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도 '초조'...4분기 불확실성 여전

정제마진과 국제유가의 상승 영향으로 정유4사(SK이노베이션 · GS칼텍스 · 에쓰오일 · HD현대오일뱅크)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정유4사의 올해 3분기 정유부문 영업이익은 모두 합해 약 3조원 수준이다. 전 분기인 2분기 실적에서는 영업손실 1조346억원을 기록했기에 이번 실적개선이 더욱 주목된다.

지난 8일 정유4사 중 마지막으로 실적을 공개한 GS칼텍스는 정유부문에서 영업이익 95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1.1%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정유4사는 모두 2분기 대비 정유부문에서 3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우선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에서 1조11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1조 5237억원 증가한 수치다. SK이노베이션은 이같은 실적에 대해 시황 개선에 따른 유가 및 정제마진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뒤를 이어 GS칼텍스가 1조에 가까운 95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GS그룹의 실적을 견인했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도 정제마진과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에쓰오일은 전년 동기 대비 67.9% 증가한 85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HD현대오일뱅크는31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영업이익이 783.9% 증가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원유정제설비 정기보수로 매출이 감소하지 않았다면 더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어닝서프라이즈는 모두 공통적으로 정제마진이 상승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의 원유 생산이 감소되면서 공급 상황이 여의치않고 등유와 경유의 수요가 개선된 것이 정제마진에 영향을 준 것이다.

정제마진은 통상 4~5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보지만 올해 3분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9.5~10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2분기에는 4달러 수준이었던 점과 지난해 3분기에 4~6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3분기의 영향이 4분기까지 이어져 좋은 실적이 기대된다고 전망하고 있지만, 이번 3분기만큼의 어닝서프라이즈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분기 대비 3분기의 정제마진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3분기만큼의 정제마진이 4분기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 미지수이며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인해 중동지역 정세에 대한 우려로 국제유가도 반사적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우려와 달리 현재는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률 자체가 기대감이 낮고 석유 수요 등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아 유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4분기 실적에 영향이 갈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정유4사의 이번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정제마진도 지난 3분기 최대 15달러, 평균 10달러 수준을 유지하던 흐름도 4분기에 들어서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평균 2.75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동절기 난방 수요와 정유 제품의 낮은 재고 수준 등은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2분기와 비교해 3분기 정제마진이 상승했지만 4분기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호실적으로 비춰지는 경향이 있지만 3분기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정제마진과 석유 수요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음 점도 문제"라면서 "지금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 좋게 나온다고 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