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대구이전 논란…"기업가치 하락, 누가 책임질 건가?"

적극적인 대구시..일간지에 기업은행 유치 전면광고
기업은행 노조 "정부, 방임하면 배임죄…제소당할 것"
권오철 기자 2023-10-12 15:43:17
국책은행 지방이전의 불씨가 KDB산업은행에서 IBK기업은행으로 옮겨붙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주요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내는 등 기업은행 유지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행이 다수 소상공인·중소기업이 포진된 서울·경기 지역에서 대구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경제성에 물음표가 달린다. 지방이전 후 기업은행의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주주들과의 법정 분쟁 우려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시는 전날 한 일간지에 '기업은행! 대구에서 만나요'라는 카피를 담은 전면 광고를 냈다. 해당 광고에선 대구가 ▲중소기업 대표도시 ▲교통·물류의 최적지 ▲살기 좋은 정주여건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행과 가장 부합한다고 소개했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7월 국민의힘 지도부에 기업은행 대구 이전 추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구 출신 의원으로, 2020년 기업은행 본점 소재지를 '대구'에 둔다는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약으로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구시가 11일 한 일간지에 실은 기업은행 유치 전면광고. 

그러나 기업은행 내부 반발은 거세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날 "기업은행을 정치 무대에 올리지 마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서 "상장기업인 기업은행은 정부가 대주주지만 소액주주도 30%이상"이라며 "지방 이전 후 주가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수 있나"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의 주식은 기획재정부(59.5%)와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산업은행(7.2%), 수출입은행(1.8%) 등이 68.5%를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는 소액주주 지분라는 얘기다. 

노조는 이어 "정부가 알고도 방임하면 배임죄"라며 "최악의 경우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국면에서 한국 정부를 제소한 것처럼 소액주주들에게 제소를 당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률전문가들인 정부여당 주요인사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며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고, 국민의힘 대표는 판사, 원내대표는 경찰이며, 홍 시장도 검사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치를 강조하는 그들이 법은 뒷전, 오직 정치와 선거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고 꼬집었다. 목불인견이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기업은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이 포진된 서울 뒤로하고 대구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서울·경기에 있는 소상공인 수는 전국 733.5만개 중 341.5만개(46.6%)에 달한다. 중소기업도 전국 771.4개 중 361.4만개(46.9%)가 서울·경기에 있다. 반면, 대구·경북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수는 각각  68.7만개(9.4%), 71.7만개(9.3%)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노조는 "대구시가 일간지 광고에서 기업은행을 유치할 수 있는 강점으로 꼽은 것들이 가장 뛰어난 곳은 서울"이라며 "그래서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지난 20년 넘게 서울을 글로벌 금융 허브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뉴욕과 런던, 싱가폭 등 세계적 금융도시의 특성은 '집약'"이라며 "'분산'은 이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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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맑고 큰 일교차 '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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