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부동산, 부채, 버블의 경제학

혼돈의 부동산시장을 데이터로 들여다본다
20년 경력 경제연구원 이코노미스트의 총체적 전망
이성민 기자 2022-07-26 14:42:38
[스마트에프엔=이성민 기자] 10년마다 부동산 활황과 침체가 반복된다는 부동산 10년 주기설이 민간에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상환능력을 따지지 않고 카드 발급을 남발해서 수많은 사람이 신용불량자가 된 2003년 카드 사태 때만 주택가격이 소폭 하락했고 나머지 기간에는 내내 가격이 상승했다.

부동산, 부채, 버블의 경제학
부동산, 부채, 버블의 경제학
2010년대 초반 주택가격이 하락했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수도권만 하락했고 같은 시기 5개 광역시가 상승해서 전국 평균 아파트매매가는 상승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급락해서 상당 기간 조정을 거친 뒤 다시 상승한 해외 주요국 부동산시장과 달리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매우 장기간에 걸쳐 가격이 상승했다는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도 2010년대 후반 가격 급등 후 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양적 완화로 이전보다 훨씬 더 가격이 급등했다. 이처럼 오랫동안 조정을 거치지 않은 부동산시장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데이터로 보면 통념에 가려져 있던 부동산경제의 진실이 보인다. 부동산시장의 변수는 다양하고 각각의 변수가 나비효과 같은 예측불허의 상황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해도 곧 풍선효과가 나타나 무력화되고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주택공급을 확대하다가 미분양주택이 급증하기도 한다. 부동산 경제학은 그동안 의도와 신념에 의해 왜곡되어왔다. 주택가격이 하락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시장 침체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만 강조하거나 반대로 업계와 투자자의 바람을 투영해 긍정적인 전망에 경도되는 것은 주택 수요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부동산과 금융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미래에 펼쳐질 가능성이 있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해 개인과 가계, 기업과 정부 등 각 경제주체가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표준적인 데이터와 기준을 제시한다.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계속 규모를 불린 단기부동자금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 가상화폐 시장을 한껏 부풀렸다가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에서 먼저 빠져나가면서 수많은 이들을 패닉에 빠뜨렸다.

대규모 단기부동자금이 언제 어떻게 자산시장을 옮겨 다니며 급등과 폭락을 불러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원자재가격 급등과 건설인력 부족 현상은 중저가 주택가격을 지지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지난 20년간 계속 상승한 주택가격은 그만큼의 하락 압력이 누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경제성장률, 물가 상승률 및 시장 금리 등의 지표를 활용해 주택가격의 실질가치와 내재가치를 분석하고, 미국 등 해외 주택가격 상승률과 비교함으로써 버블 여부를 진단한다.

건전한 가계재무와 금융시스템 효율화를 위한 연구 및 강의를 펼치고 있는 금융의창 대표 박덕배는 한국수출입은행을 거쳐 제일금융연구원, 하나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을 역임했다. 가계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되는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설문 통계 구축 초기에 자문위원으로 수년간 참여했고 현재 서민금융연구원 학술부원장으로 활동하며 한국은행 금융안정포럼 회원으로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과 대응에 자문하고 있어 거시경제와 서민 경제에 해박한 이코노미스트로 손꼽힌다.

이 책의 내용은 지난 이십여 년간 경제연구원에서 연구한 것을 발전시키고 최신 상황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를 조망하는 정확한 분석이 절실한 시기, 정통 경제학의 방법론으로 현실 경제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자 집필했다.

현재 중산층 이하 가구는 자산의 80% 정도가 부동산 자산에 편중돼 있다. 상류층은 부동산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했지만, 유동화하기 쉬운 금융자산 비중도 높다. 그러나 중산층 이하는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아 자산을 유동화하기 어려우므로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위기의 시대는 부가 재편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한 치 앞을 알기 어려운 현실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기회를 재빨리 잡을 수 있도록 자산 비중을 조정하고 유동성 확보가 손쉬운 자산구조를 갖춰야 한다.

허과현 한국금융신문 회장은 "미국 연준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양적 완화로 풀린 과잉 유동성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지금, 부동산과 금융의 복잡한 관계를 방대한 데이터와 사례로 분석한 이 책의 출간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출간을 반겼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최현자 교수는 "평생 월급이 나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경제 활동을 하는 모든 이들의 최대 관심사인 요즈음 집 한 채에 노후를 맡기지 않고 생애 전반에 걸쳐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재무설계를 하려는 소비자에게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추천했다.

충남대 경제학과 김민정 교수는 "철저하게 데이터에 근거한 정밀성을 추구했던 저자의 연구 태도가 책에 그대로 드러난다. 경제 현상에 대한 합리적 이해를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밝혔다.

‘경제 읽어주는 남자’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거시경제와 미시경제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부동산 버블과 가계부채, 부동산시장의 구조변화를 총체적으로 다룬 이 책을 만나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통계분석으로 살펴보는 대한민국 부동산의 현주소

이 책에서는 지난 20년간의 주택시장을 살펴보며 각 정부의 정책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집권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부동산시장 안정과 부양 사이에서 완전히 방향을 바꾸며 엇갈린 정책을 펼치면서 부동산시장은 더욱 혼돈으로 빠져들었다.

서로 다른 정책 목표들이 충돌하거나 목표와 정책 수단이 어긋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는 투기수요 억제와 규제 강화를 통해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려는 목표를 줄곧 추진했으나, 수요가 높은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공급을 축소하는가 하면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이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이었는데도 금융완화정책을 오히려 지속·확대했고 국토균형개발을 추진하면서 집값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가격을 빠르게 상승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주택시장을 부양하려고 했으나 민간 건설 주택보다 수요자에게 혜택이 큰 보금자리주택 정책 등 공급 확대 정책으로 민간 건설경기를 오히려 위축시키고 전세대란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경기 활성화 정책 ‘초이노믹스’와 공급 억제 정책은 문재인 정부 시기 가장 큰 효과를 발휘했다.

필요할 때 바로 공급할 수 없어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주택시장의 특성, 시차를 두고 효력이 발생하는 정책 효과,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거시경제 변수들이 결합해서 예기치 않았던 결과로 나타난다. 새로 출범한 정부의 정책은 시장의 변수들과 결합해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부동산 버블에 관한 논의에서 일본의 버블 붕괴는 늘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대표 사례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도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겪었다. 1986년 말부터 1991년 중반까지 불과 5년 사이 국내 주택가격은 약 2.2배 상승했다.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이 2002~2021년까지 20년간 2.9%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당시의 급등세가 얼마나 가팔랐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다 1991년 중반부터 1992년 중반까지 약 1년간 주택가격이 전국 13.2%, 서울 18.9% 떨어졌다.

이후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면서 조금씩 가격을 회복하다 외환위기가 발발하며 1998년 전국 주택가격이 전년동기대비 약 14%가량 하락했다. 이렇게 10년 가까이 부동산시장 침체를 겪으면서도 우리나라가 일본과 다른 길을 걸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당시 한·일 부동산 버블의 양상이 어떻게 달랐는지 분석하는 한편, 1990년대 초반과 2020년대 초반 한국의 거시경제 환경과 인구구조, 경제 여건을 비교함으로써, 버블 붕괴 후에도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는 조건을 살펴본다.

이 책은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가격도 하락하지 않는 주택시장 스태그플레이션이 부채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의 악순환을 낳는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과 가계부채 부실이 심화되어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총체적인 가계부채발 복합불황 가능성을 살펴봄으로써 우리 경제가 직면한 현실을 본격적으로 분석한다.

부동산가격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당장의 경제적 고통을 감내할 수 없다면 개별 주체에게 장기적 상승은 무의미하다. 북유럽 3국은 부동산 버블 당시 가격이 4배, 심지어 9배 급등했다가 1/4 토막이 났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이어져 금융기관들의 파산과 대대적인 실업 사태로 이어졌다. 버블 붕괴가 금융위기로 이어지면 부동산 투자 여부와 상관없이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게 된다.

인구구조 변화와 주택시장의 미래

3부에서는 다가올 주택시장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추세 속에서 2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더 가까운 곳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하게 됐다. 전체 인구가 감소하지만 지역별로 균등하게 감소하지 않고 남은 인구가 특정 지역에 몰리는 상황에서, 수요가 높은 지역은 택지가 부족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사업성 부족으로 주택공급이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는 신규 택지를 지정해서 신도시를 조성하기보다는 재건축을 통해 신규 주택을 공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노후신도시 재생특별법’이 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건설된 지 30년이 된 1기 신도시에, 도시계획에 따른 복잡한 사업절차를 간소하게 적용하고 용도지역·층고제한·용적률·임대주택 의무비율 등 건축규제를 완화해주는 법을 만들어 양질의 주택을 10만 호 이상 추가 공급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려는 취지의 법안이다.

1기 신도시 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전국 택지지구 아파트 단지도 형평성을 내세워 특별법 적용을 요구할 것이다. 2기 신도시 역시 일찌감치 특별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재건축 연한을 한참 넘기고도 재건축이 추진되지 않는 아파트가 많다. 노후아파트가 절반 이상이 되면, 재건축 대상이 되는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는 주택시장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

한편, 1인 가구 급증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주거 다운사이징이 진행될 예정이다. 동시에 재택근무와 가내 창업·부업이 일반화하면서 주거공간을 다기능화·복합화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1, 2인 가구 급증 추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중형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베이비부머는 아동기, 청년기, 중년기 등 인생 전환기를 맞이할 때마다 늘 대한민국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노년으로 들어선 베이비부머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생산인구 감소로 잠재성장률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이에 따라 부동산 직접투자 리스크가 증가하면, 자산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임대차시장의 구조가 변화하고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여건이 변화하면 적자가 발생할 수 있는 주택연금의 손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세대 공유 주택연금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개혁처럼 주택연금 개혁도 미루지 말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성민 기자 news@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