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코' 새 주인 맞은 남양유업...회사명 리스크 vs 브랜드 인지도 '딜레마'

홍선혜 기자 2024-04-30 10:31:43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남양유업의 홍씨 일가 오너 경영 체제가 막을 내리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새주인이 됐다. 남양유업은 오너리스크와 더불어 실적악화에 시달렸던 만큼 일각에서는 한앤코가 사명까지 모두 뜯어고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사모펀드 운용사는 결국 매각을 통해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기업 가치를 높여 추후 더 비싼 가격에 남양유업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쌓여온 리스크 보다 국내 시장에서 다져온 브랜드 파워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남양유업

30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사명은 1964년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남양 홍씨의 본관따서 만든 이름이다. 남양유업의 실적 악화가 오너리스크의 영향이 컸다는 부분에서 이미지 쇄신과 함께 사명을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남양유업은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이 땅에 굶는 아이들이 없게 하겠다'는 신념으로 1964년 남양 홍씨의 본관을 따 설립한 기업이다.

유업계 1∼2위를 지켜오던 남양유업은 2010년 이후 각종 구설에 오르내리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급락했다.

2013년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하고 대리점주에게 폭언한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됐고 이후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사건 등 오너리스크가 이어져왔다.

2021년 4월에는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 보건당국이 즉각 반박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새 주인' 한앤컴퍼니...사명변경·임원인사 등 통해 기업가치 재고 고심

이에 창업주의 장남인 홍원식 회장은 그해 5월 회장직 사퇴를 선언하고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지분 53%를 3107억원에 한앤코에 넘기기로 했으나, 같은 해 9월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한앤코와 소송전에 돌입했다.

수년간의 분쟁 끝에 지난 1월 4일 대법원이 홍 회장 측이 계약대로 한앤코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판결을 하자, 한앤코는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 53%를 확보하고 같은 달 31일 남양유업 최대주주에 올랐다.

남양유업은 지난 3월 29일 강남구 1964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한앤코 측 인사를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된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코가 본격적으로 회사 경영에 나선다.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이 각각 남양유업 기타비상무이사가 됐고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사외이사로는 이명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이 선임됐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0년 적자로 전환하고서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 지난해 724억원 등의 영업손실을 냈다.

남양유업 이미지 제고도 과제다.

업계에서는 한앤코가 오너가인 남양 홍씨의 본관으로 지은 사명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앤코는 올해 1월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한앤코측은 사명 변경에 대해서는 아직 사실 무근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앤코가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했다가 5년 만에 인수 가격의 두 배 넘는 가격에 매각한 사례를 들어, 남양유업이 '제2의 웅진식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주총에서는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는 정관 변경을 의결했다.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제안에 따라 남양유업 발행주식을 10대 1로 액면 분할하는 안건도 다뤘으나 이 안건은 부결됐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