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전기차' 잔존가치 책정, 어떻게 결정하나...기아 새판짜기?

배터리 제조사가 제공하는 파라미터 부족한 상태...잔존가치 책정에 8~10시간 걸려
기아, 시승차 위주 우선 판매...향후 매입 차량 배터리 사용패턴 파악은 보다 어려워
대림대 김필수 교수 "3년 동안 기아 잔존가치 매뉴얼 갖출 것으로 기대"
박재훈 기자 2023-11-24 06:11:01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으로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 탓에 선뜻 구매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일부 전기차 예비 구매자들은 이러한 가격 문제로 중고 전기차 구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전기 중고차에 대한 가격 책정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잔존가치 책정 기준이 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완성차 업체에서는 기아가 전기차를 포함한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기아의 인증중고차 사업이 전기차 잔존가치 책정의 기준점이 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기아는 외부업체의 도움을 받아 배터리 잔존가치를 책정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자체적인 시스템을 확립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아 인증중고차 용인센터에 EV6 인증중고차가 전시돼 있다. /사진=기아

기아, 점검과 잔존가치 등급 책정에 기준점 제시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고 전기차는 전체 중고차 거래에서 0.7%에 불과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장차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 사용자가 많아질 것과 앞서 전기차를 구매했던 '얼리어답터'들이 차량교체를 위해 매물을 내놓을 것을 고려하면 중고 전기차 거래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지난 10월 25일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면서 중고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 및 상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에 대한 문턱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일종인 리튬 폴리머 전지는 휴대폰이나 노트북에 들어가는 리튬 이온 배터리와 작동원리가 같다. 리튬 이온 배터리 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사이클(배터리 전력량 0%에서 100%까지 충전되는 횟수) 수가 적은 특징이 있지만 사이클 횟수가 상품의 가치와 직결되는 것은 동일하다. 특히 내연기관 엔진과 달리 전기차 배터리는 소모품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차량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에 기아는 배터리 잔여수명 및 잔존가치 산정을 위해 '스마트 EV솔루션'이라는 대안을 내놨다. '스마트 EV솔루션'은 ▲고전압 배터리 컨트롤 시스템 ▲고전압 충전 시스템 ▲고전압 분배 시스템 ▲전력변환 시스템 등을 정밀 진단해 배터리의 현재 성능∙상태 등급을 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또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측정한 뒤 신차 1회 충전 주행거리 대비 상대적인 실제 성능을 등급화한다. 기아는 ‘배터리 등급’과 ‘1회 충전 주행거리 등급’을 종합한 최종 EV 품질 등급을 부여할 예정이다. 판매되는 차량은 등급 판정후 3등급 이상의 중고 전기차만 해당된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제조사측의 파라미터가 있어야 정밀하게 잔존가치 책정과 더불어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기아외에도 기존에 중고 전기차를 판매하거나 렌탈하고 있던 업체들은 배터리 제조사와의 협업으로 잔존가치를 책정하고 배터리를 관리하고 있다. 케이카는 SK온과 협업해 잔존가치 책정에 도움을 받고 있으며 롯데렌탈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시승차 우선 판매하는 기아...앞으로 과제는 상용패턴 상이한 매물들의 잔존가치 책정

기아는 중고 내연기관차량과 마찬가지로 신차급의 연식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km의 전기차를 매입하고 있다. 현재 우선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중고 전기차는 시승차로 활용했던 차량들이다. 시승차의 경우 배터리 충전 패턴을 비롯해 잔존가치 책정이 용이해 등급 판정에 어려움이 적다는 특성이 있다.

문제는 이후 매입할 전기차들의 배터리 사용패턴이나 잔존가치가 상이해 책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시승차와 달리 개인이 사용하던 전기차는 내연기관의 주행습관과 달리 배터리 충전방식이나 사용 패턴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배터리 잔존가치 책정에는 차량 한대당 통상 8~10시간이 소요되는 점도 앞으로 매입할 차량들의 물량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이유다.

서울 시내 주차장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인이 사용하던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잔존가치 책정에서 제조사와의 협업이 더욱 중요하다. 충전할 때 충전 상태와 패턴 파악은 물론이고, 지하 주차장에서 충전기와 정보를 주고 받는 시스템의 점검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화재예방과 직결되는 부분이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중고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물꼬를 텄지만 현재 잔존가치 책정에 있어 필요한 파라미터 제공은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환경부서와 협의체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고 추진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미터 제공이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전기차의 40%에 해당하는 배터리 잔존가치 책정 및 차량 가격 산정이 어렵다. 장기적으로 매물이 늘어나게 될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빠르게 진행되야 할 부분이다.

먼저 중고 전기차 사업을 시작한 기아도 현재 배터리 잔존가치 책정에 있어서는 위탁업체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인력 수급을 비롯해 매물 잔존가치를 책정할 수 있는 시스템은 구축 단계에 있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의 매물에 제한이 걸린 3년 동안 소화할 수 있는 매물을 판매하면서 잔존가치 책정 내실을 다질 시간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기아가 중고차 사업을 함에 있어서 전기차를 포함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배터리 잔존가치 책정에 기아가 아직 외부업체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향후 자체적인 인력을 수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중고차 시장 판매에 제한이 걸린 3년동안 기아가 전기 중고차 판매에 있어 입지를 다지고 실력도 키우는 단계다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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