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파머] 박학주 "스마트 팜에만 의존하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주)연우' 박학주 (39 충북 음성)
투자가 빠른 만큼 성공도 빨랐다
윤종옥 기자 2020-01-16 10:19:00
사진= 박학주'(주)연우' 대표
사진= 박학주'(주)연우' 대표

우리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힘든 일은 둘째치고 쉬운 일도 함께하면 더욱 쉬워지고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농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예부터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품앗이를 해 왔다. 이는 늘 변함없는진리로, 스마트 팜 시대에도 품앗이가 필요하다. 정보 교류 말이다.

더 도약하기 위해 도입한 스마트 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건축회사를 운영하다가 지금은 버섯 농사를 짓고 있는 ㈜연우의 박학주 대표. 건축일을 하면서 회사는 성장했지만, 박 대표는 병을 얻었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다른 일을 찾게 됐다. 버섯 시설을 만들었던 경험이 바탕이 돼 이 길을 걷게된 박 대표는 이제 어엿한 9년 차 농부다.

충북 음성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연우는 총 9,990㎡(스마트팜 5,280㎡)의 시설에서 1년에 1,800만 병의 배지(버섯을 키우기 위한 영양원)와 2,000여 톤의 버섯을 생산한다. 2016년 10월 미국에 4톤을 수출하기 시작해 올 10월까지 연간 480여 톤(180만 달러어치)을 추가로 수출할 예정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 새송이, 느타리, 팽이 등에 대한 유기농 인증도 받았다. 상표등록과 함께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유기농 배지를 일반 배지 가격으로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수준 높은 버섯 재배 기술력과 자동화된 최신 시설을 바탕으로 수출 품목을 늘려 2018년까지 수출 250만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는 2016년 6월에 충북에서는 처음으로 스마트 팜을 도입했다. 50개의 재배동을 운영하는데, 한사람이 각 동을 하루 세 번 돌아보면 하루가 다 가는 상황을 개선하고 싶었다. 박 대표의 선택은 ICT 도입이었다.

마침 정부의 지원 사업이 있어 주저 없이 신청했다. 같이 신청한 농가들은 컨설팅 결과 자부담금이 예상보다 커지자 모두 도중에 포기하고 오직 연우만 남았다. 총비용 1억원 가운데 4,000만 원은 지원금으로 충당했다.

주변에서는 불필요한 투자라며 우려를 했으나 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동안 해오던 방식대로 농사를 지어도 큰 문제가 없기는 하겠지만 한 걸음 더 도약하고 싶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기에 기계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도 작용했다. 지금은 주변 농가에서도 연우의 사례를 보고 스마트 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부담 백 배, 효과 천 배


음성군은 수도권과 가까운 데다 기후 조건이 좋아 버섯 재배 단지가 형성될 만큼 버섯 농가가 많은 곳이다. 그들 중 평생 버섯농사를 짓다가 수익 악화로 농사를 접은 농가도 꽤 된다.

박 대표는 “그분들이 진즉에 스마트 팜에 투자했더라면 평생 해온 일을 접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수십 년의 경험으로 터득한 데이터가 자료화되지 않고 머릿속에서 잠자는 일은 분명 개인만의 불행이 아닐것이다. 뒤늦게나마 연우의 성장을 보고 스마트팜으로 변신하는 농가들이 있으니 조금은 다행스러운일이다.

박 대표는 “스마트 팜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초기 시설 비용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점이 훨씬 더 많다”고 강조한다. 우선 관리가 쉬워졌다. 일손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가령 50동을 일일이 관리할 때는 한 사람이 한 번씩 돌아보는 데만도 하루가 꼬박 걸렸다. 하지만 스마트 팜 도입 후에는 한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한 사람이 관리하는 범위가 그만큼 넓어진 것.

그뿐만이 아니다. 온도야 기존에도 자동으로 조절했지만, 습도나 이산화탄소의 경우는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면서 타이머로 조정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적정 온·습도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설정해 놓으면 자동으로 유지된다. 과거의 데이터와 비교하기도 쉬워졌다. 안정적인 생산이 이뤄지면서 생산성 역시 20%가량 향상됐다.

특히 예전에는 20개의 방가운데 1개의 비율로 죽었지만 지금은 죽는 방이 아예 없다. 앞으로 데이터가 2년쯤 더 쌓이면 지금보다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박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8년 전에 이미 배양소를 세운 연우는 남들보다 먼저 스마트 팜을 시작한 덕에 정부의 지원 사업에
서도 좀 더 혜택을 볼 수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2017년 종자산업기반구축사업의 하나로 음성군이 올해 8월경 버섯종균배양센터를 세웠는데, 연우가 선정돼 운영을 맡게 된 것이다.

30억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종균배양센터는 우량 품질의 버섯종균을 생산·공급하는 시설이다. 배양실과 접종기, 혼합기, 입병기, 탈병기 등 버섯종균 생산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와 시설 장비 등이 갖춰져있다. 현재 정상 가동 중이나 아직 인터넷은 연결되지 않은 상태이며, 몇 가지 보완 작업을 거쳐 내년에는 인터넷을 포함해 완벽한 ICT를 갖출 예정이다.

스마트 팜의 장점을 알아보고 누구보다 먼저 도입에 앞장섰던 박 대표는 “그러나 스마트 팜에만 의존하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버섯은 계절 변화에 굉장히 민감한 작물인데, 축적된 경험 없이 표준데이터에만 의존하게 되면 계절에 따라 미세한 조정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봄과 가을은 온도는 비슷하지만, 습도 등 나머지 환경은 다르기 때문에 계절별로 조정이 필요하고, 이것은 누적된 데이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스마트 팜 가치 높이는 ‘데이터 공유’


박 대표는 예비 귀농인들이 버섯 농사를 쉽게 생각하는 것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버섯 농사는 크게 힘들어 보이지 않는 데다 스마트 팜으로 운영하면 그럭저럭 해 볼 만하다고 여겨 많은 귀농인이 선호하는 작물이다. 이 경우 귀농센터가 제공하는 표준데이터에 의지하게 되는데 이것이 위험하다는 얘기다.

이런 까닭에 박 대표는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빅데이터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다시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연우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방문자들에게도 숨김없이 다 보여준다. 다른 재배사들이 찾아오면 시설을 보여주면서 도움말을 청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들도 마음을 열고 자기들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경쟁 관계에 있는 업체끼리 도움을 주고받는 셈이다. 연우의 성공 노하우가 여기에 있는 듯했다.

스마트 팜의 대중화를 바라는 박 대표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 도움말을 내놓았다. 그중 하나가 ‘농가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때 수집 주기를 너무 길게 잡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기를 한 달로 잡을 경우 자료가 너무 방대해져 활용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아울러 ‘자신의 데이터만 들여다보지 말고 남의 데이터도 자주 봐야 공부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데이터를 공유하려는 마음가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끝으로 박 대표는 “정부에서 스마트 팜 사이트를 만들어 서로 자료를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게 한다면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윤종옥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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