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8부 능선 도달...'미국 허들' 높다

내달 14일 승인 예상되는 EC 심사…남은 경쟁당국 승인 미국과 일본
연내로 화물사업 매각과 운수권 이관 마무리해야
미국 경쟁당국 승인에 갈리는 시선…'낙관'vs'부정적'
박재훈 기자 2024-01-22 10:23:56
유렵연합(EU) 경쟁당국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이 예상되는 가운데, 다음 관문으로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그동안 대한항공이 제법 많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진행시킨 합병인 만큼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 승인을 위해서도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경쟁당국은 항공사 합병에 대해 '시장 경쟁 저해'를 이유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EU의 승인 보다 오히려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 허들이 더 높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사진=연합뉴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을 오는 2월 14일 전에 조건부 승인할 예정이다. EC의 승인이 날 경우 대한항공은 올해 안에 유럽 노선에 대한 경쟁 제한 우려 완화 조치를 끝마쳐야 한다.

우선 EC에서 제시했던 유럽 주요 4개 노선(로마·파리·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등에 대한 운수권 일부와 슬롯은 국내 LCC(저비용항공사)중 티웨이항공이 이관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EC는 시정조치안을 통해 해당노선에 대한 운수권과 슬롯 일부를 국내 항공사에 넘겨줄 것을 제안했다. EC는 티웨이항공이 제공한 유럽 노선 취항 능력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심사를 진행중이다.

티웨이항공 A330. /사진=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은 A330 대형항공기 도입을 통해 타 LCC와는 다른 노선에 집중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운수권을 받을 항공사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최근 티웨이항공은 유럽의 크로아티아 노선에 취항을 준비하고 있는 등 중장거리 노선 운용에 대한 경험치를 쌓고 있다. 또한 티웨이항공은 지난 4일부로 이관받을 유럽 노선 중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근무가 가능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EC의 조건부 승인에 앞서 공항 근무 인력과 기재 조종, 기내 승무원 등의 인력을 배치해 노선 운용을 위한 검토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티웨이도 연내로 유럽 운항이 가능한 수준으로 인력 배치 및 기재 운용에 대한 준비를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티웨이항공이 중장거리 노선에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재인 A330이 서유럽까지 운항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기재 지원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합병 승인에 있어 또 다른 조건이었던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에 대한 인수 후보 찾기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인수 후보 항공사로 인수의향을 드러낸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을 제외하고 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총 4곳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가 확실한 매각가가 책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사업규모와 부채등을 고려해 5000~7000억원 사이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가치가 책정될 경우 인수의향서(LOI)를 제시한 항공사들은 빠른 물밑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인수하기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수익성이 나는 사업에서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기회기 때문에 많은 항공사들이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 넘어 산' 미국 경쟁당국 승인은?

이 같은 조건부 승인으로 EC의 기업결합 승인을 마무리하게 되면,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마주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EC의 승인이 떨어진 만큼 미국의 기업 결합 승인도 떨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과, 항공사 합병에 보수적인 미국이 EC보다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으로 갈리고 있다.

대한항공 보잉 737-8. /사진=대한항공

지난해 5월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무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로 인수를 막겠다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

당시 폴리티코는 "미국이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법적 관할권은 없으나 미국 내 경쟁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결합을 막는 것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측은 "소송 여부는 확정된 바 없고 미국 매체가 소송 가능성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며 "DOJ(미국 법무부)와의 대면 미팅에서도 DOJ측이 최종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타임라인도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받았다"며 논란을 불식시켰다.

일각에서는 미국 법무부가 외항사(외국항공사)의 합병을 막으려고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가능성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는 미국의 항공사중 유나이티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노선이 겹치는 만큼 합병시 유나이티드항공의 노선 경쟁력 약화등을 이유로 경쟁당국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요구를 해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만일 ▲영국의 승인을 위해 버진애틀래틱에 내놓은 슬롯 ▲EC의 승인을 위해 매각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등과 같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요구라면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을 대한항공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미국 항공사 제트블루의 항공기 A320과 스피팃항공의 항공기가 활주로에 서 있다. /사진=AP

한편, 지난 17일 미국 연방법원은 미국의 LCC인 제트블루가 스피릿항공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시장 경쟁 제한을 우려해 제동을 걸었다. 이 같은 사례는 미국이 얼마나 심사에 까다로운 국가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항공사의 합병에 있어서는 많은 사례가 있었왔던 미국이지만 외항사 합병에 있어서는 사례가 많지 않아 대한항공은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 가 있다.

세종대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는 "미국의 항공사 합병은 사례가 많은 만큼 법원이 기업의 재무상태, 운영역량 등을 검토해 기준이 명확하다"며 "대형항공사인 델타, 유나이티드. 아메리카 등의 항공사들이 합병의 부산물이라는 점에서 미국만큼 대형 항공사 합병 사례가 많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항공사 합병에 있어 슬롯을 거래하는 사례도 있어왔으며 노선반납과 같은 전제조건 사례가 많아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 알 수 없으나, 이번 제트블루의 합병 제동과 같은 소식은 대한항공의 입장에서는 예의주시해야 할 만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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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성오
    손성오 2024-01-22 16:11:52
    그냥 포기해라.
    어차피 누가 인수해도 승자의 저주다
    차 포 떼주고 왜그리 애를 쓰나
    에어부산 지분매각하여 차입금 상환하고
    에어서울도 매각하여 손실 털어내고
    아시아나만 남겨서 10대 대기업중 한화 ,sk,lg듬이 인수하게하여 양강체제로 가야 독점을 막고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을 넖히고 항공산업이 발전 할수 있다.
    지금 이대로 가면 미,일 승인이 EU승인보다 더 어렵고 국부유출보다는 경쟁입찰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