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의료 공백 대안될까?

비대면 진료, 감기·몸살 등 경증환자 20% 수준...소아청소년과 비중 가장 커
주서영 기자 2024-04-10 17:47:15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정원 증원 갈등에 따른 의료 대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비대면 진료 허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는데, 그 결과 경증환자 및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그 이용 건수가 6배 이상 급증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료취약지 거주자가 아닌 초진 환자에게도 평일에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10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굿닥·나만의닥터·닥터나우·솔닥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 4곳의 지난달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 합계는 15만5599건, 일평균 5020건이었다.
 
규제 완화 전인 지난해 11월 진료 요청 건수는 2만3638건, 일평균 787건이었던 점을 비교해 보면, 정부의 전면 허용 조치 이후 6.5배 가량 이용량이 늘어났다.

증상별로는 감기·몸살이 약 20%로 가장 많았다. 진료과목 중에서는 소아청소년과 비중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닥터나우'의 진료 요청 건수에서 소아청소년과가 차지하는 비율은 35%로 3분의 1을 넘었다. 이는 비대면 진료를 받고 싶었어도, 조건이 안 돼 못받았던 환자들이 편리성 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신청했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다만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공백의 대안으로 목표했던 2차 종합병원의 참여는 없었다. 이는 향후 비대면 진료 확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플랫폼 업체 통계에는 참여 기관이 잡히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달 20일 복지부가 의료기관 청구자료를 통해 파악한 규제 완화 이후 1주일 동안의 병원급 비대면 진료 건수는 76건이었다.

정부는 시범 사업을 보완하고 한시적 전면 허용 조치에 따른 현장 평가와 의견을 반영해 비대면 진료 모형을 계속 발전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의료계와 일부 환자단체는 비대면 진료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비상대책위원회 브리핑에서 "비대면 진료는 법적 분쟁 위험성과 의료 과소비 조장, 중증·응급질환 치료를 지연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시범사업 중이던 비대면 진료를 막무가내로 확대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확대로 부작용 우려가 큰 탈모·여드름 치료제가 비급여로 많이 처방되고 있다며 이들 의약품의 비대면 처방 제한을 주장하고 있다.

보건의료 노동자·시민단체인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비대면 진료는 대기업들의 의료 (시장) 진출을 위한 것"이라며 "필수의료를 더 붕괴시킬 의료 민영화, 시장화, 규제 완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 연합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비대면 진료 확대안은 '의료인·영리기업 특혜법'"이라며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주서영 기자 news@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