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 선출 '삐걱'...노골적인 여권 참견에 제동 걸린 KT 주총

국민의힘 노골적 참견..."KT 이익카르텔 사장 인선, 민노총의 MBC 장악시도와 같아" 주장
주총, 이틀 미뤄진 31일 열릴 것으로 전망…"정확한 날짜 미공개"
황성완 기자 2023-03-06 10:23:19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KT가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등 차기 대표 후보 4명을 선정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다가오는 주주총회(주총) 일정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KT는 오는 7일 최종 후보자를 가리기 위한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KT 광화문 사옥

국민의힘, KT 차기 후보 4명 공개에 '카르텔' 주장...주총 이틀 미뤄진 31일 예정

6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당초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개최할 것으로 정했으나 이틀을 연기한 31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회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이 KT 차기 대표 후보 면접 대상자들을 두고 '카르텔'이라고 비판하며 노골적인 간섭에 나선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익카르텔의 사장 인선은 민노총의 MBC 장악시도와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KT 이사회가 지난달 28일 대표이사 후보 심사대상자 4인을 모두 KT 출신 전 현직 임원으로 선정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측은 "KT 내부에서는 구현모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자 갑자기 사퇴하면서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을 세우고 2순위로 신수정을 넣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며 "철저히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구현모 KT 대표에 대해 친형의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 그룹에 지급 보증을 서주는 등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고, 당시 현대차 윤경림 부사장은 이를 성사시킨 공을 인정받아 이번에 후보로 올랐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윤경림 사장은 현재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맴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으로 출마 자격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이사회는 이를 무시하고 윤경림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수법은 민노총의 MBC 장악시도와 같다"며 "MBC 언론노조도 방문진 사장 선임에서 최종 압축된 3명 후보 중 누가 되든 상관이 없었고 현재 바지사장을 앉혀 MBC를 장악하려 하고 있는데 똑같은 일이 지금 KT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KT는 기간통신 사업자로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자기들만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국민을 뒷전으로 여기고 사장 돌려막기를 고집한다면 절대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부의 완강한 반대에 KT는 오는 31일에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KT 내부적으로 정기 주총을 29일에 열기로 잠정 결정했지만, 이를 이틀 뒤로 미루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주총 일정이 며칠 연기된다면 대표이사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한 일정도 애초 예정했던 오는 7일에서 더 뒤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정기 주총일을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연기 여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KT의 차기 대표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아직 오리무중인 가운데, KT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에 선택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지분율 약 10.35%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어 현대차그룹이 약 8%, 신한은행이 약 5%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국내 기관과 개인, 외국인 등으로 분산돼 있다. 국민연금은 앞서,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결정됐지만 반발에 나선 바 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KT 이사회가 구 대표를 단독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발표한 지 약 3시간 만에 보도자료를 통해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국민연금은 특히 경선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지키지 못했다는 걸 이유로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KT 대표 후보 4인…오는 7일 최종 면접 실시

구현모 대표가 차기 경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현재 발표된 유력 후보 4인 명단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 등이 올랐다. 이들은 모두 1960년대생이다. KT는 오는 7일 오전 최종 후보자를 가리기 위한 4명의 면접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며, 후보자들은 KT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설명하고 자신만의 강점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구현모 대표의 디지코(DIGICO) 전략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윤 사장은 현직인 구현모 대표가 제시한 '디지코(DIGICO) 전략' 시즌2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회사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가상현실(VR) 사업을 지휘했다. 특히 KT 미디어사업을 키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에 힘을 보탰다. 윤 사장은 CJ와 현대차에서도 일했다. 신 부사장은 데이터 사업을 더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금융·홈쇼핑업계에 신사업인 AICC(AI 콜센터)를 집어넣는데 애썼다. 일종의 보안·정보 전문가로 평가받으며 2021년 글로벌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 인수를 이끌었다.

박 전 사장은 인프라 사업에 강점을 보인다. 2019년 구 대표와 마지막까지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고 KT 재직 당시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같은 대규모 국가 인프라 구축 사업을 이끌었다. 임 전 사장은 유무선 사업 마케팅과 영업에 잔뼈가 굵은 인물로 정체기를 맞은 이동통신 사업을 반등시킬 인물로 기대를 받고 있다. 2014년 KT의 기가인터넷 상품 상용화를 주도했는데 출시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가입자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과연 KT 스스로 차기 대표 후보자 선정할 수 있을까?

KT는 오는 7일 최종 면접을 통해 후보자를 선정한 후 주총까지 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권 차원 압박이 거세진 이후 일각에선 후보자 네 명의 동반사퇴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최종 후보자가 됐지만 '셀프연임' 비판에 떠밀려 재경선을 결정한 구 대표 사례처럼 경선을 다시 진행할 수도 있다. 다만 민간기업 CEO 인선이 정권 압력으로 백지화될 경우 '관치 경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한편, KT는 지난 2002년 정부 지분이 매각되면서 민영화된 소유분산기업이다. 소유 분산 기업은 소유 지분이 분산돼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 형태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정기 주총 일정을 공시했으나, KT는 현재 미정 상태이며, 업계는 오는 29일 열릴 것으로 추측했으나 정부의 반대에 약 이틀 미뤄진 31일로 연기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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