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연말결산) 고비 넘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2024년 마무리될까

EU경쟁당국, 내년 2월14일 전까지 승인 여부 결론
화물사업매각 인수자 물색은 여전한 과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합병 수순에 우려도 제기
박재훈 기자 2023-12-29 09:02:39
올 한해 항공업계의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역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었다. 당초 2020년부터 계획된 두 항공사의 합병은 올해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 승인이 길어지면서 먹구름이 끼는 듯 했다.

하지만 EU 경쟁당국이 시정조치안에 긍정적인 사인을 보내면서 두 항공사의 합병은 길었던 유럽의 고비를 넘어 미국과 일본을 바라보게 됐다.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지난해 11월 요구한 시정조치안에 대해 예정보다 빠른 결정을 내리면서 승인을 내렸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런던 히스로 공항 7개 슬롯을 영국의 항공사 버진애틀랜틱과 코드쉐어하는 조건을 수용했다.

당시만 해도 합병의 분위기는 영국의 승인으로 인해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EU경쟁당국은 7월 5일 종료할 예정이었던 항공사 결합 2단계 심사를 8월 3일로 연기했다. 연기한 이유의 배경으로는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조치안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EU측은 2단계 심사에 돌입하면서 유럽 지역 노선에 있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질 경우 여객을 비롯해 화물 운송 서비스에서 시장 경쟁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표했다. 대표적으로 거론된 노선은 인천-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 등이었다. 영국의 심사를 통과한 것이 긍정적이라는 여론에 찬물이 끼얹어졌고 EU경쟁당국의 승인은 2024년까지 이어지는 장기전으로 변모했다.

대한항공 보잉 737-8. /사진=대한항공


EU경쟁당국은 5월 대한항공측에 예비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Statement of Objections·이하, SO)를 보냈다. 주된 내용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간 4개 노선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 경쟁을 감소 시킬 것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EU경쟁당국의 SO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을 거론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항공 운송 서비스의 가격 인상 또는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코로나19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을 견인했던 화물사업에 대한 조치가 거론된 시점이기도 하다.

EU경쟁당국은 요구사항으로 유럽(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4개 노선에 대해 한국 국적항공사에 운수권을 양도할 것을 제시했으며, 이 때 후보로 거론된 국내 항공사는 대형기를 보유하고 있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였다. 

이어 지난 6월 EU경쟁당국은 홈페이지를 통해 8월로 연기했던 승인 여부를 10월 말까지 재차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측은 이에 대해 시정조치안을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U경쟁당국이 화물사업에 있어 우려를 표한 시점에서 대한항공은 강수를 둬야한다는 여론과 함께 국가 항공 경쟁력이 약화되는 수순이라는 등의 의견들이 쏟아졌다.

이에 대한항공측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 합병에 속도를 내기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아시아나항공의 노조측은 반발하고 나섰지만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는 측이 고용 유지 및 처우 개선을 보장하는 것을 지원한다는 재무 지원 방안등을 논의해 제시했다.

여러 논란속에 지난 10월 30일 아시아나항공은 결국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이사회 개최를 결정했다. 배임이슈등의 이유로 인해 6명의 이사가 참석해 진행될 예정이었던 이사회는 돌연 사내이사의 사임으로 사외이사4명, 사내이사1명으로 진행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A321NEO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당시 업계는 5명으로 이사회의 인원이 줄어든 만큼 3명의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30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추후 일정으로 이사회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화물사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매출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만큼 배임이슈등으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이사회 연기의 이유로 거론됐다.

11월2일 아시아나항공은 이사회를 재개했고 화물사업 매각을 승인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길었던 EU경쟁당국의 승인에 급물살을 타게 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사업을 인수할 항공사 물색에 들어갔다. 현재 정확한 화물사업부의 가치가 책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초 EU경쟁당국의 승인이 결정나기 직전에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에서 화물사업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거론되는 항공사들은 저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채와 규모로 인해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결국 염원하던 EU경쟁당국 승인에 다가갔지만 일각에서는 영국 항공사에 슬롯 반납 및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등을 짚어보며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번 표했다.

한편, EU경쟁당국은 내년 2월14일까지 합병 승인에 대한 대답을 내놓을 방침이다. EU경쟁당국의 승인이 떨어지게 된다면 두 항공사의 합병까지 승인이 남은 국가는 미국과 일본 단 두 곳이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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