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손정의 회동…ARM 지분 매각 논의 없었다

지난 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서 면담 가져
ARM 인수 관련한 구체화된 제안 ‘전무’
신종모 기자 2022-10-05 17:11:41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과 손정의 회장은 전날 오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면담을 가졌다.

이날 손 회장은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암(ARM)와 관련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업계 최대 쟁점인 ARM 지분 매각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7월 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찬을 위해 회동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지난 2019년 7월 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찬을 위해 회동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손 회장은 지난 2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이 부회장과 한 차례 만남을 가진 바 있다. 당시에도 ARM 인수와 관련한 구체화된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총 2주간의 중남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ARM 인수와 관련한 질문에 “손정의 회장께서 서울로 오실 때 제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회동에 큰 기대를 걸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의 방한으로 ARM 인수 제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ARM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18일 목숨 걸고 총 2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글로벌 반도체 설계 시장의 80~90%를 점유하는 ARM 인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할 경우 설계자산을 확보하게 되면서 반도체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규제 당국 승인이나 인수 자금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 단독으로 ARM 인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인수 무산 사례 등 각국 규제당국의 인수합병(M&A) 승인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며 “무엇보다 ARM의 인수 가격이 최대 100조원을 넘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RM은 1990년에 설립해 개발과 생산·판매를 동시에 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 업체의 틀을 벗어나 중앙처리장치(CPU) 설계를 파는 사업모델을 채택했다. 이후 IT 산업의 대세가 단일 칩에 시스템의 기능을 집적하는 SoC(System on a Chip)로 방향을 잡으면서 각 SoC 제작 업체들은 그에 적합한 CPU 설계를 찾게 됐다. 2010년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ARM의 CPU 제품이 결정적인 주도권을 쥐게 됐다.

현재 ARM은 회사와 규모의 상관없이 반도체 설계와 명령어셋 등을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서버용 프로세서와 카메라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 기업들이 ARM의 설계자산(IP)을 활용하고 있다.

ARM의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 2020년 9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을 최대 400억달러(약 50조원)에 매각을 시도했으나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로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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