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日기업화' 앞에 선 라인...독도 강탈과 무엇이 다른가

황성완 기자 2024-05-22 10:58:04
네이버가 지난 2011년 개발해 현재 일본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한 라인 서비스가 일본 기업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운영사인 라인야후를 일본 정부가 행정지도를 통해 자국 기업의 것으로 빼앗으려 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른 우리나라 국민들의 여론과 한국 정부의 대응 탓에 일본 정부는 7월 1로 예고된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보호 예방 조치 보고서에 네이버의 지분 매각 등 경영권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라인 서비스가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네이버 라인

라인은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NHN재팬에서 2011년 개발해 현지에서 96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은 25조원에 달한다. 라인야후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공동 설립한 A홀딩스가 5대 5로 보유 중이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강압하는 상황에 대해 일본에 대한 국내의 민심도 흉흉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개입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이나 논란이 아닌 국가 간 논란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라인 메신저가 일본의 국민 메신저이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의 개발·운영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에 대해 일본 정계 및 국민들의 반응은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네이버 측도 일본 현지에서 라인이 한국의 서비스임을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운영해 왔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역시 '라인은 일본 기업'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해 온 바 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기에, 2019년 일본 포털 1위 야후재팬을 가지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경영통합을 제안했을 때 합작사인 A홀딩스 아래 야후재팬과 라인을 합치는 것에 찬성한 것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소프트뱅크가 이미 5년 전부터 라인을 삼키기 위한 작업을 차근차근 계획하고 준비했다는 것이 비공식적이지만 합리적인 추론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후 소프트뱅크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섰다. 네이버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에서, A홀딩스 지분구조 협상을 하고 있다고 전면에 나선 것이다. 

엄연히 기업 간의 일이지만, 우리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국가간 외교분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배 했었고, 현재는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상황에서 정보서비스의 영토를 빼앗기는 거 아니냐는 역사 의식이 더해진 것이다.  

국민 여론과 한국 정부의 항의(?)로 일본 정부가 돌연 행정지도 내용을 변경했지만, 공은 소프트뱅크로 넘어 간 상황이다. 과거 소프트뱅크는 야후재팬 인수 당시에도 미국 야후 본사와 공동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차후 미국 측 지분을 인수한 전력이 있다. 이번 라인 사태 역시 판박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리스크를 감안하고서라도 네이버가 라인야후를 매각할 시 약 10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이윤을 택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를 네이버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오던 인공지능(AI) 사업에도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메신저 서비스가 모든 플랫폼 사용자들의 근간 서비스라는 '힘'을 안다면, 라인 주도권을 절대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것은 네이버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카카오가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해 거의 모든 분야로 확장하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네이버가 라인을 일본 기업에 강탈 당한다면, 일본뿐 아니라 태국(5500만명), 대만(2200만명), 인도네시아(600만명) 등 동남아시아와 남미 일부 국가 등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시장에서의 기회를 잃게 된다. 중장기적으로 큰 손해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볼 때, 이미 소프트뱅크의 승리로 많이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아 챙기는 일이 벌어졌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강탈로 입게 될 피해는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그러나 IT강국의 국민들이 우리 기업이 만든 기술을 일본에 빼앗길 경우 입을 정신적인 피해는 짐작조차 안된다. 일본 정부의 부당한 행태에 우리 정부가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명분이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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