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카] 명실상부 글로벌 브랜드 '현대차'…경쟁력과 약점은?

글로벌로 부상하는 브랜드 이미지…日·中 시장 공략도 중요
호불호 갈리는 디자인…좁은 선택지로 인해 구매하는 소비자 간과해서는 안돼
올해 본격적인 중고차 시장 경쟁력 보여줘야…가격으로 발목잡히는 과제 해결
박재훈 기자 2024-01-25 09:08:58
어바웃 카(About car)는 이동수단을 넘어 우리의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브랜드별 경쟁력과 약점을 짚어보고, 소비자 입장에서 차량 구매에 대한 메리트적인 요소를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현대자동차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15조원을 기록할 것이 예상되는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친환경차 등의 고부가 가치 차량의 판매 호조로 한 단계 스텝업하는 기념비적인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현대차는 내수 시장에서도 그랜저를 시작으로 쏘나타, 아반떼 등 세단과 더불어 코나, 투싼, 싼타페 등 RV차량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이 중 그랜저는 국내에서만 11만4298대가 판매되면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 세단을 판매하고 있는 국산차 브랜드 중에서 기아와 함께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그랜저의 판매량 확대는 상품성도 향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 디 올 뉴 그랜저. /사진=현대자동차


자리잡아 가는 디자인 정체성…하지만 디자인 때문에 차량 구입하는 것은 아니야

여러 차종을 출시함에 있어 리콜 등의 이슈등이 있었지만 다행히 판매량의 발목을 잡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의 신차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대차가 내놓은 신차들의 디자인 방향성이다. 지금까지 세대별로 출시되던 현대차의 차량들은 다른 디자인으로 출시해왔다. 때문에 도로에서 마주치는 현대차를 보면 외관만 보더라도 어느 시기에 출시된 차량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 중형 SUV '디 올 뉴 싼타페' /사진=현대자동차

물론 디자인이라는 영역이 개인의 취향과 결부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모습만 놓고서 성패를 논하기에는 모호하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는 디자인은 항상 판매량으로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세대별 모델들의 디자인에서 갈피를 못잡았던 현대차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패밀리룩과 디자인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갔다. 패밀리룩은 소비자의 차량 구매를 결정지을 요소일 뿐 아니라 그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표한다.

처음으로 차량을 마주하는 얼굴인 만큼 글로벌 유명 완성차 브랜드들은 모두 상징적인 패밀리룩을 보유하고 있다. BMW의 돼지코 그릴, 볼보의 망치형 헤드라이트, 렉서스의 모래시계 그릴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하지만 현대차는 한 집안 식구인 기아의 패밀리룩의 성공적인 안착과 대비되는 양상을 보여오면서 차량의 상품성과는 별개로 아쉬운 소리를 들어야했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차가 내놓은 신차 라인업들은 스타리아에 처음 도입된 패밀리룩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를 적용하면서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시키기 시작했다. 성공적인 디자인임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인 판매량이 말하듯, 꽤나 성공적인 디자인 안착이라는 시장과 소비자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물론 새로운 패밀리룩이 모든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여전히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평이 갈리지만 이번에 선택한 패밀리룩 디자인은 일명 '뇌이징(보다보니 익숙해져 괜찮다고 느끼는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상품성과 함께 그 동안 지적돼오던 디자인 단점을 보완했다. 글로벌 브랜드로 부상하는 만큼 디자인의 통일성을 주면서 하나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다.

다만, 현재 디자인에 대해서는 수정해야할 부분이 남아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능과 디자인은 물과 기름이라는 흔한 표현이 사용되듯, 이번 패밀리룩의 후방 방향 지시등에서 기능적인 불만이 나오기 때문이다. 운전자에게는 불편하지 않은 부분이지만, 도로에서 차량 후미의 방향지시등 시인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 쏘나타 디 엣지. /사진=현대자동차


이는 방향 지시등이 하단부에 위치하면서 생긴 불만들이다. 도입한지 얼마되지 않은 디자인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성장통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이 같은 문제점들은 현대차에서도 안전과 직결된 부분인 만큼 차세대 모델에서 디자인을 수정하는 등의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디자인을 다듬어가면서 '완전체'를 만들어가는 것은 올해부터 현대차가 떠안은 과제 중 하나다.

신차들의 판매량으로 성적표를 받아 고무적인 지난해였지만, 이번 디자인이 아주 성공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소비자들의 의견도 적지않다. 싼타페의 경우 상품성과 별개로 후방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가장 많았던 차량으로 꼽힌다. 모델별로 이와 같은 아쉬운 부분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안정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것은 국내 브랜드 중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디자인이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사후지원과 가격적인면에서 타협할 브랜드가 현대차나 기아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그먼트 중에서도 세단에 있어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짙게 나타난다. 국내 브랜드 중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하면 세단을 원하는 소비자는 해외 브랜드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적당한 타협책으로 선택하는 브랜드라는 평가도 감안해야할 부분이다. 현대차로서는 세단과 SUV등 출시하고 있는 모델들의 현재 디자인 정체성을 가다듬으면서 많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디자인 접근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블루칩 시장 점유율 확대한 2023년의 우수한 성적표…상징성 있는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날갯짓은 언제?

현대차는 국내를 넘어서 어느덧 글로벌 브랜드들과도 견줄수 있는 경쟁력을 구축했다. 다양한 국가에서 안정적인 판매량과 성장세를 기록하는 등 최고 자동차 격전지인 미국에서도 상위 5위권안에 들어가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항상 라이벌로 거론되는 일본의 토요타를 비롯해 어느 대륙을 가도 찾아볼 수 있는 유명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와 베트남 등에서의 성장세는 압도적인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의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에만 476만대가 판매되면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뛰어올랐다. 다른 시장들이 지속적으로 판매량 감소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인도는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주목하고 있는 블루오션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사진 오른쪽)이 7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관계자들과 자사 및 경쟁사 전기차 등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최근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중 3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혀 차세대 전동화의 요지로도 평가받는다. 이런 시장의 변화속에서 현대차는 인도에서 지난해 총 55만2511대를 판매하면서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인도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지난해 8월 GM(제너럴모터스) 인도 법인(이하, GMI)의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GMI 공장 인수를 통해 다양한 차종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많은 인구와 더불어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판매량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은 동남아 시장에서 약 20만대 수준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이 중 베트남에서의 판매량은 70% 이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베트남 시장에서 6만7450대를 판매했다. 여태까지 일본 브랜드가 강세였던 베트남에서 현대차가 크게 약진한 것이다. 지난해 베트남에서의 판매량은 토요타와의 경쟁에서 1만대 차이로 우위를 점하며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과거 2017년부터 베트남 현지기업과 합작법인으로 HMTV를 설립해 베트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2년만에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해 다시 1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안정적인 판매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상품성 높은 차량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전통적인 아시아의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과 일본에서의 부진은 올해도 현대차의 고민거리로 블루칩 시장에서의 성장세로만 안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전기차 성장세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중국과 하이브리드의 강자인 일본 시장에서의 수요 확보는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전체 차량 판매량 2320만대를 기록하고 있는 중요한 시장임에도 낮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의 일본과 중국시장 점유율은 1%대와 0.1%대 점유율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을 끌어올린 것은 박수를 칠만한 실적이다. 가위바위보로 예를 들자면 한 가지 수를 쓰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여러 경쟁 브랜드와의 싸움에서 선전했기 때문이다.

중국 BYD 전기차 '한(漢) EV' /사진=연합뉴스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대가 다가올 만큼 중국기업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중국 기업인 전기차 기업 BYD는 내수시장에서 안정적인 판매량을 발판으로 해외시장까지 판로를 확장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차가 글로벌 브랜드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간다면 최종적으로 마주할 경쟁자는 테슬라가 아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있다. 가격경쟁력을 내세울 뿐 아니라 상품성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중국시장 공략에는 묘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최근 충칭공장을 매각하는 등 중국시장에서 시장 재편을 통해서 효율적인 공장 운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해 올해는 결실을 거둘 수 있을만한 씨앗을 뿌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시장의 경우 현대차는 전기차에 국한되지 않고 친환경차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판매량이 저조한 일본의 경우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주효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본 시장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재구축도 중요한 사안이다.

보수적인 시장으로 유명한 일본 시장은 중국보다 공략이 어려울 수도 있다. 앞서 현대차는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 브랜드들의 격전지인 일본에서 쓴 맛을 보고 철수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 재진출한만큼 하이브리드 등의 전기차들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점유율을 늘려야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드디어 걸음마 시작한 중고차 사업…가격 문제 해결이 과제

긴 기다림 끝에 시작한 중고차 사업에서도 소비자들이 양팔을 들고 환영했다. 기존 레몬마켓(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시장)으로 정평이 나있던 중고차시장에서 제조사가 직접 차량을 판매하면서 안심하고 차량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는 매물이 많지 않지만 점차 늘어갈 매물과 기존 업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현대 인증 중고차는 소비자들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용인 오토허브 현대차 인증중고차 센터에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들이 주차돼있다. /사진=박재훈 기자

다만 역시 가격이 문제다. 안정성만 생각하고서 구입을 결정하기에는 가격적인 메리트가 많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차 대비 70~80% 수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현대 인증 중고차는 기대만큼 실제 구매로 이어질지 아직까지 물음표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기준점만 제시하고 다른 중고차 시장으로 유입되는 문지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시장에서 매물이 적은 상태로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올해에는 가격 경쟁력에서도 확실한 움직임을 보여줘야한다. 현대 인증 중고차가 연식 5년이내, 주행거리 10만km 이하의 기준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기존 중고차 시장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매물이기 때문이다. 투명성만 가지고는 시장에서 득을 볼 수는 없다.

'캐즘존' 돌입한 전기차 시장속 방어선 구축한 현대차…수소와 전기차로 미래 모빌리티 준비도 철저히

글로벌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캐즘존(성장 둔화)에 들어서면서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연료별 차종 라인업이 빈약한 브랜드들은 부침을 겪고 있다. 이런 양상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강세로 이어지고 있어 토요타와 렉서스 등 전통적으로 하이브리드에 정통한 브랜드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저물어가는 내연기관과 다가오는 전기차 사이에서 이음새역할을 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장에 집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다. 

지금과 같은 업황 속에서 현대차는 경쟁 브랜드들 대비 방어선 구축이 가장 잘 돼 있는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더해 하이브리드 모델, 전기차 라인업 등의 라인업 구축으로 불안정한 시장 변화 속에서도 안정적인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는 방어선을 구축한 것이다.

현대차는 내놓는 차량마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함께 출시하고 있는 등 라인업 구축에서 이상적인 전략을 펼치는 몇 안되는 브랜드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등 친환경차의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기록한 만큼 올해에는 시장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연료별 라인업 구축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비록 축소되고 있는 시장이지만 수소차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됐던 CES2024에서 수소 모빌리티를 메인테마로 꺼내들며 수소 모빌리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2024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실제 브랜드 중 수소전지 승용차를 양산하고 있는 브랜드가 현대차와 토요타(미라이)뿐이다. 수소 승용차는 실제로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 사업이기 때문에 기술력이 있다고 해도 차를 양산하기 꺼려지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넥쏘를 출시하고 있는 현대차는 다른 기술을 가진 브랜드들보다 기술적인 우위에 있는 것을 뜻한다.

현대차는 승용차 시장을 넘어 먼 곳을 보고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상용차와 승용차 등을 넘어 수소 생산과 이동, 저장에도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부를 밝혔다.

과거 전기차가 먼 이야기라고 하던 시기에 선제적인 투자로 시장의 주도권을 쥔 테슬라처럼, 수소 모빝리티 시장이 확대되면 현대차가 글로벌 모빌리티 주도권을 쥐게 될 모습을 볼 지도 모르는 일이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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