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돋보기] '승부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아시아나 합병 마침표 찍고 리더십 증명할까

코로나19 당시 화물사업 확대로 업황부진 타개…수익성 강화로 경영능력 입증
경영권 방어 위해 내걸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연내 결실 본다
합병 성공 이후에도 산재한 과제…리더십 중요성 부각될 전망
박재훈 기자 2024-02-05 09:39:28
한진그룹의 3대 회장이자 대한항공의 대표이사 회장인 조원태는 2019년부터 경영권을 확보해 경영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회장을 맡게된 2019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막힌 하늘길에서 경영성과를 보이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했으며, 안정적인 경영권 구축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추진 중에 있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합병 성패에 따라 조원태 회장의 입지도 달라지게 될 전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조양호 전 회장의 장남이자 합병을 이끌고 있는 승부사

조 회장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1976년생이다. 미국 마리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힐리어 칼리지에 재학 중 중퇴하고 인하대학교 경영학으로 편입해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03년 한진정보통신의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하면서 한진그룹에 적을 올렸다. 이후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전략본부 경영기획팀 부팀장을 맡더니 2006년에는 부장, 2007년에는 상무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대한항공의 경영 후계자로 발판을 다지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전무에 오르는 등 빠르게 승진을 거듭하다 2016년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해 대한항공의 대표를 맡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사장으로 승진했고 2019년 한진칼 사장에 오르는 등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 이후 회장직을 이어 받았다. 부임 이후 이전까지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대한항공의 조직문화를 개편하는 등 한진 3세로서의 조직문화 방향성을 바꾸는 등 적극적인 경영활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장을 맡은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사태 당시 여객사업에서의 부진을 화물 사업으로 수익성을 유지하는 등 경영활동에서도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대한항공의 화물 사업 실적은 매출액 8조7534억원, 영업이익 1조4644억원을 기록했다. 화물사업을 포함한 2021년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고치였다.

이후 2020년부터 항공시장의 부침, 누나인 조승연(개명 전 조승연)과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자 승부수로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고 현재까지 합병사업은 진행중에 있다.

벼랑 끝에서 꺼내 든 합병 카드...안정적 경영권 위한 밑그림

2002년 한진그룹의 창업주였던 조중훈 회장의 사후에 아버지의 형제들이 그러했듯 한진 3세들도 경영권 분쟁이 치열했다. 2019년 4월 조양호 전 회장이 별세하고 그룹의 경영권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될지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다.

당시 조 회장의 경쟁자로서는 누나인 조승연이 대두되는 상황이었다. 조승연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과 팀을 이루면서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2019년 회장직을 넘겨받기는 했으나 2020년 항공사업이 난항을 겪게 되자 경영권에 대한 불씨가 피어올랐다. 2020년초부터 조원태와 조승연의 경쟁구도는 더욱 심화됐다. 조승연은 같은 해의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이라는 방안을 들고 나오면서 경영권 분쟁은 오리무중으로 이어졌다.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대한항공

조승연과 그녀의 우호세력들은 조원태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경영진들로는 경영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꺼내든 카드를 꺼낸 것이었다. 업계에서는 조양호 전 회장을 비롯해 오너가를 견제해왔던 KCGI와 조승연이 손을 잡은 것에 의아해하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또한 조승연은 조 회장이 한진그룹의 호텔 레저사업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문제삼는 등 입장차를 보이기도 했다. 

2020년 2월 조 회장편에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우호지분이 들어오면서 조승연과의 경쟁구도는 어느정도 수평을 맞추게 됐다. 이후 KCGI는 경영 능력에 위기감을 조성하기 위해 조 회장의 반대전선을 공고히하는 등 수를 썼으나, 델타항공이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지분을 확대하면서 경영권 행방은 계속해서 고조됐다.

결국 3월 2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승리를 거뒀다. 당시 조원태 회장의 선임권은 82.84%의 찬성률로 의결됐다.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이후 1년 3개월만에 경영권 분쟁이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이다. 승리의 배경에는 산업은행의 역할이 컸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카드를 꺼내든 것도 산업은행을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해내기 위함이었다. 반(反)조원태 연합의 지분율은 45.23%로 조원태 회장측의 우호 지분 41.4%를 앞서면서 조 회장은 코너에 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부침을 겪고 있던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하는 조건을 걸면서 조 회장의 우군이 됐다. 이후 산업은행은 한진칼의 지분 10.66%를 확보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카드가 경영권 분쟁의 판을 뒤집은 것이다.

이를 통해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은 47.33%, 반(反)조원태 연합의 지분율은 40.1%가 되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경영권 확보이후 도마위에 오른 경영능력 입증...화물사업 확대로 타개

조 회장은 경영권 방어 이후 목도한 코로나19 사태로 대한항공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재빨리 화물사업을 주력하면서 상황을 타개해가기 시작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여객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여객기에 화물을 실어 수송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실행에 들어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20년 5월부터 대한항공은 여객기 객실의 천장 수화물칸을 활용해 항공화물을 운반하기 시작했고 같은해 6월에는 기내 좌석공간에도 화물을 실어 날랐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안전상의 문제로 대한항공이 택한 화물수송 방안을 제한했었으나, 코로나19의 특수성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허용해줬다. 조 회장은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면서 수익성을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 /사진=대한항공


조 회장은 여객기를 운용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2022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화물사업으로 먹구름을 걷어냈다. 2022년 대한항공은 매출액 13조4127억원, 영업이익 2조8836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 코로나19 사태에도 경영능력을 입증해내면서 조 회장은 빠르게 여객사업 회복도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2022년 10월 객실승무원 채용공고를 시작으로 엔데믹에 들어서는 항공시장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시작했다. 각 국가별로 방역체계가 변화하는 대로 수정을 거듭하면서 주요 노선들에 대해 재운항을 시작했으며 현재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회복률을 달성해가고 있다. 비록 화물사업이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축소되고 항공화물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2023년 영업이익에서는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2023년 실적에서 10.9%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면서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2023년 대한항공의 한 해 실적은 매출액 14조5751억원, 영업이익은 1조586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 순이익은 9168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내걸었던 약속...이제는 가시화, 메가캐리어 탄생 이끌 리더십 중요

지난 1월 31일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내면서 길었던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조 회장이 4년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선택한 결정이 연내로 결실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앞서 2020년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추진해왔던 대한항공은 이제 유럽연합(EU)와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만 남겨놓게 됐다.

EU경쟁당국은 오는 14일에 승인을 내릴 것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사실상 남은 국가는 미국 한 곳이 되게됐다. 2021년 14개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하고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는 등 순탄하게 흘러가던 합병 과정은 EU경쟁당국을 마주하면서 장기화됐다. 결국 많은 비판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 등을 결정하면서 EU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사진=연합뉴스


비록 '차 떼고 포 뗀다'는 식으로 합병에 대한 논란이 첨예하게 갈렸지만, 앞으로 남은 승인이 한 곳으로 좁혀진 만큼 성패에 따라 조 회장의 입지가 크게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비난을 감수하면서 신년사로 연내 합병을 결론 짓겠다고 밝힌 만큼 조 회장은 더욱 합병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만일 합병을 성공하지 못하면 조 회장은 경영권 반납이라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

만일 합병이 성공하더라도 산재한 과제들에 대한 리더십은 다시 한 번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에 대한 불만을 잠재울만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오랜시간 경쟁 항공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만큼 행정적, 내부적인 분위기 등 여러 부분에서 조직을 융화시키는 것도 조 회장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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