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K-Edu현장을 가다③] “터널의 끝, 다시 돌아가야 할 일상”

이치훈 상명초등학교 교감
정리=이호규 기자 2021-09-16 16:57:00
사진=이치훈 상명초 교감
사진=이치훈 상명초 교감


◇잊혀져 가는 일상


이 글을 처음 기획하고 쓰기 시작했을 때는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또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이제 얼마 후에는 어느 정도 끝이 보이겠구나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교육당국에서도 2학기부터는 전면 등교를 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고 교사들의 백신 접종도 2학기 시작 전까지 완료하겠다는 계획이 잘 실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부터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백신 수급에도 차질이 오면서 우리 학교는 2학기를 위해 세운 계획들에 차질이 생길까 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계획과는 상황이 달라진 터라 3편으로 기획했던 이 글의 마무리 또한 어떻게 지어야 할지 고민이 됐다.

다른 분야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학교라는 곳은 매년 약간의 변화가 있어도 거의 일정한 흐름으로 1년이 흘러간다. 교육 계획을 만들고 가르치고 행사를 치르고...

그런데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해졌고 이러한 상황이 1년을 넘어 2년째로 가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낯설고 새로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적응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지만 문제는 팬데믹 이전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학교 모습이 자꾸 잊혀져 가는 느낌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행사들이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입학식, 졸업식 등의 모습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이제는 계획을 짤 때도 학부모가 참석하지 못하는 졸업식이 당연하게 생각되고 6학년 아이들이 그렇게도 기다리던 교육여행은 기획조차 하지 않고 있다. 말이 안되지만 작년에는 아이들이 교육여행은 어떻게 되는 거냐며 물어보기라도 했었다.

그런데 올해 아이들은 아예 물어보지도 않는다. 아마도 내년 6학년 아이들은 교육여행이라는 행사 자체를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제 2년차에 접어든 팬데믹 상황은 우리에게 이 상황이 마치 정상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고 있다. 변화가 가장 느린 곳이 학교라고 하는 말도 있지만 이번 경우엔 가장 빠르게 변한 곳이 학교와 아이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해낸 것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2학기 전면 등교가 시작되면서 그 동안의 일들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현재의 상황이 만만치가 않다.

그 동안의 비정상적인 교육 활동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학습 손실이나 교육 소비자들의 불만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봤지만 가장 확실한 대책은 역시 정상적인 학교 운영인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우리 학교도 나름대로 매우 신속하게 최선의 방법으로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사에 기록될 만한 전염병 상황 속에서 우리는 생소했던 온라인수업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간단하게 실현시켰다. 이미 세상은 준비가 되어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학교라는 세상 속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다양한 방식의 온라인 플랫폼들을 학교라는 현장에 적용시켜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론 그 중에는 일부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교육에 대한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다양한 상업적인 교육 프로그램들을 적용해 볼 수 있었던 것이 나름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한다.

학교 현장에서도 충분히 다양한 기술들을 교육에 도입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갖게 되었고 역으로 여러 교육 관련 사업체들 또한 이러한 신교육 영역의 가능성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돌아가야 할 일상

팬데믹이 종식이 되든지, 아니면 ‘위드 코로나’의 시대로 가든지 어떻게든 사람들이 말하는 ‘뉴노멀’시대가 올 것이며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일상은 우리가 기억하는 예전의 일상은 아닐 것이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의 ‘뉴노멀’은 팬데믹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기에는 이미 멀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가 다른 사회와 다른 점 중 하나는 교사는 그대로 있지만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계속 세대교체가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한 아이들에게는 예전의 일상이란 건 없다.

그 아이들에게는 항상 새로운 세상인 것이다. 따라서 학교도 이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더 많은 것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현장 교사인 내가 내린 결론은 최소한 초등학교에서 만큼은 ‘돌아갈 예전의 일상은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팬데믹이 불러온 변화와 함께 우리는 계속 더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글. 이치훈 상명초등학교 교감



정리=이호규 기자 donnie@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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