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내분 휩싸여…차기 회장 vs 전공의 갈등 심화

의협 임현택 차기 회장, 의협 비대위원장에 ‘자리 양보’ 요구
신종모 기자 2024-04-09 09:08:34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와 관련해 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의료계는 내분에 휩싸이면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날 의대 증원의 유예는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다만 정부는 “만약 의료계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택 당선인(오른쪽)과 김택우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료계는 여전히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법정 의료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현재 의협을 이끌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차기 회장인 임현택 당선인 사이 갈등이 점화되는 분위기다. 

앞서 비대위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 안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열 것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의협의 임 회장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임 회장 측인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전날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수위는 대화 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으나 양측이 대화 여부에 대해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인 것이다.

아울러 전공의 단체인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이제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곳에 모여서 목소리를 내려 한다”고 강조했다. 

임 차기 회장은 박 위원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윤석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에 대해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봤다. 

임 당선인은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단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박 위원장도 이 게시글을 공유하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피로는 극에 달하고 있다.

충남대 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교수 336명을 대상으로 신체적·정신적 상태에 대해 설문한 결과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는 비율은 응답자(253명)의 87%에 달했다.

이 중 주 100시간 이상 진료한다고 답한 비율도 11.9%에 달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수업을 운영하는 의대는 전날로 14곳(전체의 35%)으로 늘었으며 대부분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오프라인에서 수업을 진행한 대학의 경우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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