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3연임 관행은 옛말?…5대 금융지주 중 3곳 수장 물갈이

최형호 기자 2023-01-19 17:46:13
[스마트에프엔=최형호 기자]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을 거듭하며 1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역대급 실적과 내부 장악력을 발판으로 연임을 노리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정권 교체 이후 단 한 명도 연임하지 못하고 교체됐다. 

5대 금융지주 중 윤석열 정부에서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신한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수장들이 용퇴했다. 이는 그간 관행화 되던 '셀프' 연장 행태를 용인할 수 없다는 당국·여론의 압박에 사내 세대교체 요구까지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에선 절반이 넘는 3곳에서 수장 교체가 이뤄졌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2월 8일 차기 회장 후보 대상 최종 면접 자리에서 돌연 '용퇴' 의사를 밝혔고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회장으로 선정됐다. 신한금융 임직원들과 금융권 모두 조 회장의 3연임을 확신했지만 결국 조 회장의 최종 임기는 9년이 아닌 6년(2017년 3월∼2023년 3월)에서 멈췄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18일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며 스스로 3년 임기 연장을 포기했다. 지난 2019년 취임한 손 회장은 4년여 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3월 자리에서 물러난다.

본격적인 금리인상 등 대내외 환경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면서 재연임에 대한 의지도 강했지만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에 장고를 거듭하다가 3연임을 포기하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NH농협금융지주 역시 지난 12일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하면서 손병환 전 회장의 연임이 무산됐다. 

BNK금융지주 또한 임원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로 빈대인(62) 전 부산은행장을 선정했다. 전임 김지완 회장의 경우 지난해 11월 7일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2017년 취임해 2020년 연임에 성공했고 3연임(세 번째 임기)을 꿈꿨지만 두 번째 임기를 5개월여 앞두고 자녀와 관련된 부당내부거래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결국 자진 사임했다.

이런 현상에 업계에선 '금융지주 자리는 최소 3연임이 보장된다'는 관행이 깨졌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연임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경영진을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손태승 회장의 연임에 대해 금융당국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라는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이 원장이 조용병 회장의 용퇴를 두고 "존경스럽다"고 표현한 것도 금융권에 신호를 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사기업의 인사에 정부가 개입할 권리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당국은 펀드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거나(손태승·조용병), 개인적 비리 의혹(김지완)을 받는 경우 물러나는 게 옳다는 기본 인식을 숨기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당국의 압박이 최근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금융그룹 내부의 세대교체 요구도 만만치 않다.

금융지주 일각에선 "고령의 회장이 3연임, 4연임까지 하면 정관상 70세 상한 연령 기준이 있기 때문에 차세대 리더 그룹은 한번 임기를 맡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내부의 이런 불만 등도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최형호 기자 rhyma@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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