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핵심광물' 자원 민족주의화 본격화...국내 배터리 기업 대응 필수

자원보유국, 자원 채굴권 카드로 기업 유치 노리는 전략...기업 투자비용, 시간 소요 ↑
배터리 기업 투자 위해 정부간 협력도 활발해야
박재훈 기자 2023-10-10 10:26:36
이차전지와 관련해 핵심 광물에 대한 자원 국유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는 중국 기업에 내줬던 리튬 매장지의 채굴권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올해 4월 중남미 리튬을 보유한 중남미 국가들의 리튬 국유화를 선언한 가운데 멕시코까지 리튬 국유화가 본격화 되면서 글로벌 자원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멕시코의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광업국은 지난 9월 중국 기업 간펑 리튬이 보유하고 있던 멕시코 내 리튬 매장지 9곳의 채굴권을 취소했다. 멕시코 광업국은 간펑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리튬 사업과 관련해서 최소 투자 금액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바카노라 리튬사의 멕시코 소노라주 리튬 프로젝트 현장. /사진=연합뉴스


간펑 측은 멕시코 광업국의 입장에 대해 "자의적이고 근거 없는 결정"이라며 멕시코 경제부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최소치를 상회하는 금액을 투자했으며 근거를 제시했으나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며 부당한 조치라는 반응을 보였다.

멕시코 정부가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리튬 산업을 국유화하기 위한 멕시코 광업법 개정안의 영향이 크다. 광업법 개정안은 리튬을 전략 자원으로 규정하고 멕시코가 리튬 탐사 및 채굴, 상업화를 정부의 주도하에 독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년 4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형이 발의한 광업법 개정안은 의회에서 가결될 당시 간펑의 채굴권을 이야기하며 리튬 관련 계약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개정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멕시코 정부는 작년 8월 국영 기업 리티오멕스를 설립했다.

리튬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중남미국가들도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리튬 국유화에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세계 1위 리튬 매장국인 칠레도 지난 4월 리튬 국유화를 선언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형은 리튬 산업 관련 국영기업을 설립하고 리튬을 국유화하고 리튬 산업을 정부가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찍이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는 2008년 1월 리튬을 국유화한 가운데 칠레와 멕시코의 가세로 전 세계 리튬 매장량 50% 이상의 매장량이 국유화된 상황이다.

또 다른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니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세계 니켈 매장량 1위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2020년부터 니켈 원광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펙(OPEC)과 같은 니켈 생산국들을 위한 특별 기구 설립 방안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자원 민족주의화를 체계화하겠다는 것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14일 카라왕 산업단지의 HLI그린파원 배터리셀 공장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원을 국유화하면서 각국의 정부들은 이를 해외기업의 자국 투자 유치로 이어지는 무기로 활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생산공장 '기가팩토리'유치를 위해 니켈 채굴권을 카드로 빼들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텍사스에서 테슬라의 CEO 일론머스크와 기가팩토리와 관련한 회담을 가졌을 당시 "인도네시아에 투자한다면 니켈 광산도 양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핵심 광물의 채굴권 이점을 활용해 기업의 투자로 이어지게끔 유치하는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중남미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광물이 매장돼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중국이 선점한 국가가 많다. 현재로선 아프리카를 공략하기에 있어 국내 기업들은 한 발짝 출발선이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LG화학과 중국의 화유그룹 관계자들이 모로코 LFP공장 설립을 위해 MOU를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은 모로코에 LFP(리튬·인산·철)배터리 양극재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연산 5만t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화유그룹이 보유한 양극재 공급망을 활용하면서 리튬을 가공하겠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인도네시아 카라왕 산업단지의 HLI그린파원 공장을 방문해 조립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고 양산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곶앙 HLI그린파워는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위치해 있으며 지난 14일 시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인도네시아의 국유화에 대응하고 효율적인 니켈 확보를 위해 양사는 합작공장을 세운 것이다.

이처럼 자원 보유국들이 정부의 지도하에 채굴권과 관련해 기업유치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자원 확보를 위한 대응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다른 의미로 국내 기업들은 자원 확보를 위해 투자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핵심 광물의 확보를 위해서 정부간 협력도 발빠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터리 산업이 확대됨에 따라 광물의 안정적 수급을 비롯해 공급망 다양화를 위해 대륙별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기업들의 투자가 원할하게 진행될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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