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재직 136곳…“책임 회피 여전”

이사등재 비율 2018년 이후 5년 만에 증가 전환
전체 등기이사 중 총수 일가 비율 ‘셀트리온’ 가장 높아
신종모 기자 2023-12-26 16:35:05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중 총수일가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가 136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가 재직 중인 미등기임원 중 과반수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소속이었다. 등기임원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해 각종 권한과 혜택만 챙기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을 발표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82개 중 신규 지정 집단 8개와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73개 집단 소속 2735개 계열회사(상장사 309개, 비상장사 2426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총수일가경영 참여 현황 분석은 총수 있는 64개 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분석대상 회사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6.6%다.

최근 5년간 총수일가이사 등재회사 비율과 전체이사 중 총수일가비율은 지난 2019년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다 올해 처음으로 소폭 증가했다. 

전체 계열사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이다. 9개 계열사 중 8개사에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됐다.

전체 등기이사 중 총수일가의 비율은 셀트리온, 반도홀딩스, 케이씨씨, KG, SM 순으로 높았다.

반면 삼천리, DL, 이랜드, 미래에셋, 태광 등 5개 집단은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배주주·경영진 견제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지속해서 강화되고 있다”며 “총수일가이사 등재 회사 비율이 올해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으나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총수일가 재직 중인 미등기임원 여전 

총수 본인이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재직하는 비율은 87.4%로 높았다. 

분석대상 회사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는 136개사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의 비율은 상장사가 비상장사 보다 약 6.2배 더 높았다.

집단별로는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 비율은 하이트진로가 4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DB, 유진, 중흥건설, 금호석유화학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총수일가미등기임원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가 재직 중인 미등기임원으로 직위 총 181개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직위가 57.5%(104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겸직 수는 중흥건설일 가장 높았으며 유진, 효성․하이트진로, 한화 순으로 많았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미등기임원으로서 권한만 누리는 회사가 여전히 많다”며 “제도적 장치의 실질적 작동 측면에서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사회 상정 안건 중 원안 가결률 99.3%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51.5%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중은 51.5%로 지난해와 비교해 0.2%포인트(p) 감소했다.

이사회 상정 안건 중 원안 가결률은 99.3%에 달했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전체의 0.7%인 55건에 불과했다. 이중 사외이사가 반대한 건은 0.2%인 16건에 그쳤다.

주주총회에서의 소수주주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한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86.4%로 지속 증가 추세다. 집중·서면투표제는 도입률과 실시율이 모두 전년 보다 증가했다. 전자투표제는 80%가 넘는 상장사가 도입·실시했다. 

상장사 소수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상법에 도입된 소수주주권은 총 36건 행사됐다. 특히 주주제안권(16건)과 주주명부 열람청구권(10건) 행사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관련 현황을 지속 분석·공개해 시장의 자율적 감시를 활성화하고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