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UCLA 의학박사 "LDL콜레스테롤-동맥경화 상관관계 없다"

LDL 상승 그룹과 LDL 정상 그룹 비교연구
그 결과, 두 그룹의 동맥경화 정도 차이 無
혈관 칼슘·협착 차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권오철 기자 2023-12-14 04:47:15
흔히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콜레스테롤이 반드시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의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의학대학원 소속 매튜 버도프(Matthew Budoff) 의학박사는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세계 인슐린저항성·당뇨·심혈관질환 학회(WCIRDC)'에서 키토제닉(Ketogenic) 식단 및 LDL콜레스테롤이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서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로 불리는 키토제닉 식단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대신 지방 섭취를 늘리는 식이요법이다. 탄수화물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포도당 대신, 지방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케톤이 에너지 대사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버도프 박사는 탄수화물을 제한한 키노제닉 식단으로 인해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190mg/dl 이상으로 상승한 사람들이 모인 그룹(Lean Mass Hyper-Responders, 이하 LMHRs그룹)과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그룹(이하 LDL정상그룹)의 동맥경화 정도를 비교했다. 

일반적으로 비만 또는 당뇨를 이유로 키토제닉 식단을 하면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연구에 참여한 LMHRs그룹은 마른 체격의 건강인으로 평균 4.7년 동안의 키토제닉 식단을 통해 LDL콜레스테롤이 급상승한 이례적 집단이었다. 이들의 LDL콜레스테롤 평균은 272mg/dl였다. 반면, LDL정상그룹의 LDL콜리스테롤 평균은 123mg/dl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의학대학원 소속 매튜 버도프(Matthew Budoff) 의학박사는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세계 인슐린저항성·당뇨·심혈관질환 학회(WCIRDC)'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그런데, 놀랍게도 이 두 그룹의 동맥경화 정도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도프 박사는 "LMHRs그룹에서 동맥경화가 더 심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면서 "LDL 수치와 동맥경화 정도는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CT혈관찰영술을 통해 두 그룹의 혈관 칼슘 점수도 비교했는데, 여기서도 차이가 전혀 없었다고 보고했다. 혈관 내 칼슘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정도의 차이가 두 그룹 간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 외에 혈관 협착 점수, 좁아진 혈관 개수 등도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이는 LDL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 및 혈관질환의 원인이라는 기존 의학계의 정설을 뒤집는 연구결과다. LDL콜레스테롤을 억제하기 위한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이 국내에서만 수천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버도프 박사는 "마르고 건강한 LMHRs그룹에 대한 탄수화물 제한은 간 내부 글리코겐 고갈을 유도해, LPL(지질단백질분해효소)에 의해 LDL을 에너지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간에서 VLDL(초저밀도 지질단백질)을 더 많이 내보낸다"면서 "VLDL이 많아지고 LPL 활성이 증가하면, HDL콜레스테롤과 LDL콜레스테롤은 증가하고 중성지방은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결과 외에 다른 참고논문을 소개했다. 해당 논문은 덴마크에서 LDL콜레스테롤이 193mg/dl 이상인 1만1805명을 대상으로 관상동맥 칼슘점수를 조사한 내용으로, 전체의 54%에 해당하는 6366명에서 칼슘점수 0점이 나왔다는 내용이다. 

버도프 박사는 이와 관련 "칼슘점수가 0점이라는 것은 심근경색 등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LDL콜레스테롤 증가가 무조건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동맥경화 발생이 반드시 LDL콜레스테롤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번 연구에 제한점도 있다"면서 "우리는 4.7년을 관찰했을 뿐이고, 연구대상은 100명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1년 뒤 다시 CT혈관촬영술을 시행할 것"이라며 "더 장기적인 연구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가 실험 그룹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전제 하에 나온 결과일 뿐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한 국내 의사는 "이 연구가 일반적인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체격이 마르고 건강한 LMHRs그룹을 대상으로 한 것이란 점을 주의해야 한다"면서 "중성지방·HDL콜레스테롤 비율, 공복 인슐린, 호모시스테인 등 임상적 지표가 좋지 않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이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때는 위험한 신호로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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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원(jae-won)
    김재원(jae-won) 2023-12-17 09:05:48
    제약회사 다녔던 사람으로서 현대의학산업과 의사들이 생명보다는 돈을 우선시 한다는 걸 현장에서 직접 봤는데. 지금 기사 외에도 더 많은 현대의학이 대중들을 속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 기사 쓰신 기자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