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 스토리]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선택과 집중’ 실적 개선 사활

이재용 회장 재신임…한종희표 리더십 시험대
삼성전자 TV 신화 잊고 재도약 발판 마련해야
올해 신사업 투자·M&A 성과서 판가름
신종모 기자 2024-01-23 10:41:41

기업은 이익 창출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경쟁에서 승리하고 지속성장을 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 결정권자인 C레벨(CEO, CFO, COO, CIO 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에프엔에서는 주요 기업 C레벨의 행보를 분석함으로써 이들 기업의 경쟁력과 미래 가치를 예측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도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과 생활가전사업부를 이끌게 됐다. 

애초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전자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과감한 미래도전 속 경영안정의 균형을 잡고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모험보다 안정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보여준 한 부회장의 리더십을 믿었기 때문이다. 대신 선택과 집중을 위해 부담을 덜어줬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 현장에서 열린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 부회장은 지난해 DX부문장,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생활가전사업부장 등을 겸했다. 하지만 올해는 한 부회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은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업부장인 용석우 사장에게 넘겨줬다.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받은 한 부회장은 주요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세상에 없는 기술 개발 등 지속성장가능한 기반을 구축할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한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자기 주도적 시간 관리로 성과를 창출하는 초일류 기업문화를 구축하자”고 강조했다. 

30년간 삼성전자 TV 개발 이끈 장본인

한 부회장은 1962년 출생으로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한 부회장은 2017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으며 사장으로, 2021년 12월 삼성전자 DX 부문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2년 3월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 부회장은 지난 30년간 액정표시장치(LCD)부터 발광다이오드(LED)에 이르기까지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거의 모든 TV 개발에 참여했다. 특히 그는 삼성전자 TV 시장 17년 연속 세계 1위 달성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도 삼성전자에서 ‘TV 하면 한 부회장’으로 통한다. 

그 공로를 인정받은 한 부회장은 TV뿐만 아니라 생활가전, 무선사업, 네트워크 등 4개 사업부를 맡았다. 반도체를 제외한 삼성전자의 모든 사업을 책임을 진 셈이다. 

한 부회장이 많은 사업부문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소통의 힘’이다. 

평소 ‘소통왕’으로 잘 알려진 한 부회장은 사내에서 팀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여담으로 사석에서는 부회장 호칭 대신 ‘형님’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한 부회장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다양한 사업을 이끌며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삼성전자 수익 창출에 중추적인 역할을 도모했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올해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이는 삼성 OLED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다양한 사업 겸직…독이 든 성배?

한 부회장은 혼자 많은 사업을 담당한 결과 삼성 가전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최근 경기 불황과 수요 감소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 국내 가전 시장 최대 라이벌인 LG전자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6% 감소한 1900억원을 기록했다. 

VD는 시장 비수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TV 시장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프리미엄 TV 판매에 주력하고 운영비용을 절감해 전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수익성이 개선됐다. 다만 생활가전은 수요 부진과 비용 부담이 지속돼 전분기 수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LG전자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부는 1분기 영업익 1조1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 최대치다.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글로벌 전 지역에서 고르게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단일 사업본부 기준 사상 처음으로 분기 1조원을 넘겼다.

이는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에너지 규제에 대응하는 히트펌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고효율·친환경 제품의 매출이 대폭 늘었던 이유다. 기존 프리미엄 가전의 경쟁우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볼륨존에 해당하는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 또한 최대 실적 달성에 크게 기여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이 개선된 듯했으나 3분기 다시 악화되면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지난해 3분기 매출 6조3900억원, 영업이익 38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8% 감소했다. 

정통적으로 3분기는 가전사업 비수기이지만 라이벌인 LG전자와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LG전자 H&A사업부는 3분기 매출 7조4574억원, 영업이익 50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수요감소에 대응해 주요 제품의 볼륨존 라인업을 확대하는 전략적 시장 공략과 냉난방공조, 부품, 빌트인 등 기업간거래(B2B) 비중 확대를 지속하며 전년 동기 수준의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연말 성수기에 앞서 이뤄진 마케팅 자원투입 확대에도 생산, 구매, 물류 등 오퍼레이션 전반의 경쟁력이 높은 수익성을 견인했다. 

양사 간 영업이익률을 놓고 비교해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의 실적 악화는 처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가전/VD 영업이익률은 2.77%이며 LG전자 H&A/HE사업부의 영업이익률 5.58%이다. 얼핏 놓고 봐도 삼성전자가 LG전자에 두 배 이상 뒤처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의 경쟁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 차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8일(현지시각) 모두를 위한 AI: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을 주제로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절치부심’ 한 부회장, 올해 수익 개선 총력

한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DX 부문은 체감 성능, 감성 품질 등 품질 경쟁력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의 사용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탐구해 삼성전자만의 차별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판매 정책, 운영 효율화를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을 위해 전략을 수립했다. 

VD는 글로벌 TV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QLED, OLED, 초대형 등과 같은 프리미엄 시장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성수기 수요 선점을 위해 온·오프라인 채널 판매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고 Neo QLED, 98형 초대형 TV,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등과 같은 고부가 제품군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생활가전은 프리미엄 중심으로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수익성 확보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특히 한 부회장은 올해도 글로벌 경영 환경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흔들림 없는 투자로 미래 먹거리를 선제 발굴해 시장의 입지를 지켜나가겠다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 부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정학적 이슈와 경기 악화로 M&A 환경이 예전보다 나아진 게 없다”며 “기존 사업 강화와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해 지속해서 M&A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복합 경제 위기, 수요 침체 장기화 등으로 외부 환경은 어려웠다. 올해도 상황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당장 드라마틱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상황에서 신사업 투자, M&A 등의 성과만으로도 실적 모멘텀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 

한 부회장은 “올해도 경영환경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 준비를 위한 인재와 기술 확보, 투자 등은 빠르고 과감하게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삼성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대형 M&A는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이 이끄는 DX 부문 직속의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각 사업부에 유관 조직을 구축해 신사업 발굴 시너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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