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시지프스’가 소환한 포스코 라면상무…국회가 소환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

김진환 기자 2021-02-24 11:33:12
포스코 라면상무 패러디 이미지(왼쪽)와 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스코 라면상무 패러디 이미지(왼쪽)와 최정우 포스코 회장.

[스마트에프엔=김진환 기자] JTBC 신작 드라마 ‘시지프스’가 지난 주말 시청률 6.7%를 기록하며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믿고 보는 조승우, 박신혜의 출연에 판타지 미스터리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했다.

시지프스(Sysphu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코린토스의 왕이다. 교활하고 못된 지혜가 많기로 유명했다. 제우스의 분노를 사 저승에 가게 되고 저승의 신 하데스를 속인 벌로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영원한 형벌에 처하게 된다. 바위를 올리면 다시 굴러떨어지고 다시 바위를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일이 무한으로 반복된다.

1회 주인공 조승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연출이 전개된다. 항공기 내 퍼스트클래스에서 서빙을 하던 승무원을 중년의 한 남자가 불러세운다.

중년의 남성은 승무원을 향해 야 너 이리 와봐. 이걸 라면이라고 끓였어? 눈깔이 있으면 봐봐. 면발이 다 불어터져가지고, 네까짓 게 뭔데 내 입을 쓰레기로 만들어. 니가 한번 먹어봐. 왜 못 먹겠지. 니가 다 처먹고 다시 제대로 끓여와. 알았어?”라는 갑질이 시작된다.

이때 조승우가 등장해 다시 끓여도 똑같다. 지금 여기 어디니? 1만 미터 상공이잖아. 기압이 낮으니깐 끓는 점이 낮은 거고 끓는 점이 낮으니깐 라면이 맛이 없는 거야. 과학시간에 안 배웠니라고 갑질 중년에게 핀잔을 주며 승무원을 도와준다.

어라, 너무 익숙한 데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과거 한 사건이 떠올랐다. 이른바 포스코 라면상무사건이다.

2013년 미국 LA로 향하던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에서는 한 사건이 발생한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의 왕 모 상무(본명은 검색하면 나온다)가 갑질을 했다. 왕 상무는 옆자리가 비어 있지 않다며 불평과 욕설을 하고, ‘아침식사 메뉴에 죽이 없다라고 불평했다. 이어 라면을 주문하고서는 설익었다며 다시 끓여오라고 퇴자를 놓고 다시 끓여온 라면은 짜다고 불평했다. 세 번째 스프를 반만 넣고 끓인 라면도 먹는둥 마는둥 식사 중 접시와 냅킨을 비행기 통로에 던지기도 했다.

안전벨트 착용 거부, 비행기 내 온도는 2분 단위 순환에서 1분 단위 순환으로 바꿔라, 기내 온도를 24도에서 23도로 낮춰라, 라운지의 불을 밝게 밝혀달라 등 상식 외 요구로 승무원들을 힘들게 했다.

게다가 두 번째 식사시간에 다시 라면을 요구했고 주문 실수로 라면이 제공되지 않자 가지고 있던 책의 모서리로 승무원을 폭행하는 엽기적인 만행도 저질렀다. 객실 승무원 폭행은 테러로 간주한다.

결국 왕 상무는 LA에 도착하자마자 FBI에 인계됐고, 사건이 알려지면서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당연히 왕 상무는 해고됐다.

여담이지만, 이때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은 당시 대한항공 사내게시판을 통해 승무원 폭행 사건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조항도 이 기회를 통해 마련될 것이라고 적었다. 감동적인 멘트지만 포스코 라면상무 사건 1년 후 조현아 부사장은 땅콩회항사건으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6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앞줄 왼쪽)이 최근 협력업체 직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북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현장을 찾아 제철소 직원, 협력사 대표들과 현장 위험 요소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지난 16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앞줄 왼쪽)이 최근 협력업체 직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북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현장을 찾아 제철소 직원, 협력사 대표들과 현장 위험 요소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犬망신의 시지프스는 다시 재현됐다. 그것도 정확히 방송이 나가고 나서다. 이번에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산재 청문회를 열고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소환했다. 방송날짜와 청문회를 맞춘 JTBC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었을까.

지난 22일 열린 산업재해 청문회는 그간 산업재해가 특히 잦았던 업체 CEO 9명이 출석해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이중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인사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었다. 포스코 노조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총 19명의 노동자 목숨을 잃었다. 이중 원청 노동자는 5, 하청 노동자는 14명이다. 최 회장의 재임기간만 놓고보면 정확히 14명이 사망했다.

최 회장이 당일 욕을 많이 먹은 이유는 단순히 사망 노동자가 많아서만은 아니다. 최 회장은 지난 8일에도 협력업체 직원이 컨베이어벨트 롤러 교체 작업중 목숨을 잃었지만, 제대로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청문회가 임박해 오자 그제서야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유족에게 사과했다.

촌극은 이어 벌어졌다. 유족에게 사과하고 정부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특단의 대책을 원점부터 찾겠다고 말한지 불과 하루만에 국회 환노위에 지병으로 청문회 출석이 어렵다고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최 회장은 진단서도 첨부했다.

진단명은 요추부 염좌와 긴장이다. 2주간의 요양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동차사고 보험사기 나이롱 환자의 전형적인 진단명이다. 꾀병이다. 여야의 질타가 쏟아졌다. 결국 주말에 출석을 통보했다. 한다는 소리가 불출석이 아니라 불출석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고 한다. 문의하는 데 진단서는 왜 첨부해?

반강제로 끌려나온 최 회장은 청문회 스타가 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쩔쩔매는 최 회장의 표정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최 회장이 독박을 쓰는 바람에 출석한 타 기업의 CEO들은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관련 기사도 거의 없다. 비교적 무사히 넘겼다. ‘#최정우덕분에밥이라도 거하게 한 번 사야 할 것 같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요추부염좌상 진단서는 보험사기꾼이나 내는 거고 주식회사 포스코 대표이사가 낼 만한 진단서는 아니다라며 허리 아픈 것도 불편한데 롤러 압착돼서 죽으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럽겠냐고 매섭게 지적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숨진 고인의 유가족을 만나거나 조문을 간 적 있느냐“16일 대국민 사과를 했는데 이건 대국민 생쇼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여야 국회의원들은 살인기업, 질병공장 포스코의 현실에는 지금 최고경영자 자리에 앉은 최정우 회장의 책임이 크다라고 입을 모았다.

포스코 정기주주총회가 내달 12일에 열린다. 최 회장의 연임도 안건에 올랐다. 아무쪼록 최정우 회장은 집으로 돌아가 고질적인 요추 통증을 치료하는 데 전념해야 할 것이다. 돈과 권력도 좋지만, 건강이 최고다.



김진환 기자 gbat@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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