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지·투싼과 경쟁, 쌍용 토레스...'잭팟과 용두사미' 사이

스포티지 투싼 등 준중형 SUV 대비 어떤 경쟁력 있을까?
쌍용차 정상화와 디자인 완성도가 흥행의 핵심
박지성 기자 2022-06-20 18:36:21
[스마트에프엔=박지성 기자] 쌍용자동차가 새로운 중형 SUV 토레스를 앞세워 부활을 노리고 있다. 정통 오프로드 SUV 디자인에 기존 코란도에 비해 커진 차체,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전계약 첫 날 계약 대수가 1만 2000대를 넘어서며, 브랜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토레스는 과거 쌍용차의 SUV 전성시대를 이끌던 '무쏘'와 '2세대 코란도'의 디자인 요소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 호평을 받고 있다. 1996년 2세대 코란도 이후 쌍용차는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무쏘의 후속격인 카이런과, 코란도의 후속인 액티언 등은 성능 여부를 떠나 조악한 디자인에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왼쪽부터 2세대 코란도, 무쏘, 토레스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왼쪽부터 2세대 코란도, 무쏘, 토레스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그나마 렉스턴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SUV로 사랑을 받아왔지만, 경쟁사에 비해 신차 발표가 늦어지면서 '사골'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후 G4렉스턴이 나왔지만 역시 디자인에 대한 지적을 받았고, 2020년 올뉴렉스턴이 출시되고 나서야 소비자들의 디자인 지적이 잦아들었다.

그러는 사이 쌍용차는 파업과 부도 등 부정적 이미지에 둘러 쌓였다. 소형 SUV 티볼리가 위기의 쌍용차를 지탱해 주는 효자 모델 역할을 했지만, 이것이 독이 됐다. 쌍용차를 대표하는 아이콘인 코란도에 티볼리 디자인을 입히면서 소비자들이 쌍용차 브랜드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계기가 된 것이다. 특히 '뷰티풀 코란도'라는 명칭은 쌍용차 충성 고객들에게 "쌍용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거친 비난까지 받았다.

쌍용차의 파워트레인은 현대차나 기아 등 경쟁사에 비해 부실하다. 렉스턴은 2.2 디젤이고, 토레스 역시 1.5 가솔린 터보로만 출시된다. 3.8 가솔린, 2.5 가솔린 터보, 2.0 디젤, 1.6 가솔린 터보, 1.6 터보 하이브리드 및 LPG까지 출시되는 타사의 SUV 비해 소비자 선택권도 없다.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도 반짝 관심 이후 여러 사정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토레스의 흥행 조짐은 쌍용차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사전 계약 첫날에 1만 2000대 돌파, 그리고 온라인상에서의 지속적인 호평과 관심은 토레스가 쌍용차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게 한다.

스포티지 vs 투싼 vs 토레스...경쟁력 있을까?

다만, 막상 차량이 출시됐을 때 사실상 경쟁 차종인 기아와 현대차의 '준중형 SUV' 스포티지, 투싼과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왼쪽부터 기아 스포티지, 현대 투싼, 쌍용 토레스
왼쪽부터 기아 스포티지, 현대 투싼, 쌍용 토레스
우선 국내 소비자들이 중요시 하는 차체 크기가 문제다. 토레스는 쌍용차 내에서 대형 SUV인 렉스턴과 준중형 SUV 코란도 사이를 메꾸는 중형 SUV를 차지한다. 그러나 스포티지나 투싼과 크기를 비교하면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토레스의 전장은 4685mm이다. 기아 스포티지의 전장은 4660mm, 투싼은 4630mm이다. 스포티지와는 불과 25mm의 차이다. 차량의 앞뒤 길이인 전장에서 25mm 차이는 디자인적으로 차체 크기에서 큰 차이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내부 공간을 좌우하는 축간거리에서는 스포티지와 투싼(각 2755mm)이 토레스(2680mm) 보다 훨씬 크다.

전폭(좌우 폭)과 전고(차 높이)에서는 토레스 전폭 1885mm, 전고 1710mm로 스포티지/투싼의 1865mm, 1655mm에 비해 우위를 보인다. 트렁크 용량 역시 토레스가 703리터로 스포티지(632리터), 투싼(622리터)에 비해 크다. 토레스는 트렁크 크기를 확보하는 대신 실내 공간을 다소 포기한 셈이다.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상 실제 토레스가 출시된 이후, 실물 모델의 디자인 디테일 요소나 스포티지 등에 비해 외관상의 크기 등에서 경쟁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흥행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이와 연계된 또 다른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다. 토레스는 쌍용차의 중형 SUV이기 때문에 기아 쏘렌토나 현대 싼타페에 비해서는 가성비가 뛰어나다. 토레스 T5는 2690~2740만원에서 시작하고, T7은 2990~3040만원에서 시작한다. 풀옵션을 선택할 경우 35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쌍용 토레스 가격표
쌍용 토레스 가격표


현재 공개된 가격표를 보면, 토레스의 장점은 T5 기본모델부터 12.3인치 인포콘 내비게이션을 기본 탑재한다. 자동변속기, 가죽시트, 차선이탈경고 및 유지보조 등 스마트크루즈컨트롤과 4륜구동, 스마트키 시스템 외에 왠만한 사양은 기본 품목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실제 경쟁 차종인 스포티지(1.6 가솔린 터보 기준) 역시 2673만원의 프레스티지 트림이나 2923만원의 노블레스 트림을 선택한다면, 각각 토레스 T5와 T7 사양과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는다. 옵션 선택 부분에서 쌍용차에 좀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스포티지나 투싼에 비해 토레스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기는 어렵다.

기아 스포티지 1.6 가솔린 터보 가격표
기아 스포티지 1.6 가솔린 터보 가격표


토레스의 엔진은 1.5 가솔린 터보다. 코란도 기반의 신차로 1.5L 가솔린 터보 엔진과 3세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최고 출력은 170마력, 최대토크는 28.6kgf·m 수준으로 예상된다.

스포티지의 주력 모델인 1.6 터보 가솔린 모델의 최고 출력은 180마력, 최대 토크는 27.0㎏f·m이다. 특히 스포티지는 국내 시장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LPG 모델까지 8월에 출시 예정이다. 디젤, 가솔린, 하이브리드, LPG 모델을 갖춰 소비자 선택권을 넓혔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 맞는 적극적인 전략이다.

앞서 2020년 올뉴렉스턴이 디자인 호평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는 이유는 가격 경쟁력 부족이 한 몫 했다. 2.2 디젤 기준으로 렉스턴 기본 모델인 럭셔리 트림이 3707만원부터 시작하는데, 고급차량인 만큼 적당한 옵션만 추가해도 4000만원을 넘는다.

현대 팰리세이드 2.2 디젤의 기본 트림인 익스클루시브(4017만원)과 310만원의 차이가 나지만, 쌍용차 위기로 인한 AS 우려 및 중고차 가격 방어 등의 단점을 극복하기에 가격 경쟁력이 충분치 않았다.

토레스 역시 사실상 경쟁 모델인 스포티지나 투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7월 출시 이후 쌍용차의 마케팅과 추후 쌍용차의 안정화가 '잭팟'이냐 '용두사미'냐를 결정 짓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 기자 captain@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