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롯데의 추락 어디까지?…롯데마트 구리점도 폐점 수순

한때 전국 매출 ‘톱3’ 달성 등 경기 동부권 대표 매장 불구 계약 미연장
지난해 12개 마트 등 100곳 폐점 이어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도 단행
3조원 들인 7개 계열사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조영제 대표 사실상 경질
온라인뉴스 기자 2021-03-02 18:26:30
롯데마트. (사진=연합뉴스)
롯데마트.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조성호 기자] ‘유통공룡’ 롯데는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롯데그룹을 재계 5위까지 끌어올린 핵심 부문인 유통사업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롯데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지난해 실적 악화로 전국 12개 점포를 폐점한 롯데마트는 199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에 나서고 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무려 3조원이나 투입한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은 수장이 교체됐다.

아울러 오는 4월에는 한때 전국 롯데마트 중 매출 ‘톱3’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롯데마트 구리점도 폐점의 기로에 놓였다.

실적 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롯데는 매장 줄폐점과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다. 롯데 유통사업이 이를 바탕으로 의도치 않게 사실상 전면 개편되고 있는 셈이다.

한때 매출 ‘톱3’ 롯데마트 구리점, 오는 4월 폐점 수순

2일 구리시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 구리점이 오는 4월 폐점할 예정이다. 이 곳은 지난 1999년 롯데쇼핑이 구리시와 20년 임대계약을 맺고 지난 2019년까지 운영한 후 2년간 재임대계약을 맺고 운영 중이다.

하지만 올해 임대계약 만료를 앞두고 롯데쇼핑이 재계약에 나서지 않으면서 경쟁 입찰이 진행됐다. 이에 4번의 유찰 끝에 엘(L)마트가 최종 선정됐다.

엘마트는 5년간 롯데마트 구리점이 위치한 구리종합유통시장 인근 부지를 연 33억원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임대권을 낙찰받았다. 1차 공모에서 최소입찰가액은 47억원이었다.

엘마트가 구리시에 제출한 대규모점포 개설 계획에 따르면 엘마트는 2만8584㎡(약 8661평)을 임대해 4월 20일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다만 최종 영업 개시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롯데마트 구리점의 경우 구리시와의 임대계약 만료에 따른 운영 종료이지만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지난해 2월 발표한 향후 5년간 200여개 부진 점포 정리 계획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수익성이 저하된 12개 롯데마트 지점을 포함해 100여개의 매장을 차례로 폐점한 바 있다. 구리점의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임대료 부담도 있어 폐점 수순에 돌입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올해 초 왕숙천을 사이에 두고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이 개장하면서 고객 이탈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구리점 내 일부 임대 매장들은 아울렛 개장과 함께 이곳으로 이주하는 등 점포 이탈 현상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롯데마트가 지난해 말부터 구리점을 ‘세미 다크 스토어’ 점포로 운영하는 등 온라인 배송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어 실제 폐점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마트 구리점이 구리시를 비롯해 경기 동부권 내 대표적인 대형마트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대형 아울렛이 개점하면서 고객 분산에 따른 경영 악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롯데마트가 지난해부터 수익성을 고려해 점포 줄이기에 나서고 있고 최근에는 희망퇴직까지 신청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연 수십억원의 임대료는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27일 열린 롯데온 기자간담회에서 온라인 사업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대표). (사진=롯데쇼핑)
지난해 4월 27일 열린 롯데온 기자간담회에서 온라인 사업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대표). (사진=롯데쇼핑)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에 ‘롯데온’ 수장 사실상 경질

롯데마트는 지난달부터 정직원 4300여명 중 동일직급별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캐셔 등 무기계약직은 이번 희망퇴직에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희망퇴직은 1998년 롯데마트 창사 이래 처음이다.

희망퇴직자에게는 퇴직위로금으로 근속연수별 최대 기본급 27개월분과 대학생 자녀 1인당 학자금 500만원을 일시에 지급한다.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660억원에 이르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자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셈이다.

한편 지난달에는 ‘롯데온’ 사업을 이끈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대표)이 사업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롯데온’은 신동빈 회장이 ‘뉴롯데’를 표방하며 7개 유통 계열사들을 통합한 온라인 쇼핑몰이다.

백화점, 마트, 슈퍼, 닷컴, 롭스, 홈쇼핑, 하이마트 등 계열사 각자의 온라인 쇼핑몰을 한 곳으로 합쳤지만 서비스 첫날 시스템이 불통되기도 했다. 또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불편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 데다 통합몰 출범에도 기존 계열사 온라인몰이 따로 운영되는 등 매끄럽지 않은 운영에 시장 평가는 싸늘했다.

더구나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지난해 총거래액을 37% 늘리는 등 적자폭을 줄이면서 격차를 벌리고 있다.

반면 롯데쇼핑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 3000억원대는 지난 2001년 4208억원을 넘어선 이후 처음이다.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출범한 ‘롯데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다.

이에 조영제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 등과 함께 사업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조 대표가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조성호 기자 chosh7504​​@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