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슬롯' 노리는 외항사들, 국내 항공노선 증편

세종대 황용식 교수 "여행 수요에 따른 공급확대와 슬롯 배분 기대 두 가지 모두 해당"
한국 노선 아시아 지역 허브로 외항사에도 메리트 충분
박재훈 기자 2023-05-17 10:10:21
[스마트에프엔=박재훈 기자]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서 내놓을 국제선 중복 노선 슬롯 배분에 외국항공사(이하 외항사)의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서 경쟁 제한 우려로 인해 내놓아야 하는 슬롯을 고려해 한국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천공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최근 외항사의 국제선 노선 증편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5일 국토교통부의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외항사의 국제선 여객수는 150만5390명 공급석은 199만9823석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외항사 국제선 여객수 137만3965명과 공급석 177만 7885석에 비해 여객수는 13만 1425명, 공급석은 22만1938석 증가했다. 지난 1월과 2월에 이어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코로나가 끝나면서 해외여행 수요에 대한 공급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에어캐나다(ACC)의 3월 공급석은 2만9800석에 운항편수는 100편이었으나 4월에는 3만3376석, 운항편수 112편으로 증가했다. 유나이티드항공(UAL)의 경우 3월 공급석은 1만5677석, 운항편수 61편이었으나 4월에 들어서 1만8180석에 운항편수 70편으로 증가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1일 1회 운항중인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을 6월 부터 1일 2회로 증편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가 있다.

이러한 외항사의 증편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인해 나오는 슬롯을 가져오려는 밑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항공기 / 사진=연합뉴스


슬롯이란 항공사가 특정 항공에 특정한 날짜, 시각에 운항할 수 있게 배정된 시간을 뜻한다. 일종의 항공편 운항 권리이자 항공사에겐 자산으로 여겨지는 개념이다.

지난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조건으로 경쟁 제한 우려로 시정명령을 부과한 바가 있다. 시정명령의 내용은 두 기업의 결합일로부터 10년간 171개 노선중 26개(▲미주 5개 ▲유럽 6개 ▲중국 5개 ▲동남아 6개 ▲일본 1개 ▲대양주 등 기타 3개)의 노선에서 운수권이나 슬롯 반납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 3월 영국의 경쟁당국이 요구한 시정 조치안에서 런던 히스로 공항의 슬롯(대한항공 10개, 아시아나항공 7개)중 7개의 슬롯을 영국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에 제공한 바가 있다. 현재 버진애틀래틱은 지난 3월부터 대한항공과 인천-런던 노선 코드셰어를 진행하고 있다. 코드셰어란 항공사들 사이에서 좌석을 공동 판매해 노선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이로 인해 버진애틀랜틱은 운수권 확보 없이 인천-런던 노선을 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외항사들의 계속되는 증편이 영국경쟁당국의 승인을 위해 슬롯을 내어준 사례처럼 노선을 내어줄 상황을 대비해 한국 노선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한국은 미-중 갈등 사이에서 아시아 지역의 허브로써 교두보 역할을 하는 위치로 급부상하고 있다.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오기 충분하다.

일각에서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합병 후 나오는 슬롯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현재 국내 LCC중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항공사는 시드니 노선을 운항중인 티웨이와 미국 LA와 뉴욕에 신규취항해 운항하고 있는 에어프레미아가 유일하다. 하지만 외항사들 대비 장거리 운항 경력이 길지 않아 경쟁력이 충분한지에 대한 여부는 불확실하다.

에어프레미아 항공기 / 사진=에어프레미아 


세종대 경영학부 황용식 교수는 외항사의 최근 증편에 대해 "해외여행 수요의 증가로 인한 공급확대와 슬롯을 가져가려는 것 두 가지 모두 해당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어 "외항사가 앞으로 운수권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증편을 얼마나 했느냐로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슬롯 배분을 노리고 증편하는 것이 저변에 깔려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으며 "인천국제공항이 아시아지역의 중요한 허브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외항사로서도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티웨이와 에어프레미아가 외항사와의 경쟁력에 대해 "LCC인 것과 신규항공사라는 점에선 불리할 수 있겠으나 어떤 외항사와 경쟁하게 될 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며 "외항사가 들어온다 해도 국가 항공 경쟁력을 위해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외항사가 슬롯을 가질 경우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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