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협상 최종 결렬…하림·매각 측 이견 맞서

하림그룹 요구 사항 모두 철회…세부 사안 이견 좁히지 못해
업계, 해운업황 불황 요인 지적…하림그룹, SCFI 상승 부담
신종모 기자 2024-02-07 09:28:00
국내 유일 국적선사 HMM의 매각이 최종 결렬됐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당분간 HMM 관리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매각을 위해 하림그룹의 팬오션과 JKL 컨소시엄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최종 결렬됐다고 7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매각 측은 7주간에 걸친 협상 기간 동안 상호 신뢰하에 성실히 협상에 임했다. 하지만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이 발생한 최종 협상까지 이루지 못했다. 

애초 양측의 협상은 지난달 23일까지 마감 시한이었으나 이달 6일로 연장됐다. 

하림그룹은 앞서 매각 측에 최종 인수 금액을 낮추기 위해 ‘영구채 전환의 3년 유예’와 ‘JKL파트너스의 주식 처분 제한 제외’ 등을 요구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인수 측의 지분율은 57.9%에서 38.9%로 떨어지게 되나 전환하지 않을 경우 인수 측의 지분율이 높게 유지된다. 3년간 최대 2850억원의 배당금을 더 챙길 수 있다. 

하지만 하림그룹은 주주간계약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매각 측에 제시한 요구 사항은 모두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였으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이로써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 57.9%를 보유하게 된다.

해운업황 불확실성 요인 가중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 결렬이 해운업황 악화에 있다고 보고 있다. 홍해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며 해운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이번 협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동발 글로벌 물류적체 현상이 발생해 해운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5일 기준 전주 대비 1.77% 상승한 2217.73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급등했으나 최근 홍해 지역의 긴장감이 커지면서 한 달 새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홍해 리스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SCFI는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HMM은 지난 2016년 유동성 위기로 산은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놓인 이후 7년여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당시 HMM 예비입찰에는 LX인터내셔널,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등 국내 기업과 세계 5위 해운사인 독일 하팍로이드 등 외국 기업이 참여했다. 이후 심사를 거쳐 매각 숏리스트(적격 인수 후보) 선정 과정에서 하팍로이드가 탈락했다.

본입찰에서는 LX인터내셔널이 불참하면서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컨테이너 선사 HMM 인수 본입찰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하림그룹이 6조4000억원을 써내 동원보다 2000억원을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림그룹은 최대 3조원 규모의 팬오션 유상증자, 2조원 이상의 인수금융, 자산유동화와 영구채 발행, JKL파트너스 지원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림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HMM의 유보금은 현재의 불황에 대비하고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데 최우선”이라며 “HMM을 인수하더라도 유보금은 타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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