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차 아니면 '단종 차량' 타지 마라?...부품수급 문제, 소비자에 전가 안돼

소비자원 가이드, 단종시점으로부터 8년까지는 부품 제조,보유해야한다
현실적인 수급 방법은 폐차장,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구하는 것
박재훈 기자 2023-11-06 09:52:10
자동차는 기술과 정비 인프라의 발전으로 과거 보다 더 오랜기간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이 되고 있다. 연식이 오래된 중고차를 구매하더라도 꾸준히 정비만 해주면 10년 이상 거뜬히 운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제조사에서 생산을 중단한 단종차량이라면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제조사의 서비스센터를 방문해도 부품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기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일 부품 수급이 어려워 차량을 운행하지 못할 경우 제조사에 지속적인 문의를 통해 해당 부품이 생산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최악의 경우 폐차를 할 수도 있다. 안정적인 부품수급만 이어진다면 운행이 가능한 차량들을 폐차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Needpix.com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자동차의 부품 보유 기간을 사업자가 해당 제품의 생산을 중단한 시점으로부터 8년 동안 부품을 보유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원 가이드에 따르면 제조사가 8년 내 부품을 생산하지 않고 있거나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차량이 수리될 때까지 소비자에게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을 제공해야 한다. 혹은 제조회사가 차량의 잔존가치를 따져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법도 있다. 여기서 잔존가치는 보험금과 중고차 시세를 합한 금액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조사에서는 단종된지 7~8년된 차량들의 부품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단종된지 8년 이상된 차량에 대한 부품 수급 문제다. 소비자원 가이드나 제조사에서 정한 방침을 넘어 운행되고 있는 단종차량들이 여전히 도로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일례로 르노코리아의 구형 SM5, SM7뉴아트, 기아 오피러스,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 액티언 등 단종된지 8년이 넘은 차량들은 어렵지 않게 마주치거나 주차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 여전히 수요가 많은 르노자동차 SM5 뉴임프레션 / 사진=엠파크시티

이들 차량의 부품 생산과 제공은 제조사의 선택의 문제가 된다. 즉, 제조사가 노후차량의 부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식과 주행거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중고차를 구매하는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다. 하지만 중고차업계 관계자들은 가성비만을 바라보고 무작정 차량을 구입하는 것은 고려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한다. 값이 싼 만큼 연식이나 주행거리가 많은 차량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같은 경우 차량 정비시 부품 수급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의 오피러스 초기 모델.


현실적으로 제조사에서도 부품을 수급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폐차장이나 중고거래 사이트, 혹은 장한평 등지에 위치한 중고차 부품 골목 등에서 중고품이나 복제품을 알아봐야한다. 실제로 중고차 부품골목에 위치한 업체들은 특정 부품을 '떠준다'(차량 부품을 복제하는 것)는 사설업체들이 존재한다. 단종된 모델들일지라도 호환되는 부품이 있거나 하는 경우에는 가서 직접 부품을 수급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미래차타기 자동차시민연합의 임기상 대표는 "오래된 자동차의 부품을 제조사가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임 대표는 "제조사에서 부품을 구할 수 없을 경우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해체재활용업협회 등을 이용해 폐차장에서 필요한 부품을 수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요한 부품을 인터넷 중고몰이나 폐차장에 가면 조금 수고를 들이더라도 구할려면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품 수급 문제에 있어 더욱 근본적으로 제조사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진=pexels


새로운 모델을 판매하는 것에 집중하는 만큼 기존 차량을 구매한 사용자의 사후지원에도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부품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부품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경우 현대파텍스 같은 계열사에서 8년이 넘은 단종차량에도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한 제조사들의 경우, 10년 이상된 노후 차량의 부품 수급이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무관할 정도로 어렵다. 이에 대한 노후차량 보유 차주의 불만들을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들 제조사는 단종차량의 부품 수급을 위해 소비자의 요청이 어느정도 쌓이면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몇몇 부품들의 경우 수개월이 지나도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처럼 실제로 현장에서 부품을 수급하려고 하는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더욱 근본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자동차의 수명이 길어진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시에서 단종차량의 부품 보유 의무를 기존 8년에서 그 이상으로 늘리거나, 현대차나 기아처럼 제조사 스스로 협력사와 함께 부품 수급을 일정 부분 보장해 주는 소비자 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제조사의 차량을 믿고 구매한 사용자가 새로운 모델을 구입하는 '로열티'를 형성하는 것은 새로운 기능을 달고 나온 신차가 아닌 이미 타고 있는 차량의 사후지원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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