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74)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_1세대 항공사 ②

2023-08-23 06:42:01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2010년 당시 K-LCC 업계는 토마토저축은행이 법정관리중인 한성항공을 왜 인수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여러가지 설이 돌았다. 저축은행의 항공사 운영이라는 매우 기이한 구도에 대해 가장 그럴듯한 설은 이랬다.

한성항공이 극심한 자금난으로 부채가 늘면서 신용도가 하락했고 제1금융권 대출이 막히자 궁여지책으로 저축은행의 두 자릿수 고금리 대출을 받아 운영자금으로 썼다. 특히 토마토저축은행이 거액의 대출을 일으켰는데 한성항공의 부도로 돈을 떼이게 됐다. 그런데 정부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미달된 저축은행을 퇴출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다급해진 토마토저축은행은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한성항공에게 떼인 대출금을 부실채권이 아닌 투자계정으로 돌려놓기 위한 방편으로 신보종합투자라는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150억원을 더 쏟아부어 아예 인수해 버렸다. 한성항공의 운항이 재개되면 떼인 대출금은 손실이 아닌 수익 목적의 투자로 바뀌게 되어 자기자본비율 미달을 피해갈 수 있다는 꽤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였다.

아무튼 갚지 못한 거액의 대출 덕(?)에 기사회생한 한성항공은 티웨이항공으로 이름을 바꾸고 2010년 9월13일 출범식을 갖고 9월16일부터 김포~제주 노선에 다시 취항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날 새로운 대표이사를 소개했다. 새 대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아나항공에서 30여년간 근무하고 2004년 아시아나항공 부사장으로 퇴임한 윤덕영 사장이었다. 티웨이항공은 운항재개 프로모션으로 취항당일 왕복 전편을 무료로 운항하고, 9월27일부터 30일까지는 편도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공짜마케팅을 선보였다.

2017년 7월 설립해서 2018년 5월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을 바꾼 에어프레미아가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항공사(HSC, Hybrid Service Carrier)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합리적 비용으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하이브리드 전략은 2010년 9월 티웨이항공이 처음 주창했고 최초로 시도했다. 티웨이항공의 하이브리드 전략은 다른 K-LCC보다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운임은 기존항공사의 85%를 받는 방식이었다. 티웨이항공이 설립 초기에 설정한 이 같은 전략은 운임은 기존항공사와 K-LCC의 중간가격으로 맞추고, 서비스는 FSC 수준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국내에 처음 등장한 FSC도 LCC도 아닌 하이브리드라는 중간개념에 대해 항공업계에서는 "티웨이항공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처럼 서비스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단순히 기내서비스를 기존항공사 수준으로 가져간다고 해서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기종, 운항일정, 연결편 등 다양한 장점이 갖춰져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김포~제주 노선 항공권을 5만8800원에 판매하고, 후발주자인 이스타항공이 이보다 1000원 정도 저렴하게 가져가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그런데 티웨이항공이 선택한 하이브리드 전략은 주중운임을 타사보다 6% 높은 6만2400원으로 책정했다.

업계의 부정적인 전망에도 티웨이항공은 꿋꿋하게 2010년 9월16일 김포공항에서 취항식을 갖고 김포~제주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이후 2011년 4월1일에는 국토부로부터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았다. 이로써 티웨이항공은 국적항공사로는 7번째로 K-LCC로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에 이어 5번째로 국제선 면허를 취득했다. 또한 티웨이항공의 면허취득으로 7개 국적항공사 모두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보유하게 됐다. B737-800 항공기 4대를 도입한 티웨이항공은 2011년 10월14일 인천~방콕 노선을 시작하면서 국제선에도 진출했다.

티웨이항공이 운항재개이후 이처럼 순항을 거듭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나다를까 역사적인 국제선 첫 취항 전이었던 2011년 8월말 취항 1주년을 앞두고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물러나면서 의혹이 일었다. 윤덕영 대표와 각자대표인 부사장까지 전격 사퇴한 것이다. 경영진 교체를 두고 항공업계에서는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취항이후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략에 따른 적자가 계속되어 경영진을 문책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티웨이항공 이름으로는 2대 대표이사에 함철호 대표가 선임됐다. 함 대표는 1952년생으로 대한항공에서 경영전략본부장 및 국제업무 담당 전무, 뉴욕지점장을 역임한 인물이었다. 함 대표는 취임 직후 곧바로 회사의 매각 및 대주주 변경 등 굵직한 일을 연거푸 겪어야 했다. 하지만 새로운 대주주의 재신임을 받아 대표이사직을 연임했고, 4년 4개월 만인 2015년 말 퇴임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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