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된 우아함"...올 가을 패션, Y2K 가고 '올드머니룩' 온다

우아함과 고급스러움 강조한 올드머니룩 패션 뜬다
홍선혜 기자 2023-10-06 10:14:08
올 가을 급부상 하고 있는 패션이 있다. 바로 '올드머니룩'이다. 

올해 상반기 까지만 해도 패션을 통해 자신의 뚜렷한 개성을 표현한 Y2K (2000년대 세기말 패션)가 유행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 반대다. 화려함은 줄이고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올드머니룩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패션업계에서는 소재의 다양함을 집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가을 시즌에는 보다 고급화된 소재감에 세련된 색감 및 실루엣으로 승부를 거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드머니룩이란 말 그대로 대대로 유산이나 상속을 물려받은 재산을 뜻 한 것으로 일명 '금수저룩', '조용한 럭셔리'로 불리며 상류층이 입는 패션 스타일을 일컫는다. 단정하고 고급스러움이 키워드기 때문에 화려한 색감 보다는 차분한 컬러의 옷들이 주를 이루며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미니멀한 디자인도 특징이다. 

르메르 23FW 컬렉션 /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MZ세대들의 명품 소비 또한 두 축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누구나 다 알아보는 로고에 지루함을 느끼는 MZ세대들이 남들이 잘 모르는 ‘새 로고’를 앞세운 신 명품을 찾거나, 혹은 아예 브랜드 로고가 잘 드러나지 않는 ‘로고리스(상표가 보이지 않는)’ 제품을 선호한다.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로 로고리스, 절제된 컬러, 고급스러운 소재 등을 앞세운 ‘올드머니룩’은 중장기 트렌드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올드머니룩은 럭셔리 브랜드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스파(제조·직매형)브랜드에서도 선보이면서 대중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의 검색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광택감을 통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할 수 있는 '새틴스커트'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5% 늘어났다. '새틴 원피스'와 '새틴 블라우스'의 검색량도 50% 증가했으며 클래식한 분위기를 대표하는 기본 아이템인 '화이트 셔츠' 검색량은 70% 상승했다. 

회사측은 올드머니룩의 인기로 ‘스텔스 럭셔리(Quite Luxury)’ 트렌드가 자리 잡으며 관련 상품 판매가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텔스 럭셔리란 상표를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스타일을 뜻한다. 

패션플랫폼 무신사에서는 이번 가을 올드머니룩’,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의 영향으로 클래식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소재의 옷이 인기다. 올 9월 무신사의 트위드 자켓 매출은 지난해 9월 대비 44.3%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신사는 올해 FW 컬렉션을 통해 다양한 디테일을 더한 트위드 재킷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구호’는 올드머니룩이 떠오르면서 지난 8월 전년대비 매출이 10% 신장했다. 구호는 건축적이고 고급스러운 미니멀 감성이 돋보여 올드머니룩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LF 마에스트로 23FW 화보 / 사진=LF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최근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미니멀한 디자인, 좋은 품질, 장인정신에 기반한 타임리스 스타일인 '올드머니 룩'이 주목받는다"라며, "한동안 소비에 탐닉하던 소비자들이 '의식 있고 신중한' 소비 패턴으로 변화하면서, 더 적게 소유하는 대신에 더 가치있고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아이템을 구입하는 양상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LF의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 ‘질스튜어트뉴욕’, ‘알레그리’는 고급스러운 소재와 깔끔한 실루엣으로 올드머니룩의 대표주자로 인기를 얻고 있다. 

마에스트로는 올드머니룩 열풍에 힘입어 올해 8월 넷째주까지 슈트의 판매는 30%, 정장 팬츠는 50% 이상 성장했다. 마에스트로는 이번 시즌 프리미엄 캐시미어 및 울 소재를 활용해 고급스러운 색감의 재킷, 팬츠 셋업을 주력으로 선보인다.

질스튜어트뉴욕 남성도 프리미엄 니트와 재킷에서 히트 아이템을 탄생시키며 올해 8월 넷째주까지의 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성장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F는 본격적인 가을 시즌에는 고급 울 소재를 활용해 재킷과 니트 소재 블루종 점퍼 등을 내세워 올드머니룩 열풍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알레그리도 절제된 남성미를 강조한 컬렉션을 선보여 올해 8월 넷째주까지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성장하고 있다. 특히, 8월초 출시한 가을, 겨울 컬렉션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전년 대비 판매율이 50% 증가했다.

LF 관계자는 “국내 패션 시장이 성숙하면서 로고 열풍의 반대급부로 간결하고 단순한 디자인의 아는 사람만 아는 럭셔리 패션이 일각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라며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심플한 멋을 추구하는 ‘올드머니 룩’에 적합한 고급스러운 원단을 앞세운 제품들이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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