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과점체제’ 깰 '챌린저뱅크'…시중은행에 먹힐까

당국, 챌린저 뱅크 도입으로 완전 경쟁 검토
수익성·리스크관리·고객 서비스 관건
홍지수 기자 2023-02-17 14:49:31
[스마트에프엔=홍지수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5대 시중은행을 상대로 ‘은행권 과점체제’에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하면서 영국의 ‘챌린저 뱅크’ 사례가 해결방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소 서민 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등에 특화된 은행으로 완전 경쟁을 통한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구도에 제동을 걸겠다는 복안이다. 

해외 주요 챌린저 뱅크. 사진=linkedin


그러나 일각에선 챌린저뱅크의 등장에 수익성 부진, 성장성 한계 등에 관한 건정성 우려도 적지 않다. 애초 은행권의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던 인터넷은행 3사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연체율은 0.49%로 전년 대비 0.27%포인트(p) 올랐다. 대출금 중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규모도 지난해 3분기 809억원에서 4분기 1010억원을 돌파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연체율이 타행 대비 높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0.67%로 전년과 비교해 0.26%p 올랐다. 지난해 3분기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76%로 전년도 대비 0.27%p 올랐다.

토스뱅크도 지난해 3분기 연체율은 0.30%로 전 분기와 비교해 2배가 뛰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23%로 0.10%p 상승했다. 
이에 반해 주요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연체율은 12월 말 기준 0.19% 수준이었다.

이는 챌린저 뱅크의 국내 도입이 아직은 시중은행을 견제하기 어렵다는데 무게를 실어 준다. 

디지털 뱅크의 경우 주요사업인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수익화가 어려워 여신이나 리스크 관리 태세를 정비해 차기 사업을 확장시키는 것이 공통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비록 챌린저 뱅크가 점포나 인력 면에선 기존 은행의 고비용 구조에서 이점을 가지나 보안시스템 측면에서 대형은행과 맞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시중은행들이 변화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잡기 위해 디지털 전환에 상당한 투자를 하면서 자체 상품 개발에 뛰어 들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인터넷전문은행을 키우기 위해 차별화된 규제를 적용하고 각종 혜택을 부여했지만, 대형 은행과 맞서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시중은행의 리테일 서비스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중소 핀테크 업체가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오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의 만족도 측면서도 챌린저 뱅크가 시중은행을 제치고 우위를 점할지도 미지수다. 

금융감독원 런던사무소는 팬데믹 이후로 소비자의 금융소비 패턴이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챌린저 뱅크를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생겼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소비자 심리 분석에서 챌린저 뱅크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평균 14%p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낮은 은행앱 관련기능, 고객 서비스 편의성 등으로 고객 접점 제약에 따른 서비스 불만족이었다. 반면 기존 영국의 대형은행의 경우 5%p하락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는 챌린저뱅크의 공격적인 경쟁으로 자칫 신용 리스크가 커지는 등 부실화에 직면했을 때 전체 금융시스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업 진출 문턱이 높은 데는 그만큼 금융은 안정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라며 “무분별하게 챌린저뱅크를 키우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 피해를 떠안는 것은 결국 기존 금융회사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수 기자 jjsu7@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