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2차 가해 반대한다"…박원순 캠프 출신들 성명 발표

"박원순에 기대했던 가치 생각해 달라"
정우성 기자 2020-12-26 15:13:20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선거운동 캠프에서 일했던 8명이 성추행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26일 '2018년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에서 일했던 8명'이라고 밝힌 이들은 '박원순을 지지했고 피해자 2차가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 중 이대호 전 서울시 미디어 비서관이 실명과 연락처를 밝혔다. 이 전 비서관은 피해자와 13개월 가량 같이 서울시청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이들은 "살아생전 고인의 정책과 정치 활동을 지지했다"면서 "같은 이유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공동 성명에 대한 서명 동참을 요구했다. 이들은 연말까지 서명을 모아 보도자료로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피해자 2차 가해 중단, 피해자 작성 자료 무단 편집·유포 중단을 요구했다. 그 이유로는 "피해자의 이름, 얼굴 등 신원이 드러나는 게시물을 온라인에 작성, 유포하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다시 한번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일상으로의 복귀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면서 "이를 목격한 다른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히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맥락을 삭제한 자료는 피해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피해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게 만든다"며 " 제출할 자료가 있다면 조사 기관에 연락하시고, 조사 결과를 함께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박원순에게 기대했던 가치를 생각해 달라"고 했다. 이들은 '약한 사람, 소외된 사람, 힘든 사람, 부당한 폭력을 겪는 사람 곁에 서겠다는 맹세'가 박 전 시장의 선거 구호였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 무엇이 부당한 폭력이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피해자는 실명을 노출한 김민웅 경희대 교수를 24일 경찰에 고소했다. 김 교수는 지난 23일 자기 페이스북에 피해자가 과거 박 전 시장에게 쓴 자필편지 3통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이름을 지우지 않았다.
(사진=인터넷 웹사이트 캡처)
(사진=인터넷 웹사이트 캡처)
다음은 입장문 전문.

공동성명 참여 요청

박원순을 지지했고 피해자 2차가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문

저희는 2018년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일했습니다. 그만큼 살아생전 고인의 정책과 정치 활동을 지지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에 공감하신다면 다음 내용을 읽어 보신 후 동의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동의하시는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2020년 12월 31일 자정까지 서명을 모은 뒤 언론에 보도자료로 배포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제안자: 2018년 박원순 서울시장 캠프에서 일했던 8명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참여, 동조하는 사람들에게 요구합니다.

1.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하세요.

피해자의 이름, 얼굴 등 신원이 드러나는 게시물을 온라인에 작성, 유포하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다시 한번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일상으로의 복귀를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동시에 이를 목격한 다른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히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2. 피해자가 작성했던 자료를 무단으로 편집하고, 유포하는 일을 즉시 중단하세요.

맥락을 삭제한 자료는 피해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피해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게 만듭니다. 이것은 피해자에게 큰 폭력입니다. 이 사건은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에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제출할 자료가 있다면 조사 기관에 연락하시고, 조사 결과를 함께 기다려주십시오.

3. 사람들이 박원순에게 기대했던 가치를 생각해주세요.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를 구호로 내걸고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약한 사람, 소외된 사람, 힘든 사람, 부당한 폭력을 겪는 사람 곁에 서겠다는 맹세였습니다. 지금 무엇이 부당한 폭력이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박원순을 지지했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반대하는 사람들



정우성 기자 wsj@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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