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결정 뜸 들이는 ‘HAAH’의 속내

이범석 기자 2021-03-19 13:32:02
쌍용자동차를 놓고 HAAH오토모티브와 KDB산업은행 간의 신경전이 길어질수록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한 축이 붕괴될 수 있다. 편집=이범석 기자
쌍용자동차를 놓고 HAAH오토모티브와 KDB산업은행 간의 신경전이 길어질수록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한 축이 붕괴될 수 있다. 편집=이범석 기자

[스마트에프엔=이범석 기자] 쌍용자동차가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지분감자가 인도 중앙은행으로부터 승인됐고 회생절차 비용도 법원에 납부하는 등 P플랜(pre-packaged plan)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인수 협상대상자인 HAAH오토모티브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어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쌍용차가 추진 중인 P플랜(pre-packaged plan)이란 법원이 기존의 빚을 줄여 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 방식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강제력 있는 채무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이 원활한 워크아웃을 혼합한 구조조정 방법이다. P플랜이 이뤄질 경우 법원은 쌍용차에 대해 2~3개월 동안 강제적으로 초단기 법정관리를 하게 된다.

쌍용차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4494억원 △순손실 5043억원 경영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는 앞서 쌍용차가 잠정공시 한 △영업손실 4235억원 △당기순손실 4785억원 보다 적자 규모가 확대된 수치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16일까지 P플랜 돌입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예고했으나 협상타결 지연으로 20일로 최종 기한이 연기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던 인도중앙은행(RBI)이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의 쌍용차 보유 지분에 대한 예외적 감자를 승인했고 쌍용차는 즉시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에 필요한 비용 1억4000여만원을 납부하는 등 P플랜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힌 투자자 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차에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이에 상응하는 금액 지원을 요구하는 등 최종 결정을 미루면서 그 속내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산은은 HAAH의 투자결정과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포함한 회생안이 나와야 요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HAAH는 쌍용차 인수와 관련해 그동안 미지급된 임직원의 급여 및 세금 등의 충당으로 인해 발생한 공익채권 3700억원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벌써 제출 했어야 할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계획안 등의 제출이 안 된 상태다.

또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최근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그 동안 쌍용차 경영환경이 당초 예상보다 더 악화되는 등 경영상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HAAH 측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투자에 대한 결정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먼저 투자를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달 초 이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쌍용차 협력업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수혈이 아닌 쌍용차를 통한 수혈이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쌍용차를 살려 협력업체를 구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효과적인 방법이란 것으로 HAAH 측이 쌍용차에 대한 전망과 비전을 담은 사업계획안 등이 나오면 투자 할 수 있음을 시사 한 바 있다.

하지만 HAAH 측에서 투자에 대한 최종 결정에 앞서 막바지까지 산은과 신경전을 벌여 힘을 뺄 수 있을 만큼 뺀 다음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는 투자 금액 등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HAAH 측의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간이 지나치게 지연될 경우 법원과 산은이 P플랜이 아닌 일반적인 법정관리를 진행할 수 있어 쌍용차 입장에서는 애만 태우고 있다.

산은 등 정부 역시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비용절감을 위한 인력감축과 협력업체의 줄도산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어 급한 상황은 매 한가지다.

그러나 HAAH는 쌍용차를 가능한 적은 인수가격에 매입하기 위해서는 고의적으로 쌍용차를 법정관리로 진행시켜 몸집이 다소 줄어든 이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협력업체 상당수의 도산이 우려돼 국내 경제에 막대한 피해로 돌아 올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쌍용차는 외국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이고 한국의 기간산업으로 우리 국민들 대다수의 생계가 연결됐다는 것이다. 산은과 정부도 이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불거진 LH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도 물론 잡아야 하지만 쌍용차 사태를 매듭짓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다.

쌍용차는 이제 갈 곳이 없다. 시간도 없다. 정부와 산은은 이를 기억하고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 충격을 최소화하고 내수 경제 회복의 밑거름으로 써야 함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범석 기자 news4113@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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