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성장세'...현대차그룹 주도권 굳히기

전기차 경쟁 치열해지면서 테슬라 점유율 희석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4위...3위와 0.4% 차이
박재훈 기자 2023-11-21 10:45:46
전기차 판매 둔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의미있는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에서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테슬라의 압도적인 점유율이 고르게 편성되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가운데,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주도권 굳히기 모멘텀이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익스페리언 통계에 따른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미국 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61%가 증가했다. 이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7.4%를 기록했다.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4.8%(4위), 2.7%(9위)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합산 7.5%로 테슬라에 이어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점유율 뒤로 쉐보레와 포드, BMW 등과의 점유율차이가 크진 않지만 IRA(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 보조금 여파에도 뚜렷한 성과를 기록한 것이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에서도 견조한 판매량을 바탕으로 점유율이 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 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순위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10.3%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4위에 올랐다. 3위인 스텔란티스 그룹과의 차이는 불과 0.4%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내 역대 판매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친환경차의 판매 호조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IRA여파에도 불구하고 자체 지원금을 강화하고 SUV모델인 투싼과 스포티지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상위권에 이름표를 붙이기 위해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글로벌 인지도 제고,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를 통한 친환경차 판매 확대를 통한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울산 EV 전용공장 조감도 /사진=현대자동차


중장기적인 준비도 빠르게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상위권 3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9년만에 2조원을 들여 울산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설립한다. 현대차의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은 2025년 완공되며 2026년 1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해당 공장은 연간 전기차 20만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고부가가치 모델인 전기 SUV모델을 주력으로 생산하게 되면서 향후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현대차가 이렇듯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것은 전기차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주도권을 잡을 모멘텀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선행주자였던 테슬라는 올해 9월까지 등록 비중이 전년 동기인 65.4%에서 57.4%로 하락했다.

기존 내연기관 브랜드 및 신생 전기차 브랜드들이 대거 시장에 뛰어들면서 점유율이 점차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현대차는 전년 동기 4%의 등록비중이 올해 4.8%로 증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은 "비용 절감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브랜드들이 전략을 수정하고 있음에도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도쿄에서 열린 '2023 재팬 모빌리티 쇼'에 BYD 전기차 씰이 전시돼 있다. /사진=UPI


현대차를 포함한 많은 브랜드들이 넘어야할 산으로 테슬라를 보고 있지만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과의 경쟁구도 떨쳐내기도 주목할 부분이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에서 항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BYD(비야디)는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수출에서도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BYD는 배터리 공급과 전기차 제조를 겸한 수직통합적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 둔화에 원인 중 하나인 비싼 가격에도 BYD는 중저가의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시장 대응에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인 흐름인 수익보다 점유율 확보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 부분에서 현대차도 전기차 라인업 다양화에 집중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NE리서치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대표적인 고급 전기차 브랜드로 자리잡아 시장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BYD는 중국에서 검증된 안전성, 품질,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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