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연말결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울고 웃게 한 ‘반도체’

D램 시황 개선…낸드 수요 여전히 부진
업황 부진에도 감산 통해 위기 극복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3 놓고 경쟁 불가피
신종모 기자 2023-12-29 09:01:37
반도체 업계는 고유가와 고금리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으로 불황을 맞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반도체 한파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심각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분기마다 수조원씩 적자를 내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1·2분기 영업이 익이 90% 넘게 줄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1∼3분기 합산 8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수혜가 예상되는 차세대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으로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흑자전환을 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분기 적자폭 감소…감산 효과 ‘톡톡’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3조7500억원의 적자를 내며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을 6000억원가량 줄였다. SK하이닉스도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이 1조원 이상 줄었다.

이는 메모리 업계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며 재고가 건전화하고 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0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5.38% 상승하며 지난 2021년 7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반등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 가도 2년 3개월 만에 1.59% 올랐다.

증권에서는 공급업체의 강도 높은 감산과 낮아진 가격이 고객사의 재고 확보를 자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중국 우시 등 주요 생산라인에서 웨이퍼 투입량을 줄였다. 올해 D램과 낸드 웨이퍼 생산량도 지난해와 비교해 축소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감산과 투자 축소를 통해 반도체 한파에 대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판단하고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나갔다. 

애초 삼성전자는 IT 수요 부진과 고객사 재고 조정 여파에 따른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인위적인 메모리 감산과 투자 축소는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감산 대신 투자를 지속해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이는 업황 개선까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지난 4월 처음으로 '메모리 감산'을 공식화했다. 지난 1998년 이후 25년 만이다. 

통상적으로 감산을 통한 공급 축소 효과는 2분기 말이나 3분기부터 나타나지만 삼성전자는 단기간에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일제히 감산에 돌입하면서 올해 연간 글로벌 D램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앞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분간 감산 기조를 지속해서 유지할 계획이다. 

최근 AI 시장 확대로 HBM 수요가 늘며 D램 부문 업황을 개선됐으나 낸드는 수요가 여전히 부진해 공급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감산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라며 “낸드플래시 감산 효과는 내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고부가가치 ‘HBM3’ 개발 가속

내년에는 생성형 AI 시장이 성장하면서 엔비디아·AMD·인텔 등을 중심으로 AI 가속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HBM 판매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이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됐다. HBM3E는 HBM3의 확장(Extended) 버전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후반부터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31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를 통해 “현재 HBM3와 HBM3E 신제품 사업을 확대 중”이라며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라며 말했다. 

삼성전자는 DS부문에만 47조5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 비중이 지속해서 증가해 내년 상반기 내 HBM 전체 판매 물량의 과반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4세대 제품인 HBM3를 지난 6월부터 독점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내년 2분기 양산 예정인 5세대 제품 HBM3E 최종 품질 테스트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현존 세계 최고 성능 D램인 ‘HBM3’의 양산을 시작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에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기가바이트(GB)를 구현한 HBM3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대 HBM 공급 경험과 양산 성숙도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부터 HBM3E 양산에 들어가 AI용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매출이 올해 410억달러(약 53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약 31% 감소했다. 내년에는 536억달러(약 70조원)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 회복세가 가속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4분기에도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차세대 반도체 HBM을 기반으로 한 수요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실적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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