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 스마트팜] 박나현 "청년창업농제도 없다면 농업을 직업으로 못가졌을 것"

‘탐나농’ 박나현(28 전북고창)
아스파라거스 따는 처녀농부 ‘꿈을 수확하다’
조영미 기자 2020-01-16 09:25:00
사진= 박나현 ‘탐나농’ 대표
사진= 박나현 ‘탐나농’ 대표


경험도 자금도 없었던 스물 일곱살의 박나현 씨. 2018년 귀농귀촌 체류형 창업지원센터 교육 중 작목을 아스파라거스로 결정하고 현재 전북 고창군 아산면에 약 200평 아스파라거스 재배하고 있는 초보 청년농부다. 모든 것이 서툴기만한 그녀는 고창 청년모임에서 만난 친구의 배려로 땅을 빌려 시작한 아스파라거스 재배 재미에 푹 빠졌다. 고창은 청년 농업인에 대한 지원이 많고 거주하기에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과감히 귀농을 결심할 수 있었다고. 특히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서로를 응원해주고 교류가 활발해서 연고 없이 귀농귀촌에 성공할 수 있다는 좋은 롤모델로 자리매김 중이다.

고창 청년농부 모임 ‘4H’, 귀농 정착의 원동력

귀농에도 여풍이 불고 있다. 농사는 힘센 남자만 짓는다는 편견을 깨고 농촌으로 들어온 박나현 씨. 여성만의 섬세한 감수성을 무기로 신농업에 앞장서는 그녀는 경치 좋고 물 맑은 전북 고창으로 귀농했다.

한창 멋부리고 놀고싶은 20대인 박나현 씨가 커리어우먼의 길을 버리고 아스파라거스 따는 처녀농부가 됐다. 아직은 수입도 없는 초보 농부지만 통통튀는 아이디어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정으로 한국 농업의 미래를 꿈꾼다.

“귀농한 이유는 시골에서 생활하는 생각을 마음속에 항상 꿈꿔왔기 때문입니다. 회계분야 회사에서 일했는데 업무 스트레스가 컸구요. 그래서 휴가나 휴무일에는 산이나 바다 등 자연 풍광이 좋은 곳으로 다녔습니다. 회사생활은 야근도 많고주말에 일할 때도 많고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잖아요. 초록색이나 탁트인 자연을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됐습니다.”

경험도 자금도 없었던 박나현 씨는 농촌에 가서 집을 사고 땅을 사서 살수 있는 여건이 안됐다. 그러던 중 TV에서 충남 금산의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을 보고 인터넷을 통해서 조사해봤다. 전주에 친척이 살고 있어서 가까운 전북 고창을 선택하게 됐다.

고창은 다른 지역에 비해 청년들에게 지원하는 시스템이 좋았다. 농업기술센터를 통해서 가공 교육을 배우고 청년농부들의 모임인 4H클럽을 소개받았다. 이곳은다양한 농사를 짓는 비슷한 연령대의 청년들의 모임인데 청년 농부들이 소통할 수 있어 지역에 처음 들어온 청년 귀농귀촌인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박나현 씨는 “초반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땅은 어디가 좋고, 작물은 어떻게 선택할지 대화할 사람조차 없었죠. 고창 청년농부들의 모임 4H클럽에서 만난 청년들과 소통하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텃밭의 장수작물 아스파라거스 매력에 ‘푹’

고창에 정착한 박나현 씨는 10개월 생활하는 동안 10개 작물 재배에 도전했다. 어떤 작물이 맞는지 몰라 다양한 작목을 재배했으며 자급자족 생활을 이루기 위해서도 다소 욕심을 냈다.

박나현 씨는 “특히 토마토 스마트팜에 관심이 쏠렸어요. 하지만 자금면에서 현실에 부딪히게 되면서 현시점에서는 하우스에서 토마토를 재배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토마토 스마트팜의 꿈을 접고 우연히 견학간 아스파라거스 농가에서 새로운 눈을 떴다. 아스파라거스는 한번 심으면 10년에서 15년 정도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홀로 초보 귀농인에게 적합한 작목이었다.

귀농귀촌 청년 창업농 교육을 받으면서 아스파라거스 농장에서 만난 분을 멘토로 삼아 재배 노하우를 배우고 있는 박나현씨는 당장 수확량이 없어 3년쯤 뒤를 내다보며 SNS 통한 직거래를 준비중이다.

농장은 ‘탐나농’이라고 지었다. ‘가치를 높이는 탐나는 농산물’을 의미한다. 지금은 아스파라거스만 재배하고 있지만 향후 지역의 로컬푸드도 판매할 생각이다.

2020년, 아스파라거스 1,000평까지 늘릴 것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통해 귀농귀촌을 체험하고 있는 박나현 씨는 ‘귀농귀촌을 시도할 때 큰 자금을 들이지 않고 여러가지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다만 수익구조 없이 체류형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민생고가 생기는 문제점이 있다. 수익이 생기지 않는 귀농 초보자들을 위해 지역에서는 품앗이나 로컬푸드판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주선하기도 한다.

나현 씨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구조가 있으면 훨씬 좋을 것입니다. 체류형 교육이 끝나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구조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바램을 전했다.

꿈과 희망을 찾아 귀농했지만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때도 많았다. 특히 아스파라거스 수확량을 높이고 싶었지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조차 막막했다. 이때 4H클럽 회원들의 응원과 도움이 큰 힘이 됐다.

나현 씨가 4H클럽의 도움만 받은 것은 아니다. 도심에서 회계분야 일을 했던 전공을 살려 모임 내 재무 업무를 조언해주는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그녀의 아스파라거스 농장은 매우 작다. 하지만 2020년까지 1,000평으로 늘릴예정이다. 현재 육묘를 해놨다. 내년에 정부의 청년창업농 정착지원사업에 도전해서 생활비를 지원받고, 귀농창업자금을 저리로 융자 받아서 늘려갈 계획이다.

나현 씨는 “청년창업농 제도가 없다면 청년들이 농업을 직업으로 가질 수 없었을 것 입니다. 앞으로는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 식품가공사로서 역량을 키우고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개발하고자 합니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영미 기자 news@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