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맵고 자극적이게” 한국인 입맛 이대로 괜찮나?

홍선혜 기자 2023-11-14 10:48:14
“자극적이고 매운맛 이대로 괜찮을까”

한국인들이 유독 매운맛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최근 유통업계가 너나 할 것 없이 더욱 자극적이고 매운맛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엽기떡볶이, 마라탕, 불닭볶음면 이 세 가지 음식은 모두 맵고 자극적이지만 이 중 하나라도 먹어본 경험이 없으면 간첩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입맛을 나타낸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제는 햄버거까지 매운맛으로 출시돼 한국인의 스코빌지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맘스터치가 선보인 ‘불불불불싸이버거’는 이름과 걸맞게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알려진 ‘캐롤라이나 리퍼’를 첨가했다. 스코빌 지수는 4941SHU로 불닭볶음면 4404SHU보다 더 높은 수치다. 

매운 라면의 원조였던 신라면은 이제 매운 축에도 끼지 못한다. 지난 8월 농심이 기존 신라면보다 두 배 이상 매운 ‘신라면 더 레드’를 출시했는데 이 라면은 초반부터 큰 인기를 받아 80일 만에 1500만봉 이상 팔려 해당 출시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유통업계에서는 맵고 자극적인 신제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는데 대부분 소비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보이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매운맛 열풍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처럼 사람들이 매운맛에 열광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스트레스 해소이다. 우리가 먹는 매운맛은 미각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혀가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총 5가지로 매운맛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매운맛은 통각이다. 우리가 매운 음식을 먹는 순간 뇌에서는 혀의 통증으로 인식하고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이 과정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감을 느끼면서 매운맛에 중독되는 것이다. 

농심 신라면(왼쪽), 삼양 불닭복음면

적당한 매운맛은 심혈관질환을 낮춰주고 수명을 연구결과도 있지만 이는 화학첨가물이 들어간 인위적인 매운맛이 아닌 고추가 들어간 매운맛을 일컫는 것이며 과도한 섭취는 오히려 위장을 자극해 위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소화기관이 악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점점 매운맛을 극대화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지갑을 연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보다 매운맛의 열풍은 더욱 뜨겁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편의점 GS25의 매운맛 제품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9% 늘었으며 ‘매운’ ‘HOT’ ‘스파이시’라는 용어가 들어간 제품은 지난해 142개에서 올해 174개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불경기에 매운음식이 잘 팔린다는 설명이다. 계속해서 물가가 치솟고 있고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최근 중동 정세 위기 등 글로벌 공급의 불안정으로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매운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실제 1997년 IMF 이후 매운 짬뽕, 닭발, 떡볶이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 매움 음식을 찾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지속되는 불경기와 낮은 취업률도 매운 음식을 찾게 되는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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