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전환지원금'으로 찬밥 신세된 알뜰폰

통신 3사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가입자 수 전년비 14.5%↓
전환지원금 추진 후 3월 번호이동 52만4762건…전월 대비 4.1%↑
황성완 기자 2024-04-04 10:23:13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에 이어 통신사 간 번호 이동시 가격을 할인해주는 '전환 지원금' 요금제까지 확대하면서 알뜰폰들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알뜰폰의 지원 대책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업계에서는 통신 3사와 알뜰폰업계 등 양 사업자 모두를 만족시킬 방안을 쉽게 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 / 사진=연합뉴스


4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 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 수는 18만867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22만636명)와 비교해 14.5%(3만1960명) 줄어든 수치다. 앞서,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가는 가입자 수는 0원 요금제 출시 등으로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최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통신 3사가 알뜰폰에 지급하는 영업 보조금을 줄이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알뜰폰 업체들은 올해 1월 월 500원 요금제, 60만원 상품권 지급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 수 확보에 집중했다.

실제로 효과는 뛰어났다. 지난 1월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 수가 7만8060명으로 전년 동기(7만1086명) 대비 9.8% 증가했다.

알뜰폰.

전환 지원금 추진 후 3월 번호이동 건수 52만4762건으로 전월 대비 4.1%↑

하지만 통신 3사가 지난 3월부터 휴대폰 통신사를 이동하게 될 경우 통신사 이동지원금을 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전환 지원금을 신청함에 따라 상황은 역전됐다.

당장 알뜰폰으로 갈아타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대기 수요가 늘은 것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번호이동 건수는 전월 대비 4.1% 증가한 52만4762건을 기록했다.

다만, 전환 지원금이 시행된 이후 이동자 수가 미비함에 따라 알뜰폰 업계의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전환지원금을 받으려면 고가의 요금제를 장기간 사용해야해 알뜰폰 이용자들에게 메리트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7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신 시장 경쟁 촉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알뜰폰 지원 대책 추진 예정…업계 반응은 '글쎄'

정부는 알뜰폰 업계의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력해 지원 대책도 추진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이 대책이 통신 3사와 알뜰폰 업계를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정부가 전환지원금 확대를 요구한 후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넘어간 이용자 수도 증가함에 따라 추후 상황은 더욱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은 통신 3사와 같이 돈을 쓸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전환지원금 확대 이후부터 알뜰폰 업계에 대한 타격은 장기간 지속될수록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뜰폰과 통신 3사는 서로 경쟁 관계인 데 정부가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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