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예냉', 저장기간 짧은작물 품질유지 효과적

박찬식 기자 2019-11-06 11:02:34

[스마트에프엔=박찬식 기자] 밭이나 과수원에서 수확한 원예생산물이 가지고 있는 열을 포장열 (field heat) 혹은 품온이라 하며 여름이나 햇볕이 강한 낮에 수확한 원예 생산물은 많은 포장열을 가진 상태에서 수확된다. 수확후 유통 혹은 저장고 입고 전에 별도의 시설에서 짧은 시간 내에 품온을 낮추는 작업을 예냉이라고 한다. 이러한 예냉은 채소류와 같이 수확당시 호흡열의 발생이 많고 저장기간이 짧은 작물의 품질유지에 효과적이다.

과실류 및 신선 채소류의 수확 후 선도저하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호흡작용, 증산작용, 에틸렌 생합성, 갈변 및 흑변현상 등이 있는데 이러한 현상들은 온도에 의에 크게 좌우된다. 특히 6월~9월 초순에 수확하는 원예작물은 수확 시 품온이 30℃ 이상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서 그대로 수송을 하게 되면빠른 호흡작용에 의해 당분과 유기산이 소모되어 단맛과 신맛이 감소하는 등 신선도와 풍미가 떨어지고엽채류 등의 채소 작물은 잎이 마르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저장용 과실의 경우에도 품온이 높은 생산물을 계속 저장고에 입고하면 저장고 내 온도를 낮추는데 많은 시일이 요구되어 먼저 입고된 작물은 오랜 기간 적정온도 조건보다 높은 온도에서 저장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처럼 수확시기가 여름철이고 햇볕이 뜨거운 오후에 수확하는 원예 생산물을 컨테이너로 수송하거나 냉장용량 (시간당 온도를 낮출 수 있는 냉각 능력) 이 작은 저장고에 입고할 때는 수확즉시 생산물의 품온을 낮추는 것이 품질 유지에 효과적이다.

따라서 과실류나 채소류는 수확 후에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저온 유통시스템(cold chain system) 하에서 유통이 되어야만 그 자체의 고유의 품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저온유통시스템의 발달이 미흡하고 저온유통시스템의 선결요건인 예냉(precooling)도 도입단계에 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과실이나 채소류에 다양한 방식의 수확후 예냉이 보편화 되어있으며 국내에서도 차압통풍예냉 및 냉각수 예냉에 대한 기술이 독자적으로 개발되어 다양한 형태로 현장에 보급되고 있다.


수분손실 억제


과실은 수확후 주변환경 및 자체 호흡, 증상에 의해 일정하게 수분을 발산한다. 발산된 수분은 다시 보충될 수 없으며 따라서 무게감소가 일어나고 과실은 위조(shriveling, wilting)하게 된다. 수분증발은 수증기에 의해 포화된 세포간극내의 내부공기와 불포화된 외부공기사이의 수증기압 차이 때문에 일어나고 수분증발의 속도는 외부 온도와 상대습도에 의해 결정되므로 과실 수확후 품온을 빨리 낮추어 수분손실을 억제시킬 수 있다.

호흡활성 및 에틸렌 생성억제

사과는 수확후 호흡 및 에틸렌 생성이 증가하는 급등형(climacteric)과실에 속한다. 이러한 급등형

과실은 저온에 저장함으로써 호흡의 증가와 에틸렌의 생성을 억제시킬 수 있는데 수확 후에 바로 과실의 품온을 낮추지 않고 상온에 방치하면 호흡의 증가와 다량의 에틸렌 생성으로 과실의 저장수명이 현저히 단축된다.

병원균의 번식 억제

과실 표면이나 내부에 침투해 있는 병원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시켜 보다 신선한 상태로 과실을 유지시켜 주는 것도 수확후 관리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병원 미생물의 생장과 번식속도는 온도에 따라 크게 다른데 낮은 온도일수록 이들의 생명현상은 현저히 둔화된다. 사과 표면에 많이 기생하여 저장 중에 과실을 부패시키는 잿빛곰팡이(Gray mold rot, Botrytis cinerea)나 푸른곰팡이(Blue mold rot, Penicillium expansum)는 비교적 저온에서 생육이 저하되기 때문에 수확후 바로 온도를 낮추는 것이중요하다.

손실률 감소

수확 후 예냉 처리를 거친 생산물과 거치지 않고 출하된 생산물은 유통기간이 크게 차이난다. 예냉을거친 생산물은 시장 유통 중 중량 감소, 변색, 부패, 변질이 억제되어 신선도가 유지되므로 소매상에 진열되는 기간도 길어지고 그만큼 판매에 부담이 적다. 따라서 원예 생산물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상인은 안심하고 안정적으로 상품을 구입하게 된다. 한편 도매 시장에서는 수송된 생산물의 재선별에 따른 유통기간 단축 및 쓰레기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저온통풍식 예냉(room cooling)

냉각매체로서 찬 바람을 이용하는 것으로 저장고 내의 냉기를 순환시켜 골판지 상자나 플라스틱 상자의 외부로부터 냉각하는 방식이다. 통상의 냉장차 등을 활용할 수 있어 간편하지만 냉각효율이 낮고 냉각에 장시간을 요한다. 그러나 예냉처리에 이어 저장을 할 때는 예냉 후에 다시 운반할 필요가 없으므로 과실류에서는 많이 이용된다. 통상의 과실류에서는 품온 25℃ 이상일 때 5℃까지 내리는데 10~24시간이 소요된다. 별도의 예냉시설이 없는 산지처리시설이나 유통센터에서 저온저장고를 활용 하는 기술로 보통 단기보관(저장)이나 출하전 온도를 낮추는 개념의 예냉 기술이다.

차압통풍식 예냉(forced air cooling)

강한 송풍기(흡입)와 공간 차단구조물을 설치하여 공기의 압력차를 이용하는 냉각방식이다. 공기 압력 차이에 의해 예냉실 내의 찬 공기 강제적으로 용기 내부를 빠져나가도록 함으로써 공기와 과실의 품온 사이 열교환 속도를 증대시킨 것이다. 상품의 적재 방식과 흡입구의 위치에 따라 벽면흡인식과 터널식이 있다.

예냉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차가운 공기가 과실이나 원예산물과 직접 접촉할 수 있도록 적재 공간은 물론 적재용 상자에도 공기통로가 있어야 하고 골판지 상자의 경우에도 적정면적의 통기공이 확보되어야 한다.

장점은 냉각속도가 빠르고(예냉시간 2~6시간) 온도편차가 적다. 과실표면에 결로가 발생하지 않는다. 최적통풍 속도시 강제통풍식에 비하여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다. 단점은 풍속이 클 경우 건조가 발생한다. 예냉시설 소요공간으로 입고 효율이 낮다. 용기 크기 및 적재방법에 따라 냉각편차 발생이 가능하다.

냉수냉각식 예냉 (hydrocooling)

냉수냉각식 예냉은 생산물의 온도를 낮추는 매체로써 냉각된 물을 사용한다. 차가워진 물이 바로 생산물과 접촉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품온을 낮출 수 있다. 예냉의 효과를 높이려면 물의 온도는 낮을수록 좋고 물의 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물의 온도가 너무 낮을 경우 저온장해에 민감한 작물은 유통 과정에서 장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4℃ 수준에서 예냉을 하는 것이 좋다.

물을 생산물에 접촉시키는 방식에 따라 샤워식, 침지식으로 나누며 침지식은 컨베이어를 이용하여 자동화한다. 소규모 예냉에서는 수중 침지식도 가능하다. 수냉각 예냉 후에는 품목에 따라 수분을 제거해 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예냉 후 바로 포장하여 출하하는 상품은 수분제거 공정이 예냉 라인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장점은 냉각속도가 빠르고 (예냉시간 1시간 이내) 온도편차가 적다. 세척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비교적 대규모로 단시간에 많은 물량의 처리가 가능하다. 단점은 수분이 남아있을 경우 부패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표피조직이 약한 과실은 열과 현상이 발생한다. 예냉후 고온에 유통시키면 결로가 발생한다. 냉각수의 환경처리시설이 필요하다.

진공예냉(vacuum cooling)

진공예냉은 예냉실 내 압력을 내려 원예생산물 표면의 수분을 증발시킴으로써 물의 증발잠열을 이용하여 산물을 냉각시키는 장치이다. 물은 대기압에서는 100℃에서 끓지만 압력이 낮아져 기압이 4.6mm Hg(대기압의 1/165 수준)까지 진공상태가 되면 0℃에서도 끓는 증발현상이 일어난다.

진공예냉시 증발하는 다량의 수증기가 진공펌프로 직접 흡인되면 진공펌프 오일에 수증기가 차서 진공도가 저하된다. 따라서 예냉실과 진공펌프 중간에 콜드트랩(cold trap)을 설치하여 수증기를 포집해서 냉각하여 물로 만들어 제거해야 한다. 이와 같이 진공예냉은 진공을 할 때 걸리는 압력에 충분히 견딜수 있는 밀폐된 예냉실 구조와 진공펌프 콜드트랩 등의 장치가 필요하여 시설비가 많이 든다.

기본적으로 수분의 증발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물이 산물 조직에서 쉽게 증발되어 나오는 엽채류에 주로 활용되는 반면 표피조직이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구조를 가진 과실에는 적용이 곤란하다.

장점은 냉각속도가 빠르고(예냉시간 20~40분) 예냉 효율이 좋다. 적재된 생산물을 균일하게 냉각시킬 수 있다. 수세한 채소류의 탈수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단점은 시설비가 많이 들고 용적대비 표면적이 작은 과실에는 부적합하다.



박찬식 기자 park@thekp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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