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압박에 가격동결한 식품업계... 이대로 괜찮나?

강제적인 가격 통제...기업 생존, 소비자 부담 가중 우려
소줏값 인상, 1000원 단위 오르는 식당 판매가 문제 커
홍선혜 기자 2023-03-06 14:56:58
[스마트에프엔=홍선혜 기자] 지난달 28일 정부가 물가안정 일환으로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이같은 압박을 통한 가격 통제 방식이 향후 기업의 생존과 서민 생활에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아 원자재값이 크게 상승했고 식료품 가격도 급격하게 치솟고 있다. 식품업계 측은 원자재 가격 등이 모두 올라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강압적인 요구에 한시적으로 가격동결을 결정했다.

하지만 식품업계 측은 계란, 우유 등의 원재룟값이 계속해서 오를 때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가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이 닥치자 이제서야 기업에게 으름장을 넣는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홍선혜 기자

식품업체들이 강압에 못이겨 가격을 동결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내부에서 모든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이는 곧 기업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져 결국 경제 전반이 침체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입장도 피차일반이다. 원자재값 같은 본질적인 부분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언젠가 식음료 가격은 분명히 오를 것이고, 서민들은 한꺼번에 가격인상의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소줏값 인상 논란이 불거지면서 출고가를 올릴 것이라는 수많은 보도가 쏟아졌고, 주류업계가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는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최근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역시 가격 인상 자제를 압박했다. 주류업계 측은 당혹감 속에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결정하거나 논의한 적 없다며 일단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정부가 이른바 '서민의 술'이라는 소주와 맥주 등에 대한 유통구조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런 조치를 하는지 의문이라는 불멘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제품 출고가의 인상폭과 자영업자들의 식당 판매가의 인상폭 차이가 큰데 따른 착시 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주류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하이트진로의 출고가는 지난 2012년 961.7원에서 현재 1166.6원으로 약 11년간 205원 인상에 그쳤으며,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공장 출고가 역시 2013년 946원에서 2022년 1162.7원으로 약 217원 올랐다.

문제는 식당 판매가였다. 현재 수도권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소주를 5000원대 이상으로 판매하고 있고, 강남 지역에는 7000원에서 1만원대까지 대폭 인상해 판매하는 업주들도 있다.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식당 기준 소줏값은 3000원이었다. 이는 10년 사이 약 3배 이상 가격이 널뛰기 한 셈이다. 

현재 1300원대에 판매하고 있는 대형마트와 1900원대에 판매하고 있는 편의점의 소주 가격과 비교해도 상당한 차이가 벌어진다.

식당 등에서 소줏값을 올리는 것은 주류 업계의 출고가 조정이 아닌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출고가 인상이 있을 때마다 식당에서 소줏값을 1000원 단위로 올리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 역시 식당에서 소줏값을 막무가내로 올리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들에게만 가격 동결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터무니 없이 가격을 높여서 판매하고 있는 자영업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출고가 혹은 대형마트, 편의점 가격을 토대로 합리적인 가격 조정에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하며,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을 강제적으로 막아서는 안된다. 원.부자재 값과 가스비 전기세가 모두 오른 현 상황에서 가격 동결에만 초점을 맞춰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물가 인상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면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아간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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