항예정일이 임박한 8월7일에야 국토해양부로부터 부정기항공사 면허를 받았다. 처음부터 정기항공사를 계획한 이스타항공이 부정기항공으로 면허를 받은 이유 역시 5대의 항공기 도입이 여의치 않았던 탓이다. 이스타항공은 9월중 추가로 2, 3호기 리스계약을 체결해 11월 취항과 함께 도입하는 등 2009년까지 총 4대로 국내와 동남아 운항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K-LCC업계는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줄줄이 날개를 접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역시 11월 취항이 불발됐다. 항공기 도입이 더 늦어진 12월4일에야 1호기 도입이 예정됨에 따라 취항일을 12월말로 또 미뤘다. 항공기 도입일정이 확정된 직후 군산시에서 화답을 해왔다. 군산시는 군산공항 활성화를 위해 이스타항공에 10억원을 출자한다고 12월5일 발표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의 취항은 결국 해를 넘긴 2009년 1월7일로 최종 결정됐다. 이스타항공은 항공운임을 김포∼제주 노선에서 최저 1만9000원대부터 시작하는 등 업계 최저수준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제주 노선에 1만원대 항공권이 등장함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취항 2일전인 1월5일 서울지방항공청으로부터 운항증명(AOC, Air Operator Certificate)을 취득했다. 이스타항공에 대한 AOC 교부는 K-LCC로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영남에어, 한성항공 등을 포함해 6번째였고, 영남에어와 한성항공의 운항중단으로 실제 운항중인 K-LCC는 4개사가 되었다.

 이스타항공은 2009년 1월7일 김포~제주 노선에서 취항했다. 이스타항공은 "2010년 한중일 항공자유화 시대를 겨냥해 동북아 최고의 항공사로 발돋움하는 꿈을 실현하고, 서비스와 요금에서 대기업 항공사와 경쟁해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이스타항공의 지분은 새만금관광개발(80%), 전북은행(10%), 군산시(5%) 등이 참여해 자본금은 216억원이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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