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IPO 기상도…한국투자證 ‘맑음’, 신한투자證 ‘구름’

신수정 기자 2024-01-23 18:52:41
한국투자증권(왼쪽)과 신한투자증권 사옥. 사진=각 사

올해 조(兆) 단위 기업공개(IPO) 기대감이 더해지는 가운데, 연초부터 주관실적에 대한 증권가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투자증권은 시프트업,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굵직한 기업의 상장을 추진하며 착실히 IPO 주관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신한투자증권은 IPO 대어 에이피알의 상장 연기로 주요 IPO 주관사로의 도약에 ‘제동’이 걸렸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과 롯데그룹 물류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연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추진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기업은 각각 지난해 5월과 11월에 한국투자증권을 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상장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두 기업의 기업가치(추산치)는 조 단위로, 전통적인 IPO 강자 한국투자증권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포트폴리오로 주목받는다. 시프트업 기업가치는 작년 11월, 기존 투자자 위메이드의 투자 지분 4.11%를 중국 텐센트 자회사 에이스빌PTF 외 1인에 약 800억원에 매각하면서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어 롯데글로벌로지스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알려졌다. 

반면, ‘IPO 대어’로 꼽히던 에이피알의 대표 주관사 신한투자증권은 갑작스러운 상장 일정 연기로 IPO 시장의 주요 주관사로서의 도전에 차질이 빚어졌다. 에이피알 상장은 NH투자‧한국투자‧미래에셋증권이 독식하던 대형 딜 부문에 진입하기 위한 신한투자증권의 첫 발판이 될 전망이었다.

시장에선 에이피알이 갑진년 코스피 상장사 1호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4년에 설립된 에이피알은 ‘메디큐브(미용기기)’, ‘널디(패션)’, ‘에이프릴스킨(화장품)’, ‘포멘트(향수)’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로, 예상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2조원대다. 

그러나 이달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진행할 방침이었던 에이피알의 수요예측은 내달 2일부터 8일까지로 미뤄졌다. 금융당국이 과거 상표권 소송 건에 대한 추가 소명을 요구하면서다. 이에 에이피알은 “이미 소명된 부분이고 기업가치에는 영향이 없는 부분”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작년 초 오아시스, 컬리,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 등 IPO 대어들이 상장을 앞두고 일정을 연기했다가 최종 철회한 사례들이 누적된 상황이라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불식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에이피알 상장 일정 연기가 자칫 상장 실패의 전조 현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공모 규모가 큰 기업들이 상장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IPO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지난해 IPO를 잇달아 철회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모두에게 긍정적인 시장 상황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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