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41)한성항공 취항사 7

김효정 기자 2023-03-15 06:30: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2005년 10월28일과 2006년 11월28일, 두 날짜 모두 제주공항에서 발생한 ‘28일의 제주공항 타이어 2개’ 사건이 있은 직후 당사자인 한성항공을 넘어 LCC 자체를 기피하는 풍조로 이어졌다. 이는 K-LCC업계 전체의 안전문제로 확대되면서 승객들이 탑승을 기피, 탑승률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건 전이었던 2006년 11월13∼28일 한성항공의 김포~제주 노선 탑승률은 72.25%에 달했으나 사건 직후 11월29일∼12월13일까지의 탑승률은 26.4%에 불과했다. 순식간에 45.85%포인트나 떨어질 정도로 파장은 크고 충격적이었다.

한성항공은 끔찍했던 2006년 12월을 보내고 2007년에 들어서자마자 전사 차원의 위기탈출에 나섰다. 먼저, 내부직원을 다독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부터 내놨다. 한성항공은 우리사주제도를 통해 전 직원을 주주로 모셨다.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하고 14억원을 배정한 뒤 직원들의 근무연수와 직위 등에 따라 지분을 배분해 주금납입을 받은 결과 배정주식 전액을 우리사주조합에서 인수했다. 항공업계에서 시행했던 우리사주제도가 실질적으로 직원들에게 큰 혜택을 주지 못했던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한성항공의 우리사주 100% 인수는 이례적이었다.

또한 승객들에게는 1명이 타면 1명은 무료로 탑승하는 ‘1 PLUS 1’ 이벤트를 내놨다. 홈페이지 예약 새단장 기념으로 2007년 6월11일부터 7월10일까지 한 달간 매일 청주발 오후 6시15분 항공편(총30편)을 예매하는 고객에게 동반 1인 항공편을 무료로 제공했다.

한성항공은 항공기 4대로 김포~제주, 청주~제주 등 2개 노선에 주 105회(편도 210편)를 운항했다. 하지만 2008년에 들어서면서 항공기의 교체부품을 제때 실시하지 못하거나 크고 작은 사고로 결항이 잦아지면서 이용객의 불편이 잇따랐다. 항공기 부품을 프랑스 ATR 본사나 태국 방콕의 ATR사 지사에서 들여와 사용하고 있었으나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결항 또는 지연 운항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한성항공은 "기존항공사들은 결함이 발생하면 즉시 투입할 수 있는 대체기를 확보하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2008년 말까지 신규항공기 6대가 도입되면 대체기 미확보에 따른 결항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와중에 한성항공이 자금난으로 공항사용료조차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터져 나왔다. 한국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한성항공의 공항사용료 미납액은 2008년 6~8월 3개월치 6억8523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덩달아 한성항공의 열악한 재무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한성항공은 2006년 매출액 53억8500만원에 영업손실 58억6300만원을 낸 데 이어, 2007년에는 매출액 126억원에 영업손실 119억원을 기록했다. 2005년 취항이후 매년 손실액이 매출액보다 더 많은 적자상태가 계속됐다.

결국 한성항공의 이지성 대표이사 사장은 2008년 9월29일 누적적자로 인한 경영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에 따라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허근 회장의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한성항공은 자금 조달에 총력전을 폈고, 펀딩에 실패할 경우 대주주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추진했다. 2008년 하반기 한성항공은 기존항공사들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찾아 안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고유가, 고환율, 수요위축 등 삼각파고에 출범 3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히 한성항공 입장에서는 고유가 비용을 항공운임에 반영하지 못하고 그 부담을 거의 떠안은 점도 경영부실의 주요인이 되었다. 2008년 상반기까지 누적적자액이 272억원으로 불어난 데다 유가급등과 금융위기가 겹쳐 회사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투자유치마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성항공은 결국 2008년 10월18일부터 김포~제주, 청주~제주 등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2009년 1월4일까지 항공권을 예매해 10억여원의 항공료를 받은 상태였으나 예약자에 대한 환불이나 대체항공사 알선 등의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한성항공의 운항중단은 2005년 12월에 이어 2번째였다.

2008년 10월17일 오후 늦게 국토부로 운항 중단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항공청에 운휴신청을 하면 2개월간 운항을 멈출 수 있었다. 한편 한성항공은 예매고객에게 투자유치를 위해 운항을 중단하며, 기결재된 요금은 2개월 후에 환불해주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런 운항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의 몫이 됐다. 한성항공이 운항중단을 선언하자 국토해양부와 국내 항공사들은 긴급 수송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했다. 하필 2008년 10월18일은 토요일이었다. 당장 10월18일과 10월19일 주말편의 김포~제주, 청주~제주 노선에서 예매고객 400여명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또 2009년 1월4일까지 예매고객은 총 1만688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선결제한 금액은 10억여원에 달했다. 한성항공이 이 금액을 환불하거나 임시편을 띄울 다른 항공사에 지불할 여력조차 없었다.

국토부는 "항공업체에 협조를 부탁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30%가량 요금이 더 비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불보증 수단도 없이 고객을 대신 태워 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한성항공과 엇비슷한 운임의 제주항공은 "국토부의 요청과 고객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청주~제주 노선에 임시로 2편을 편성하고 일부 가격할인까지 고려했으나 돈 받을 방법이 전혀 없어 곤란하다"며 "한성항공에서 2개월 후에 갚겠다는 구두약속만 믿고 비행기를 띄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성항공의 운항중단에 따른 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원하는 예약객은 수용하겠지만 무상은 안 된다”며 항공료의 정부 지급보증 등을 요구했다.

운항중단이 한 달 째가 되자 운항재개 여부를 비롯해서 피해규모 등이 속속 확인됐다. 한성항공의 부채규모는 항공기 유류비, 직원급여 등 280억원에 이르고, 김포공항·제주공항·청주공항에 내야 할 공항사용료는 9억9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신청한 운항중단 기간이 끝나는 2008년 12월18일 이후에도 운항을 재개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자 운항중단을 4개월 더 연장했다. 법적인 운항중단 만료기한이 끝난 바람에 이번에는 '부정기 항공운송사업 휴업신고서'를 제출했다. 2개월의 운항중단에서 4개월의 휴업으로 전환된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2009년 4월16일 이전에 항공기 운항을 재개하지 못하면 항공운송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성항공은 이후에도 운항중단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추가대책을 강구했지만 국토해양부는 단호했다. 국토부는 2009년 7월7일 한성항공에 대한 부정기 항공운송사업 등록 취소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고, 2009년 7월15일 등록 취소처분 절차를 추진했다. 또 청주지법은 2009년 9월15일 한국공항공사가 제기한 "임대한 건물과 무단점용료 7250여만원을 달라"는 건물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한성항공은 청주공항 내의 사무실과 공항 대합실 내 사무실, 발권데스크 등을 모두 비워줘야 했고 무단점용료도 내야 했다. 청주지법은 한성항공에 대해 2009년 9월20일까지 자진 철거할 것을 통보하고, 9월28일 집달관을 통해 청주공항의 한성항공 본사사무실과 발권카운터, 간판 등을 강제 철거했다.

 이로써 한성항공은 2차례의 운항중단에 이은 휴업 그리고 등록취소까지 이어졌고 마침내 공항에서 간판이 강제로 내려졌다. 간판이 내려진 2009년 9월28일은 충청항공이 설립된 지 6년4개월만이었고, 한성항공 간판으로 바꿔 단 지 5년1개월만이었고, 취항으로부터 4년1개월만이었고, 운항중단으로부터 11개월만이었다. 한성항공은 이후 주인이 바뀌고, 회사 이름을 바꾸고, 다시한번 주인이 또 바뀌고, 청주를 떠나 서울로 본사를 옮겼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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