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일의 입시컨설팅] (127) 2024년 '치대 수시등급'
2024-05-07
[스마트에프엔=이철규 기자]
KB국민은행이 지난 3월, 2020년 12월을 기준으로 서울 상위 20%(5분위)의 아파트 가격을 전국 하위 20%(1분위)의 소득으로 나눈 결과, 그 값이 101.5를 기록했다. 소득 1분위 가구가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1.5년을 모아야 서울 5분위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소득 하위 20% 가구가 중간 수준인 서울의 3분위 아파트를 매수하는 데도 46.9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나이를 고려할 경우, 70세가 돼야 서울의 3분위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말로 이는 어찌 보면 ‘내 집’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하단 말이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가구의 소득에 비해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한국경제연구원이 고용부와 통계청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근로자 월급은 299만1000원에서 352만7000원으로 연평균 3.4% 인상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집값 상승률은 월급 인상률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난 3월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연평균 7.4%가 올랐으며 서울은 연평균 12.9%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3.4%인 월급 상승률로는 서울의 아파트값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월급만 가지곤 도저히 집을 살 수 없기에 많은 이들이 주식과 가상화폐에 몰입하는 것이다. 이에 너도나도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나서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16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대출 규제를 완화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로 제한하되, 무주택 청년 계층에 한해 비규제지역의 LTV를 70% 적용해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방안이 무주택 청년들의 내 집 마련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을 늘려줘 봐야 청년층에겐 빚만 더 늘어날 뿐이다. 또한 여윳돈이 전혀 없는 청년들에게 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결국 그 혜택은 일부 금수저들의 혜택에 그치고 말 것이다. 오르는 집값을 잡지 않고선 무용지물(無用之物)이란 이야기다.
정책이나 방안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한 후에 시행해야 하는 법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집값이 안정화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출만 늘린다면 이는 추후 우리 경제에 또 다른 핵폭탄이 될 수 있다.
이철규 기자 smartfn11@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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