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바이칼 호수…러시아혁명 당시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이성민 기자 2021-10-03 14:21:29
바이칼 호수
바이칼 호수


[스마트에프엔=이성민 기자] 집필을 위해 자료 조사 중이던 어느 날. 작가 김주앙의 머리 속엔 교복 시대에 단체 관람했던 영화 ‘닥터 지바고’가 문뜩 떠올랐다.

연인 라라를 닮은 여성이 걸어가자 전차에서 내리다가 심장발작으로 쓰러지는 지바고. 주인공 지바고의 서글픈 운명에 뭉쳐오는 연민, 아버지 생각까지 겹쳐지면서 몰려왔던 아픔.

‘현대사의 비극’이라는 짤막한 글을 읽고 너무 슬퍼 술을 마시고 통곡한 뒤 소설을 생각한 그였다. 글은 러시아혁명 직후인 1920년 극동으로 도주하던 러시아인들이 바이칼호수에서 얼어 죽은 사건을 담고 있다. 혁명은 무조건 정의롭다고 생각하던 가치관에 미묘한 균열이 생긴 순간이었다.

시간적 배경이 비슷해 자료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닥터 지바고’를 펴들었다. 방대한 자료 조사에서 찾을 수 없었던 극동의 망명 공화국 건설에 대한 이야기가 한 페이지 가득 실려 있었다.

장편소설 ‘바이칼 호수’는 1920년 바이칼호수에서 백계 러시아인 25만명이 동사하고 4조 루블에 달하는 금괴 50여 톤이 실종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발레리나의 파란만장한 삶과 아름답고도 질긴 사랑을 담아냈다.

정보기관 요원인 예브그라프 지바고(그라샤)는 가난한 인민들에게 물질적인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그의 연인인 볼쇼이 발레리나 레다 레베드는 발레로 인민을 위로하는 데 헌신한다.

혁명 직후 국가적인 차원에서 황금찾기 사업이 펼쳐지는 가운데 ‘붉은 귀족’이 되고 싶어 하는 첩보학교 아나톨리 소츠코프는 동사한 페드로프 백작의 부인과 레다의 관계를 이용해 레다의 얼굴을 망가뜨리고 잔인하게 짓밟는다.

그라샤와 청소부로 추락한 레다는 온갖 악행을 저질러온 아나톨리를 죽이려다가 체포돼 재판이 받게 되면서 가려졌던 진실들이 마침내 드러난다.

바이칼 호수는 ‘닥터 지바고’의 후속편을 표방하는 작품으로 1920년부터 1950년대까지 30년간을 시대적 배경으로 모스크바와 블라보스토크, 시베리아의 바이칼호수 등을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과 빠르게 이어지는 서사, 놀라운 음모와 반전 등 장편의 미덕을 잘 보여준다.

한편 김주앙 작가는 2010년 장편소설 ‘파파향기 술향기’로 제2회 구상문학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주앙, 엠지엠미디어, 2만2000원



이성민 기자 news@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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