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성수기 앞두고 '크러시'·'한맥' 살리기 사활

홍선혜 기자 2024-04-09 10:27:37
맥주 성수기 시즌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올해 주류 업계는 부진했던 제품을 리뉴얼해 라인업을 확대하거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판매가 저조한 제품의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크러시'와 오비맥주의 '한맥'은 부진한 성적으로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1월 저조한 '클라우드'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신제품 크러시를 내놨다. 카리나를 모델로 내세워 TV광고도 적극적으로 진행했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지난해 11월 롯데칠성음료가 크러시를 출시했다. / 사진=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 '크러시' 살리기 나서

지난해 4분기 롯데칠성음료는 크러시에 대한 투자비용으로 인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7% 감소해 80억원에 그쳤다. 크러시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테라나 카스에 비해 부드러워서 목 넘김이 깔끔하다”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맥주의 탄산이 약해서 그런지 맥주보다는 발포주에 가까운 맛이 난다”라는 혹평도 나왔다.

출시 시기도 의아하다는 의견이다. 맥주는 통상적으로 여름이 다가올 때 즈음 성수기에 맞물려 신제품을 출시하지만 크러시의 경우 겨울 시즌에 론칭한 점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시적이고 차가운 이미지의 카리나와 빙산을 모티브로 한 병 모양 등 청량감을 강조하기 위해 겨울시기에 출시한 듯 보이지만, 평균적으로 맥주를 출시하는 시기나 맥주 수요가 높은 성수기 시즌으로 봤을 때 겨울에 맥주를 선보이는 것은 다소 의아하다”고 전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크러시를 음식점을 비롯한 유흥 채널 위주로 공략할 예정이었지만 곧바로 전략을 바꿔 가정용 시장까지 공급망 확대에 나섰다. 당시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가정시장 확대는 소비자가 좀 더 다양하고 쉬운 경로로 크러시를 찾아 경험할 수 있도록 확대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올해 2월부터는 병맥주에서 추구했던 젊은 감각을 셀링포인트로 잡고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크러시 캔맥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결과는 꽤 순조로웠다. IBK투자증권은 크러시가 캔맥주로 출시하면서 올 2월 맥주 크러시 월매출이 50억 원대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캔맥주 출시 이전 크러시의 월 매출은 10억 원 수준인 것에 비해 유의미한 성과다.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生(생). / 사진=홍선혜 기자 


오비맥주, 좀처럼 안 팔리는 '한맥'...공격적 마케팅

오비맥주는 최근 자체 기술력으로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生(생)‘을 출시하고 생맥주로 한맥의 라인업을 확대했다. 국내 맥주시장에서 활기를 띠지 못하는 한맥이 이번 전략을 통해 다시 반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021년 출시한 한맥은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맥주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하지 못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오비맥주 ‘카스’(38.61%)와 하이트진로 ‘테라’(11.95%)가 맥주시장의 반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정용 주류 시장에서 한맥은 10위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현재 전국 100여개 매장에 들어가 있는 신제품을 연내 10배 이상 늘리고 팝업스토어나 TV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게 된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생은 잔부터 기기까지 많은 공을 들였다. 

특수하게 제작된 ‘스페셜 마이크로 크림 탭’을 적용해 한층 더 생크림 같이 부드러워진 거품을 구현한다.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전용 잔이다. 한맥 전용잔 역시 회사 측의 자체 기술이 들어갔다. 

거품이 가장 큰 매리트인 만큼 모든 기술에서 부드러운 거품 구현에 많은 힘을 쏟았다. 잔 밑에는 양각으로 새겨진 한맥 로고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더 많은 기포가 올라오게끔 하는 ‘뉴클레이션 사이트’라는 반응을 구현해 낸 것이다.

오비맥주 한맥 브랜드 매니저는 “생크림처럼 밀도 높은 거품으로 업그레이드된 '한맥 엑스트라 크리미 生’의 매력을 선보이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한맥이 추구하는 부드러운 맛과 감성을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내리막길 걷고 있는 맥주 시장...'익숙한 제품' 넘기 어려워

맥주 시장은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농수신삭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브랜드의 소매시장 매출 규모는 3조9296억원으로 2020년 4조3771억원 이후 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맥주 시장의 축소는 한 동안 쏟아진 ‘컬래버 맥주’에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위스키·와인 등 대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불어 익숙한 맛에 손이 가는 소비자들이 기존의 카스나 테라와 같이 잘팔리던 주류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 새로운 주류가 판매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음식점 등에서도 이와 같은 이유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맥주를 구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류의 소비 트랜드가 위스키로 바뀌면서 수제 맥주에서 캔 하이볼로 트랜드가 바뀌고 있다. 편의점에서 캔맥주 형태로 하이볼을 판매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길게 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캔맥주 종류가 너무 많아졌고 소비자들은 피로도가 쌓인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 손이가기 마련인데 처음 보는 제품을 호기심에 구매하더라도 결국에는 다시 충성제품으로 돌아가 지갑을 열게 된다. 이미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카스, 테라 등으로 인해 신제품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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