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가시화…국내 철강업계 피해 우려

철강업계, EU 수출액 크고 고로 비중 높아 피해 ‘직격탄’
현대제철·포스코, 탄소배출 저감 기술개발 속도
산업부, ‘철강산업 탄소규제 국내 대응 작업반’ 출범
신종모 기자 2023-01-18 10:28:40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일명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철강 등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CBAM은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하는 경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에 따라 해당 제품에 부과하는 일종의 무역 관세를 말한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이 적용된다. 

지난해 11월 10일 정상가동을 시작한 포항제철소 3고로 모습. /사진=포스코


18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올해 10월부터 오는 2025년까지 2년 3개월을 '보고 의무 부과 기간'으로 정하고 2026년부터는 CBAM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CBAM 시행이 본격화되면 철강업계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철강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EU 수출액이 크고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 공정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업종별 EU CBAM 적용 대상 품목 수출액은 철강이 43억달러로 가장 컸다. 이어 알루미늄(5억달러), 비료(480만달러), 시멘트(14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아울러 한국의 철강 생산에서 고로와 전기로의 공정 비중은 68대 32로 고로가 두 배 넘게 컸다. 

현대제철이 개발에 성공한 1.0GPa급 저탄소 판재가 적용된 자동차 부품. /사진=현대제철


이에 현대제철, 포스코 등 철강업계도 앞다퉈 탄소배출 저감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5월 독자적인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Hy-Cube)’를 구축하고, 오는 2030년까지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 전환을 통해 저탄소 고급판재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하이큐브는 현대제철 고유의 수소 기반 공정 융합형 철강 생산체제를 말한다.

철스크랩(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의 전기로에서 발전해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모두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전기로(Hy-Arc)’가 하이큐브 기술의 핵심이다.

현대제철은 신개념의 전기로에 철스크랩과 용선(고로에서 생산된 쇳물), 직접환원철(DRI) 등을 사용해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며 자동차강판 등의 고급판재류를 생산하게 된다.

포스코는 오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탄소 포집 및 활용, 저장기술 도입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 포스코형 저탄소 제품 판매전략 등 추진전략을 구체화했다.

포스코는 2050탄소중립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탄소중립위원회’와 ‘탄소중립 그린(Green) 철강기술 자문단’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향후 포스코는 저탄소 혁신 공정기술 개발과 친환경 연·원료 확보에 힘쓰고 그린철강 생산 체제로의 단계적 전환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도 철강 등 관련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초 EU를 방문해 EU 집행위와 유럽의회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EU CBAM의 차별적 조항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동시에 제도가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통상규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산업부는 지난 11일 철강업계와 학계·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철강산업 탄소규제 국내 대응 작업반’을 출범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강화를 위해 전기로 효율 향상, 수소환원제철 기초 설계 등 2097억원 규모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놨다. 또 탄소 배출량 검·인증기관 확대, 국제표준 개발 등을 통해 국내 탄소발자국 측정·보고·검증(MRV) 시장의 조기 정착도 지원할 계획이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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