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대장동 사태?"…성남 '백현마이스' 평가위 명단 유출 의혹

-공모참여 A컨소시엄 '사전 유출' 의심 정황 포착
-일부 평가위원 "B컨소시엄 측으로부터 로비성 연락 받아"
최형호 기자 2023-06-01 16:53:48
[스마트에프엔=최형호 기자] 경기 성남시 '백현 마이스 도시개발사업(이하 백현마이스)' 우선 협상대상자 심사 과정에서 예비 평가위원 명단이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업에 참여한 A컨소시엄이 선정 심사 과정에서 평가위원 명단이 사전 유출됐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실제 사전에 유출됐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포착됐고, A컨소시엄 측은 공정성 등에 문제가 있다며 성남시에 진상조사 및 조치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백현 마이스 도시개발사업' 토지이용계획도. /사진=성남도시개발공사

1일 성남시·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에 따르면 '백현마이스' 우선협상대상자 심사를 앞두고 지난 5~12일 토목 등 8개 분야 평가위원 공개모집을 진행했으며, 총 1210명이 응모했다.

이후 시와 공사는 지난달 22일 응모자 가운데 평가위원 10배수에 해당하는 170명과 후보 85명을 더한 255명을 무작위로 뽑은 뒤 제출서류를 통해 자격조건이 되는지 확인했다.

이를 통해 10배수보다 적은 159명을 '예비평가위원 후보군'으로 추려냈고, 심사당일인 25일 '예비후보군'을 대상으로 추첨, 참여여부 확인 등 과정을 거쳐 최종 평가위원 17인을 선정했다.

문제는 최종 평가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지난달 25일로 예정된 사업심사를 이틀 앞둔 지난달 23일 평가위원으로 등록한 A컨소시엄 지인 측에서 B컨소시엄 측으로부터 '로비 성격'이 짙은 연락을 받았다는 것. 

평가위원들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평가위원 선정과정인데, 어떻게 B컨소시엄으로부터 연락이 올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A컨소시엄은 평가위원 명단 사전유출이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성남시 측에 B컨소시엄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고 제보한 평가위원 6명의 명단과 이들과 통화한 녹취록을 제출했다. 

이어 A컨소시엄은 6명이 예비후보군 159명에 포함됐는지를 검증해 사전유출 여부에 대한 진상조사 및 조치를 취해달라고 시에 요구했다.

통상적으로 민간사업자 공모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심의위원을 공개모집한다. 이어 주관사는 평가위원에 대한 사전 자격검증을 완료한 뒤, 검증된 평가위원에 한해 평가당일 무작위로 뽑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에서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무작위로 선정하는 평가위원 명단이 사전에 유출돼 로비에 이용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평가위원 명단 사전 유출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가 불거지자 성남시·공사는 당초 25일 오후6시30분으로 예정된 평가 일정을 갑작스럽게 2시간 앞당겨 오전 4시30분부터 평가를 진행했다. 

그러나 시와 공사는 이런 상황에서도 명단 유출 문제 의혹이 제기되는 당초 예비후보군 중 평가위원으로 선정된 17명의 평가위원을 참여시켜 심사 평가를 진행해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심사 결과 로비 의혹을 받는 B컨소시엄이 최종 사업자에 선정됐다. 

이에 이덕수(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은 성명서를 통해 "상식적으로 평가위원 명단 유출이 확인됐다면, 그 명단을 제외하고 나머지 명단에서 심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 공정성 측면에서 타당하다"며 "시와 공사가 로비 의혹을 받는 159명의 평가위원 명단을 제외하면 사전에 결탁이 의심되는 특정 사업자(B컨소시엄)가 불리해지니, 의혹을 받는 평가위원들까지 모두 포함시켜 심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심사위원 사전 유출 의혹이 불거진 만큼, 시와 공사가 심사위원을 재모집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덕수 의원은 "이런 의혹이 있음에도, 공사가 심사를 강행한 것, 여기에 22일 사업계획서를 제출받고 무리하게 3일(25일) 뒤에 평가한 것은 사전에 시와 공사·B컨소시엄 간 이미 짜여 진 각본대로 진행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전임 시장들 때부터 대장동 사태를 주도·공모했던 이들이 또다시 특정 사업자와 유착해 또 다른 제2의 대장동 사건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와 공사는 159명의 심사위원을 제외하면 특정분야 평가위원은 자격자가 1명도 없게 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심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심의위원 명단이 사전 유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중이고, 감사를 통해 문제가 발견되면 필요한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현마이스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번지 일원 백현지구에 2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대형 마이스사업으로 ▲전시 컨벤션센터 ▲복합업무시설(임대주택 포함) ▲오피스 ▲호텔 등이 들어선다. 사업부지는 20만6350㎡ 규모로 서울 강남 코엑스의 1.4배에 달한다. 착공은 2025년, 준공은 2030년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형호 기자 rhyma@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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