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S]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남달랐던 반려견 사랑

윤지원 기자 2020-10-26 18:06:04
[스마트에프엔=윤지원 기자]
고인이 된 이건희 삼성 회장에 관한 여러 에피소드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는 다양한 취미를 가진 ‘취미 부자’기도 했습니다. 특히 반려견에 대한 사랑으로 유명했죠.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1취(趣) 1예(藝)는 있어야 삶의 질이 윤택해진다”며 반려견을 권하고 다녔을 정도라고 합니다.

자서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일본으로 건너가 학교를 다녔습니다. 낯선 곳에서 지내던 어린 유학생 시절, 유일한 위로는 반려견이었습니다. 그때 키운 강아지가 페키니즈였는데, 훗날 ‘나의 첫사랑’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였습니다.

이 회장과 견공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진돗개죠.

대한민국 대표 토종견 진돗개는 순종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이유로 1960년대까지 세계 견종 협회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이 회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1969년 직접 진도로 내려가 진돗개 30마리를 사들인 뒤 전문가들과 함께 몇 년에 거쳐 개체 수를 150마리까지 늘렸습니다.

그중 확실하게 순종이라 할 수 있는 한 쌍을 찾았고 1979년 드디어 협회 명단에 진돗개를 등록시킵니다. 이 과업을 위해 한남동 자택에서 진돗개 포함 200마리의 개를 키웠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소음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자 모두 에버랜드로 옮겼다는 후문도 전해집니다.

덕분에 그가 제일 좋아한 개가 진돗개로 전해지지만 사실은 소형견을 더 예뻐했다고 합니다. 부동의 1위는 1986년부터 키운 요크셔테리어 ‘벤지’였습니다. 아끼던 벤지가 10년 만에 죽자 이 회장은 포메라니안을 새로 입양한 후 또 벤지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회장이 집에 들어가면 가장 반갑게 맞아주는 존재가 벤지였는데, 발밑에 앉아 다른 개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독점했다는 회고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두 번째 벤지마저 열여섯 살 나이로 곁을 떠나갔습니다. 이때가 2009년이었는데, 도저히 그대로 보낼 수가 없었나 봅니다. 이 회장은 죽은 벤지를 생명공학 기술로 다시 불러옵니다. 충남대 김민규 교수팀은 메디클론과의 합작으로 벤지의 체세포를 배양해서 쌍둥이 복제견 벤지 2호와 벤지 3호를 탄생시킵니다. 2010년 태어난 이 쌍둥이는 일반인에게 분양되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또 한 번 더 복제가 성공해 벤지 4호까지 탄생했습니다.

애견 관련 사업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사실은 삼성화재안내견학교입니다. 1993년 설립된 이후 매년 10마리 이상의 훈련 받은 안내견이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상으로 분양되고 있습니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안내견도 삼성에서 받은 레브라도 레트리버, 조이입니다. 조이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장에 입성하는 견공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 78년 인생의 모든 영광과 모든 짐을 내려놓고 영면에 든 고 이건희 회장.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그토록 사랑하던 두 마리 벤지를 만나 회포를 풀고 있을까요?





윤지원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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