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반도체 락바텀 벗어나는 단계…중국 경기가 변수”

D램 시황 개선…낸드 수요 여전히 부진
한일 경제협력 필요 강조…“이제는 같이 협력할 때”
신종모 기자 2023-12-19 15:21:48
“반도체 경기 자체는 지금 락바텀 형태를 벗어난 단계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내년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중국 경기의 회복 속도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최 회장은 “반도체 경기는 아직 가격이 더 회복되고 수급 밸런스균형가 제대로 맞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가능한 한 빠르게 내년 상반기 중에 회복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그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D램은 나아지고 있으나 낸드 쪽은 아직 거의 잠자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대한상의 송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 /사진=대한상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동안 누적 10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늘며 3분기에는 D램 부문이 흑자 전환하는 등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SK하이닉스는 “고성능 메모리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경영실적은 지난 1분기를 저점으로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다”며 “특히 대표적인 인공지능(AI)용 메모리인 HBM3, 고용량 DDR5와 함께 고성능 모바일 D램 등 주력제품들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전분기 대비 매출은 24% 증가하고 영업손실은 38%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낸드는 수요가 여전히 부진해 공급업체 간 경쟁이 심해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또 과잉 투자도 우려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대규모 투자 양상에 대해 “과잉 투자 때문에 상당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보호무역주의를 하다 보니 자국에서 만든 것만 쓰겠다는 개념으로 접근이 되면 솔직히 우리처럼 시장은 작고 생산은 많은 곳은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을 방문했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이다. ASML이 독점 공급하는 EUV 노광장비는 빛의 파장이 기존 장비보다 짧아 이를 이용하면 더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만들 수 있다. 특히 7나노 이하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꼭 필요한 장비로 꼽힌다.

최 회장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R&D)이 축소 지향적으로 해오면서 지금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그 한계 때문에 노광장비나 모든 것들이 다 비싸지고 돈도 많이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값비싼 장비를 계속해서 사다가 만들어봐야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다른 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며 “ASML도 반도체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자기 장비가 계속 잘 쓰여서 반도체 효율이 살아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하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큰 변화 없고, 하반기에 경기 회복 가능”

최 회장은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상반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전망으로는 중국 경기가 단시간에 회복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도 장기적으로 보면 내년 말에나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우리나라도 그런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최 회장은 “우리가 많이 의존하는 자동차나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다행”이라며 “전체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며 “워낙 진폭이 큰 변수가 많아서 섣부른 추정을 해서 얼마만큼 회복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최 회장은 ‘한일 경제협력체’에 대해서는 “이제는 같이 협력할 때가 됐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국민감정이나 여러 다른 정치적 요소도 있지만 가능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노력해 보자는 취지로 일본 상의와도 얘기하고 있다”며 “현재 한일 학자 등에게 양국 경제협력체 구성에 따른 시너지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전체를 보면 7조달러(약 9144조8000억원) 정도 되는 경제 사이즈를 생각할 수 있다”며 “시너지가 국내총생산(GDP)에도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0.5조달러 정도는 되지 않겠나 하는 제 나름대로 계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을 고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영역이 있고 주로 민간의 협력 형태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프레임워크(구조)가 잘 짜여서 국가·정부 차원에서 협력을 더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더 시너지가 많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CES 2024 SK그룹관 조감도. /사진=SK그룹


“AI, 5년 안에 큰 변화 있을 듯”

최 회장은 AI의 미래에 대해서는 “5년 안에 꽤 많은 변화를 몰고 올 변화의 축”이라며 "“그 많은 요구를 수용할 만큼의 데이터센터나 인프라가 갖춰질 거냐, 투자는 누가 할 거냐, 소비자는 그 AI에 얼마나 돈을 지불할 거냐 등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레이크스루(돌파구)를 하는 사람이 상당히 큰 위너(승자)가 될 공산이 있다”면서 “그래서 아마 저도 CES에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끝으로 이번 CES 어젠다로 환경과 AI를 꼽았다.

그는 “환경에도 많은 AI 형태를 필요로 한다”며 “환경의 솔루션을 찾는 AI 프로그램도 계속 개발해야 하는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4'는 다음 달 9일∼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올 온(ALL ON)’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SK그룹 7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참가해 테마파크 콘셉트의 전시관을 통해 ‘넷 제로(Net Zero)’ 세상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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